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북이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동물 탐사기’를 출간했다.
지금은 TV 방송 제작을 위해 열대를 탐험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1950년대라면 어땠을까.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TV가 발명된 지 고작 20년이 지난 1952년에 영국 BBC의 PD가 됐다. 그리고 28세이던 1954년 ‘동물원 탐사(Zoo Quest)’를 기획·제작해 인기를 얻었다. 인기 비결은 흑백 TV 시대였지만, 자연 속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상과 스튜디오 생방송의 묘미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데 있었다.
해외 촬영을 위해 방송사 간부를 설득한 애튼버러는 35㎜ 필름 대신 당시에 아마추어용이라고 했지만 휴대하기 좋은 16㎜ 필름과 장비를 들고 런던 동물원의 사육사 잭 레스터, 카메라맨 하를레스 라구스와 함께 아프리카로 향했다. 시에라리온 열대 우림의 유일한 희귀동물 흰목바위새를 세계 최초로 촬영하고, 클로즈업한 개미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으며, 살아있는 새를 스튜디오에서 선보였다. 방송은 대성공이었고 동물원 탐사는 이 책의 무대가 된 가이아나와 인도네시아, 파라과이로 해외 탐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부터 방송된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으로 소개됐다.
애튼버러는 승승장구한 BBC 동물원 탐사의 PD 겸 진행자였지만 당시 해외 탐사지의 여건은 험난하고 고되기만 했다. 더욱이 ‘동물을 산 채로’ 영국으로 데리고 오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역경을 헤치고 ‘특명’을 완수한다. 이 책은 애튼버러가 동물원 탐사의 첫 해외 촬영을 하게 된 이야기부터 촬영 때마다 집필했던 1~3차에 걸친 남미 가이아나, 파라과이와 인도네시아 발리, 보르네오, 코모도섬을 탐험한 여행기다.
애튼버러는 동물들을 직접 포획하거나, 원주민에게 장식 구슬이나 물품을 주고 건네받는다. 야생동물들을 즉석 우리를 만들어 가두거나 어린 동물들은 우유를 먹여서 영국으로 데려와 동물원에 수용시킨다. 이 과정들은 현대 시각으로 봤을 때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애튼버러는 여러 번 사과를 했다. 그리고 잡은 동물을 무조건 런던으로 데려가기보다는 동물들의 적응 여부를 고려했다. 영국에는 없는 특정한 식물만을 섭취하는 세발가락나무늘보를 숲으로 방사하는 등 동물의 희생을 당연시하지는 않았다.
방송 제작과 동물원을 위한 동물 수집에서 시작된 탐사였지만 애튼버러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을 보전하고, 서식지를 보호하려는 동물학자이자 자연사학자로서 한 발 내딛는 계기가 됐다. 또 애튼버러는 동물 탐사 초기에는 열대 정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호기심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방송으로 담아내고자 했다면, 점차 전 지구적인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과 기후 변화에 대한 인류의 각성 등 지속 가능한 자연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전개돼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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