홍수영 작가 장편소설 ‘마술모임’ 펴내

홍수영 작가 장편소설 ‘마술모임’ 펴내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5.10.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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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작가 장편소설 ‘마술모임’ 펴내

해드림출판사가 의문의 죽음을 밝히려는 노력이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집요하게 이어지는 홍수영 씨의 장편소설 ‘마술모임’이 출간했다.

수상한 종교집단인 재림회, 이곳에서 일어난 자살사건에서 비롯되는 ‘마술모임’은 진실이 인위적 가공물로 전락한 세상에서 ‘새롭게 움트는 기대와 차가운 현실’을 대면시켜 장편 내내 긴장감 있게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벌어지고 흘러간다. 일상의 소소함부터 나라를 흔드는 사건과 사고들까지, 그런데 이들과 맞닥뜨린 우리는 어느 순간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함정에 빠져 있음을 느낀다.

현실에서 하나의 객체를 둘러싼 시선은 두 개, 아니 세 개, 네 개의 진실을 잉태하고, 이것들은 서로 마주해 싸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정리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 대부분은 의혹과 의문을 남긴 채 흐른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게 뭐 대수겠는가. 현실의 권력은 대다수 국민이 상식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우기고 있으니. 우리는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의 부패국가에서 살고 있다. ‘마술모임’에 깔려 있는 세상의 색깔이다.

-석연찮은 죽음의 실체와 재림회

이 불신 가득한 세상에서 일어난 죽음, 세화의 석연찮은 죽음의 실체를 밝히려는 지우와 혜원 그리고 하명의 노력이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집요하게 이어진다. 그 죽음의 배경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구르는 눈덩이처럼 자꾸만 새로운 옷을 입고 커지는 준호의 음모가 드러나고, 적잖은 등장인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음모에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들이 재림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반응, 세화의 죽음과 움트는 음모들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각기 다르다. 각자 몸집을 불리면서 재림성회라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사건은 하나의 결과물로 드러나지만, 여전히 그 숨겨진 의도와 세화의 죽음의 배경은 남아 있다. 하명은 이것을 찾아내는 것이 진실을 찾는 길이라 생각하고 다시 매진한다. 그리고 그는 찾아낸다. 우리는 그가 찾아낸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든 것이 종료되고 시간이 지난 후 지우의 내면에서 눈뜨는 것은 무엇일까. 사칙연산처럼 명쾌한 결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불가해한 현실에서 지우는 의지할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재림회를 말 그대로 사이비종교집단이라 해도 좋고, 매우 현실적인 비유로 어떤 권력기관, 어떤 사회적 시스템이라 해도 좋다. 작가는 그 모든 것들을 회의적으로 풀어내지만, 그것이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소망 또한 품고 있다.

한 여자의 죽고 일 년이 흐른 뒤, 그들의 얘기는 시작된다.

-의도란 것에 대한 짙은 불신을 바탕으로 한 소설

‘마술모임’에서는 ‘진실이라는 게 존재할까’, ‘그걸 추구하는 게 가치 있는 것일까’에 대해 짙은 의구심을 가진 채 묻는다. 그리고 당돌하고 무엄하게도 세상을 사기라고 서슴없이 단정짓는다. 팩트와 팩트가 뒤엉켜 흘러가는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의도’가 개입됨으로써, 의도는 일부를 과장시키고 일부를 폐기한다는 데 사기라는 단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진실은 가공된다. 즉 ‘마술모임’은 그 의도란 것에 대한 짙은 불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 인간을 쪼개어 둘로 나눌 수 있다면, 그래서 한 가지 선택 지점에서 서로 다른 판단을 한다면, 이 둘의 향후 여정은 어떻게 다를까.

비슷한 종자의 두 사람이 있다. 대학 동문인 이들은 한 사건을 통해서 다시 만난다. 이들이 처한 입장은 정반대다. 준호는 사이비 종교에서 꿈을 꾸고, 하명은 진실을 추적하며 사이비 종교에 대적한다. 미스터리 기법을 쓰고 있는 이 소설은 사건의 실체를 꽁꽁 숨겨놓고, 말을 통해 드러난 인물들을 갈수록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각 인물들의 의도가 무엇일까. 결국 그들의 지금 행동은 의도가 드러남으로써 이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의도란, 한쪽이 지극히 현실도피적이라면 다른 한쪽은 지극히 맹목적이다.

-소설 속에서

바람을 느끼려고 노력하면서, 그는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정을 훌쩍 넘었을 때, 주저앉은 신도들 틈 사이로 걸어오는 혜원이 보였다.

“굉장하지?” 지우가 혜원의 어깨를 감싸며 물었다. 그러나 쉽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는 아직까지 무엇엔가 홀려 있는 듯싶었다. “그래도 용케 나왔네.” 지우가 다시 말을 붙여보았다.

그제야 모기만 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기, 자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지우가 그녀의 어깨를 감싼 팔에 꼬옥 힘을 주었다. “나, 왜 그런지 모르겠어. 이런 기분 처음이야. 흥분이 가시지 않아. 이들과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주저앉은 채 늘어서 있는 신도들을 가리켰다. “저들은 신도고 난 신도가 아니란 사실이야. 내가 신도라면 저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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