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범보전기금-온율,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서 100여년 전사살된 호랑이 가죽 2장 소장 사실 확인

한국범보전기금-온율,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서 100여년 전사살된 호랑이 가죽 2장 소장 사실 확인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5.12.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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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범보전기금-온율,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서 100여년 전사살된 호랑이 가죽 2장 소장 사실 확인

(사)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교수)과 (사)온율(이사장 신성택)은 1902년 목포 인근에서 사살된 호랑이 가죽 2장이 미국 하버드대학교 비교동물학박물관(Museum of Comparative Zoology, 이하 MCZ)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한국호랑이 가죽 표본 두 점은 윌리암 스미스라는 미국인 의사가 1902-1903년 겨울에 목포 인근에서 사냥하여 잡은 호랑이 두 마리의 가죽으로 스미스 의사가 모교인 하버드대 박물관에 기증하여 지금까지 100년 넘게 보존되어 있었던 것들이다.

(사)한국범보전기금은 지난 10여 년간 해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호랑이의 두개골, 뼈, 가죽 등 유존체를 추적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 잡힌 호랑이 가죽 2장이 하버드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정보를 접하였고, (사)온율을 통하여 마침 하버드대에 유학 중이던 이승민, 이태호 두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지난 달(2015. 10. 16) MCZ의 협조 하에 한국호랑이 가죽 두 점을 촬영하고 측정을 실시할 수 있었다. 이번 한국호랑이 가죽 표본 확인 작업은 (사)한국범보전기금, (사)온율, 하버드대 박물관, 세 기관의 긴밀한 협력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실제 표본을 확인한 두 변호사는 법무법인(유한) 율촌 소속의 변호사로서, (사)온율은 법무법인 율촌이 사회공헌사업을 위해 설립한 공익 사단법인이다.

윌리암 스미스(William Lord Smith)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미국 보스턴 출신의 의사로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대형동물들을 사냥했던 유명한 수렵가였다. 스미스는 1902~1903년 겨울에 3개월 동안 조선에 와서 목포 인근 해안가에서 사냥하면서 호랑이 3마리를 포획하였는데 그 중 두 마리의 가죽을 자신의 모교인 하버드대 박물관에 기증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유한) 율촌의 변호사이며 한국범 보전활동에 참여해 온 조장혁 씨는 “그 동안 남한에서 잡힌 유일한 호랑이 표본으로 알려진 목포 유달초등학교 소장 박제는 탈색(脫色)되어 남한 호랑이의 원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 동안 온라인 문서로만 알려져 있던 한국호랑이 가죽 표본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촬영과 계측까지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멸절된 한국호랑이 연구를 위해 중요한 학술적 자료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선 호랑이 가죽의 발견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범보전기금 대표를 맡고 있는 이항 서울대 교수는 “앞으로 하버드대 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호랑이 가죽에서 DNA를 추출하여 한국호랑이의 유전계통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의사가 조선에 수렵 여행을 왔던 20세기 초,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호랑이 사냥터였다. 스미스와 비슷한 시기에 역시 전남 목포와 진도에서 호랑이 두 마리를 사냥한 포드 바클레이(Ford G. Barclay), 1922년경 북한 지역에서 호랑이를 사냥한 Kermit Roosevelt, 비록 실패했지만 1906년 목포에서 호랑이 사냥에 나섰던 Francis Lindley와 1911년 무산에서 호랑이 사냥을 시도했던 Roy Chapman Andrews, 일본의 대부호 야마모도 다다사부로 등의 호랑이 사냥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호랑이는 결국 일제가 시행한 해수구제 정책에 의해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번에 발견된 조선 호랑이 가죽 표본은 영화 <대호>와 관련하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지키려는 포수 천만덕에 관한 이야기이다. 실제 마지막 조선 호랑이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일제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야생 호랑이 수명이 15년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하버드대에 가죽을 남긴 호랑이는 실제 조선 마지막 호랑이의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에 해당한다.

한편 12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 영화 <대호>의 주연배우를 맡은 최민식 씨는 “조선 호랑이는 민족의 정기일수도 있고, 우리가 지켜내야만 하는 순수한 정서, 자존심일 수 있다. 단순히 생물학적인 의미에서의 호랑이가 아니라, 대자연과 더불어 이 호랑이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그 시대의 정신적인 상징성에 매료되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조선 호랑이의 상징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한국범보전기금 이항 대표는, “비록 한반도에서는 호랑이가 사라졌으나 그렇다고 조선 호랑이가 완전히 멸종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범보전기금은 일본과 미국의 박물관에서 찾아낸 한국호랑이의 뼈에서 추출한 DNA와 아무르(시베리아)호랑이 DNA를 비교한 결과, 한국호랑이과 아무르호랑이가 같은 혈통이라는 것을 2012년에 밝힌 바 있다.

이에 근거하여 이항 교수는 “한국호랑이는 멸종된 것이 아니고 지금 러시아 연해주 및 중국, 북한 접경지역에 살아남은 아무르호랑이 약 400마리가 바로 한국호랑이”라며 “이 호랑이들의 서식영역을 확장시켜 북한과 중국 백두산 지역에 호랑이를 복원시키게 된다면 결국 한반도에 호랑이를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범보전기금은 현재 북한에 가까운 중국 백두산 지역에 한국호랑이 복원이 가능한지를 조사하는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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