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시지원센터 ‘나무’, 가출청소녀에 연 8천건 돌봄 지원

서울시 일시지원센터 ‘나무’, 가출청소녀에 연 8천건 돌봄 지원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2.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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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때 첫 가출 이후 재가출을 반복했던 성은이(가명, 16세)는 친구소개로 ‘나무’를 알게 되었다. 가출 중에도 쉼터입소는 꺼렸지만 ‘나무’는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또 ‘나무’는 다시 학교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학교에 가기 싫거나 다시 집을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들면 성은이는 나무를 찾아간다. ‘나무’에는 또래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의 격려와 언니 같고, 엄마 같은 카페지기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충고가 있어,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지난해 2월 가출 청소녀의 욕구와 행동반경을 반영해 개관한 새로운 유형의 일시지원센터 ‘나무’가 청소녀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일시지원센터는 일시쉼터와 상담카페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담카페는 위기 청소녀 이용 공간이라는 낙인을 없애기 위해 일반카페처럼 운영된다.

지원 서비스는 △일시보호와 식사제공 △상담카페 △현장상담부스 △긴급구조 △성매매예방교육 △의료서비스 지원 △보호시설 연계 등으로 구성된다.

일시지원센터 ‘나무’는 지난 1년 동안 숙식제공, 샤워 및 세탁 등 일시생활지원 서비스 6,529건, 성매매 예방교육 및 자립교육, 문화서비스지원 등 2,189건, 총 8,718건의 위기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평균 28건에 해당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시지원센터 ‘나무’를 이용한 위기 청소녀는 연인원 2,131명이며, 이용자의 연령대는 14-16세가 53%로 가장 많았고, 17-19세(33%)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또 위기 청소녀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귀가 지원한 경우는 89건, 쉼터 등 지원시설로 연계한 경우는 155건이며, 의료기관(21건), 자립지원기관(27건), 상담소 등(31건)에도 연계했다.

상담지원 1,862건 중에서는 가출관련 상담이 56%(1,037건)로 가장 많았고, 성매매 및 성폭력 등 성관련 상담은 16%(301건), 음주·흡연 등 비행관련 상담 8%(150건), 가족관련 상담 7%(137건) 순이었다.

한편 서울시에서 실시한 가출청소녀(女)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출청소녀 2명 중 1명은 장기 가출 중이며, 4명중 1명은 특정 거주지 없이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입소자들은 노숙하는 경우가 많아 밤에는 거리를 배회하고 이른 새벽시간대에 잠을 자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 청소녀 중 6개월 이상 장기 가출 중인 경우는 45.9%였으며, 거리나 모텔·여관 등 특정 거주지 없이 생활하는 경우는 22%로 나타났다. 또 비입소 가출 청소녀의 경우 70.4%가 ‘0시에서 8시’에 취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 1주년맞아 고시원, 쪽방 등 가출팸거주지 주1회 방문해 사례관리 실시>

개소 1주년을 맞은 일시지원센터는 가출 청소녀가 포함된 ‘가출팸 가구’지원을 통한 사례관리를 실시한다.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서 지내는 가출팸 거주지에 주1회 방문해 상담뿐만 아니라 청소, 세탁, 요리 등 일상생활훈련과 성매매 예방교육 및 피임교육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성적자기결정권, 의사소통훈련, 양성평등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성(sexuality)교육을 실시하여 청소녀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또한, 귀가 후 가출 등 위기 상황에 재유입 될 우려가 있는 청소녀 대상으로 사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사례담당자가 정기적으로 면접상담과 함께 부모상담을 지원하며, 지역 교육복지네트워크 등과 협력해 가정과 학교, 지역이 함께 위기 청소녀를 지원할 수 있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의사, 주부, 교사 등 지역활동가들이‘나무’통해 청소녀 적극 지원 중>

특히 나무는 안전한 마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뜻을 모은 지역활동가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10대 청소년부터 초중고생을 둔 학부모까지 연령층뿐만 아니라 주부, 한의사, 간호사, 유치원교사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이들은 위기 청소녀들을 만난 경험을 통해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도록 알리는 마을축제 등 다양한 활동으로 마을이 함께 위기 청소녀를 품고,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지역공동체 의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활동가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활동에 참여한다. 유아기 아동부터 초·중·고등학생 자녀까지 ‘나무’를 이용하는 청소녀들과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나무의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그리고 나무를 이용했던 위기 경험이 있는 청소녀들이 또래모임에 참여해 또 다른 위기를 경험하는 친구들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또, 정기적으로 활동가 보수교육과 월례회의를 실시하여 활동가 스스로 역량강화 할 수 기회를 제공하며, 성매매 방지 상담원 양성교육, 성폭력상담원 등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나무’의 이경희 선생님은 거리상담 자원활동가로 시작해 지금은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평소 지역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이경희 선생님은 지역주민을 위한 활동가양성 교육을 듣고, 위기 청소녀를 위한 거리상담 활동을 시작했다. 거리의 청소녀들을 만나면서 사춘기 딸아이와의 갈등은 대화와 이해로 해소되었고, 지금은 친구같은 엄마로 관계가 좋아졌다. 자신과 딸의 변화를 경험한 이경희 선생님은 위기 청소녀들도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금과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고,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계속 변화하는 위기 청소녀들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청소년 밀집지역인 신림역 부근에서 정기적으로 현장상담 부스를 운영하며, 더불어 2인 1조로 구성된 상담가들이 간단 먹을거리 등을 준비해 위기 청소녀들이 있는 곳곳으로 직접 찾아다니며 1:1로 상담 지원하는 거리상담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일시지원센터는 가출팸을 형성하거나 노숙을 하면서도 쉼터에 입소하지 않는 가출 청소녀들의 욕구와 행동반경을 반영한 새로운 유형의 지원시설로서, 위기 청소녀가 공적 지원시스템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위기 청소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지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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