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선행

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선행

  • 권혁교 기자
  • 승인 2011.1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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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선행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전주 노송동에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을 몰래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나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 대한 사랑의 온정을 전할 수 있게 됐다.

2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10분께 덕진구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동 주민센터 인근 우리세탁소 옆 도로에 주차된 트라제XG 승용차 밑에 돈 상자가 있으나 가져가라”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 임영희씨(여, 사회복지도우미)는 “돈박스 이야기를 하는 40대의 목소리를 듣고 순간 얼굴없는 천사가 왔음을 직감했다”며 “해당 차량으로 달려가보니 A4용지 박스 1개가 놓여 있어 가져와 확인해보니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이 가득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교대 근무를 위해 대기하던 임 씨는 동료 직원들에게 “천사가 왔나 봐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현장으로 달려갔으며, 들뜬 마음에 곧바로 주미센터로 상자를 가져오느라 현장 주변을 지나는 행인이나 차량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천사’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보다 9일 가량 빠른 것으로써 최근 성탄절이 가까워지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천사’ 출연에 대한 기대감도 서서히 높아졌었다.

점심 식사 뒤 이 같은 소식을 뒤늦게 접한 나머지 주민센터 직원과 민원인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감사의 박수로 남모른 선행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주민센터는 이 박스를 개봉해보니 5만원권 100매를 고무줄로 두른 뒤 편지봉투에 넣은 지폐 5,000만원과 노란 돼지저금통에 담긴 각종 동전 24만2,100원 등 모두 5천24만2,100원이 들어 있었다. 이로써 지난 2000년 이후 얼굴없는 천사가 기탁한 성금은 모두 2억4,744만6,120원으로 늘어났다.

또한 종이상자에는 “어려운 이웃 도와주십시오.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천사’의 뜻이 담긴 A4용지 한 장이 함께 들어있었다.

전주시는 지난 2000년 4월 이후 12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같은 얼굴 없는 천사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성금을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생활이 어려운 홀로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중노2동주민센터(당시 동사무소)에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홀연 사라진 이후 올해까지 12년 간 13차례나 선행의 손길을 이어오고 있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이의 선행이 해마다 세밑이면 되풀이되면서 만인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지만 전화 한 통으로 돈이 놓인 장소만 알려주고 사라져 지금까지 이름도, 나이도 알 수가 없어 ‘얼굴 없는 천사’로만 불리고 있다.

그동안 이를 지켜본 노송동 주민들은 천사의 숫자표기 1004를 본따 매년 10월 0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홀로사는 노인들의 이불빨래는 물론 고장난 자전거를 고쳐주고 나눔장터도 열어 그 수입금을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 돕기에 보태는 등 다양한 나눔 축제를 개최했다.

또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봉사를 찾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지금도 김장김치 담가주기라든지, 무료 식사대접, 연탄배달 등 선행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 창작극회는 연말을 맞아 ‘천사’의 선행을 주제로 한 창작극 ‘노송동 엔젤’을 무대 공연에 올려 뜻을 널리 기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 2010년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지난 해 1월에는 ‘얼굴없는 천사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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