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익정 개인전 ‘너네가 너네’,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려

조익정 개인전 ‘너네가 너네’,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려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7.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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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정 개인전 ‘너네가 너네’,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려

코너아트스페이스는 조익정 개인전 ‘너네가 너네’ 오프닝에서 고등학교 힙합 동아리와 함께 랩 공연을 선보인다.

함께 무대를 꾸릴 주인공은 상문고등학교의 ‘흑락회’, 서울고등학교의 ‘무브먼트’, 서초고등학교의 ‘엠아이씨MIC’ 힙합 동아리 학생들이다. 작가는 지난 2달 동안 서초구에 위치한 강남 8학군의 고등학생들과 만남을 가지며 고등학생들의 생각과 행동, 랩 연습 과정을 관찰했다.

한국에서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조익정은 세대 간의 문제를 10대 청소년으로 돌려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신분, 세대, 성별이 다른 10대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른 세대에게는 무심한 채 다른 세대를 한심하게 여기는 요즘 10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기록하며, 이내 랩 공연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10대들과 함께 힙합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들, 불협화음을 담아낼 예정이다. 힙합 동아리 고등학생들과의 연습과정을 담은 비디오 클립, 손글씨로 쓰인 가사노트와 메모들이 전시되며 이를 기록한 영상은 전시 오프닝 공연으로 실현된다.

조익정은 강남8학군과 힙합동아리라는 이질적인 주제에 집중한다. 강남8학군에는 유서 깊은 힙합동아리가 있다. 90년대 한국에 힙합 문화가 태동하던 시절, 방배동에는 힙합씬이 불었다. 드렁큰 타이거의 연습실이 서래 마을에 있었고, 듀스와 진보는 상문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상문고의 힙합동아리 ‘흑락회’는 국내 최초의 힙합동아리로 진보가 1기에 속한다.

당시는 고등학교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힙합동아리가 언더힙합씬으로 합류되는 것이 가능하던 때이기도 하다. 90년대 힙합씬을 목격한 80년대 생 작가는 힙합씬을 주도했던 하위 문화에 다시금 주목하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재의 명문고등학교의 힙합동아리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일탈로 치부되는 힙합이 학구열의 중심지 강남이라는 지역 속에서 어떻게 표출될까.

비트와 가사로 구성된 랩이라는 음악장르는 일상 생활의 이야기나 생각을 멜로디보다는 리듬에 맞춰 이야기한다. 랩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힙합문화는 흑인이나 이민자와 같은 소외계층의 정서를 대변한다. 래퍼들은 시대가 당면한 현실을 거친 언어로 야유하고 비판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일으키며 한 사회를 지배하는 고유한 문화로 발전했다.

조익정은 전시를 통해 억압받은 한국의 10대 청소년들에게 자유를 표출할 장을 마련한다. 어른의 시각으로 대상화된 주체인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의 생각을 랩으로 표현한다. 학생들이 직접 쓴 가사에는 억압되거나 무시되었던 10대들의 관점들이 랩이라는 음악적 서사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랩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에는 작가와 학생들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관점 차가 노출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감을 보여준다.

강남에 위치한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고등학생들의 랩이 울려 퍼진다. 이들과의 어떤 소통을 도모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불협화음만을 발견할는지도 모른다. 아마추어들이 하는 공연은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행위일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첫 무대일 것이다. 세대 간의 대화는 단순하게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조익정이 마련한 무대 위에서 한국 사회가 당면한 10대 청소년의 위치와 그들의 이야기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조익정 Ikjung Cho (1986, 서울 생, 서울 거주)은 한 개인의 감성으로 일상의 사건을 새로이 인지하고 발언하고자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주로 다큐멘터리, 퍼포먼스, 드로잉 등의 형식을 차용하여 여러가지 문화적 코드들과 심리적인 증상들을 조합시킨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조익정은 이화여자대학교 회화판화과를 졸업하고 런던의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을 졸업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의 두산아트센터, 상상마당, 토탈미술관에서 그룹전을 가졌고, 파리의 L‘espace des arts sans frontiers, 모로코 라밧의L’appartment 22, 런던의 Arts Admin과 Salon Flux에서, Even the Neck 협력하여 런던의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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