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물질로 알아보는 향의 세계 ‘사과 향은 없다’ 출간

향기 물질로 알아보는 향의 세계 ‘사과 향은 없다’ 출간

  • 박현숙 기자
  • 승인 2023.06.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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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향은 없다’ 표지

예문당이 향기 물질로서 향을 설명하는 ‘사과 향은 없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50가지 대표적인 향기 물질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품의 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과에 사과 맛이라고 느끼게 하는 특별한 물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과 맛은 약간의 단맛과 산미가 대부분이고, 우리가 느끼는 사과 맛의 정체는 향이다. 사과만의 특별한 향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식품에도 존재하는 여러 향기 물질의 조합이 우리가 사과 향이라고 느끼게 한다.

향기 물질은 아주 작은 휘발성 분자로서 가벼워서 공기 중을 떠돌다가 코에 있는 후각 세포와 결합해 냄새로 감지되는 물질들을 말한다.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과학이 밝혀낸 향의 정체는 사람의 코에 존재하는 향기 물질을 감지하는 400여 종의 수용체가 향기 물질과 반응해 만들어내는 신호의 해석이다. 측정기기의 발전으로 식품에 존재하는 1만1000여 가지의 향기 물질이 밝혀졌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분석 자료만으로는 어떤 맛일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뇌 과학과 생리학의 발전으로 많은 후각의 비밀이 밝혀졌지만, 후각은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은 영역이다.

최낙언 저자 역시 너무나 많은 종류의 향기 물질과 예측하기 힘든 혼합 후 결과에 설명할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향기 물질로서 향을 이해하고, 이용하려는 시도들 덕분에 생각을 바꾸게 됐다. 세상에 존재하는 향기 물질의 종류는 많지만, 실제로 식품의 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핵심적인 향기 물질 수는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저자는 이전 저서인 ‘향의 언어’를 준비하며 식품에 존재하는 향기 물질을 정리하고 △식물/효소로 만들어지는 향 △미생물/발효로 만들어지는 향 △가열로 만들어지는 향으로 구분해 식품의 향을 공부하는 데 가장 유용한 100가지 향기 물질을 고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물로 2019년부터 꾸준히 커피, 차, 술, 아로마테라피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향기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을 진행해 보니 50가지 향기 물질만 알아도 향과 후각을 이해하는 데 충분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 내용을 정리한 결과물이 바로 이번에 출간한 ‘사과 향은 없다’다.

많은 사람이 음식의 맛, 향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향을 묘사하는 마땅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향을 묘사하기 위해 사과 향, 딸기 향, 유칼립투스 향과 같이 표현된 ‘아로마 휠’을 이용했다. 와인에서 바닐라, 사과 향이 느껴진다면 와인에 바닐라, 딸기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바닐린(vanillin), 에틸헥사노에이트(Ethyl hexanoate) 같은 향기 분자가 포함됐다는 의미이다. 향신료, 차, 과일, 와인, 술, 커피 등 어떤 음식을 공부해도 맛과 향을 조금만 깊이 공부하면 결국 향기 물질과 만나게 된다. 향을 향기 물질로 공부하면 훨씬 직접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데, 돌고 돌아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부해 왔던 것이다.

그동안 향기 물질은 조향사의 영역이었다. ‘사과 향은 없다’는 향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생소하고 종류가 많은 향기 물질 사이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관련 종사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가이드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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