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 높은 기업 여전히 많다’

‘신용위험 높은 기업 여전히 많다’

  • 하준철 기자
  • 승인 2010.01.18 11: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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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상장기업 1/3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 감당 못해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하고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원활해졌다. 그렇지만 기업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 중에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3분기 누적 실적 기준 국내 상장기업 중에서 1/3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고, 2/3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화 위험이 높은 기업이 여전히 많은 것은 수익성 개선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단기적인 생존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무구조조정에 중점이 두어지면서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렇지만 자산의 효율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는 개선되었지만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 개선이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자 및 원금 상환 압력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낮아 자본비용 이상의 초과수익을 올리지 못해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기업도 상당했다.

기업가치창조라는 진정한 구조조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가 일정 수준 개선된 기업들의 경우 수익성 개선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의 부실 예방을 위해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시장원리에 의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정책의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Ⅰ. 최근 기업자금조달 여건 변화

주식시장 상승과 외환시장 안정

세계경제를 뒤덮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암운이 걷히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반 하락하면서 2008년 10월 하순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938포인트까지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0원 가까이 치솟았으나 2009년 들어 각국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국내 금융시장은 실물경제의 빠른 회복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했다. 코스피 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하여 2010년 1월 초순 17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대초반으로 하락하여 환율 상승보다는 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기업자금조달 여건 개선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기업자금조달 상황도 개선되었다.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실시되고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정부의 자금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자금사정이 호전되었다. 아직까지는 자금사정이 개선되었다고 느끼고 있는 기업이 악화되었다고 느끼는 기업보다 적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사정은 2008년 말에 비해 현저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7%대까지 상승했던 CP 유통수익률(91일 기준)은 2%대로 하락했고, 9%대에 육박했던 회사채수익률(3년 만기 AA- 등급 기준)은 4%대로 낮아졌다. 장기자본조달 수단인 회사채와 단기자금조달 수단인 CP의 수익률이 모두 하락했다는 것은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되던 기업들의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009년 들어 크게 증가했다. 2009년 들어 11월까지 주식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8.3조원을 기록하여 2008년 같은 기간의 4.5조원에 비해 85% 증가했다. 회사채 발행 규모도 44.8조원에서 75.4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은행들의 대출금은 75.1조원에서 1/3 수준인 25.1조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은행들의 대출금이 감소한 것은 기업 부실화 우려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증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기업들이 대출보다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저금리에 따라 예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기업부도 감소

전반적인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가운데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이 크게 증가하면서 2008년 말을 고비로 기업 대출금의 연체율이 하락했다. 2009년 1분기 월평균 2.1%까지 상승했던 기업대출금에 대한 연체율은 2009년 4분기(10월과 11월 평균)에는 1.6%로 하락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파급되기 이전 수준까지는 낮아지지 못했지만 2009년 들어 빠른 하락 추세를 보였다.

자금시장을 통한 자금공급이 원활해지고 정부지원이 지속되면서 부도율이 낮아지고 부도기업 수도 감소했다. 2009년 부도율은 2007년 수준으로 하락했고 부도업체 수는2007년보다 더 적어졌다. 부도업체 수가 감소한 것은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94조원을 공급하는 등 특히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자금지원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Ⅱ.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 상존

시중금리 하락, 기업자금조달 증가, 연체율 하락, 부도기업 감소 등 지표상으로는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리먼 사태 직후와 같은 극심한 위험회피현상은 상당히 완화되었지만 기업 부실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현상은 여전히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잠재요인으로 잠복해 있다.

신용스프레드 높은 수준 유지

무엇보다도 위험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신용스프레드(회사채수익률-국고채수익률)가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기업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 상존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신용스프레드는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해 안전자산보다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수익률이다. 따라서 위험회피 현상이 강화되거나 신용위험이 높아질수록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신용스프레드도 커진다.

우리나라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를 살펴보면 신용위험이 작은 회사채는 신용스프레드가 거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위험도가 높다고 인식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스프레드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2008년 말 4%p대까지 상승했던 AA- 등급의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2009년 말에 1%p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아직까지 2007년의 월평균 0.47%p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지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의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신용위험이 높은 BBB 등급의 신용스프레드는 2009년 하반기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위기 이전의 3%p대에 비해 훨씬 높은 7%p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본거지인 미국의 신용스프레드는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와 낮은 회사채 모두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2월 미국Aaa 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미국채수익률-회사채수익률)는 0.77%p를 기록하여 2007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Baa 등급의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도 2007년과 유사한 수준인 1.8%p대로 하락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미국의 신용스프레드는 위기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차이가 있고 신용등급의 불일치로 인해 정확한 비교가 어려운 한계점은 있다. 하지만 신용스프레드 변화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기피현상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태도 강화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음은 금융기관의 대출태도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는 2010년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이 경색되었던 2008년 말에 비해 정도는 덜하지만 실물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은 여전히 기업들의 신용위험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2010년에는 세계경기 회복에 힘입어 국내 경기도 상승세를 보이고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신용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대출을 좀 더 엄격하게 운용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금융기관들의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어려움을 시사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등급 낮은 회사채 발행 어려움 지속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크게 증가했지만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집중되었다. 특히 리먼 사태 이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급격하게 위축되어 2009년 1분기에는 BBB 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 비중은8.8%에 불과했다.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회복하면서 BBB 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2007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신용등급별 발행 실적을 보아도 AAA와 AA 등급과 같이 신용도가 높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증가했다. 다소 높은 금리를 지불해서라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기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를 원하는 기업들과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에 대한 수요를 원하는 투자자 간의 이해관계가회사채 발행과 투자를 통해 충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위험회피 성향이 상당히 수그러들고 금융시장 안정이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신용위험에 대해서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추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은 요구하고 있었다. 또한 위험도가 높은 기업의 자금조달은 여전히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은 향후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모두 국내 기업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며,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잠재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Ⅲ. 재무건전성 취약 기업 상당수 존재

상장기업의 1/3은 이자상환능력 취약 기업

금융시장에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이 많아 기업 부실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개선되었지만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이 아직도 상당수 존재한다. 부채상환능력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로 살펴보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으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국내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중앙값)은 1997년 0.9에서 상승세를 지속하여 2009년(3분기 누적 실적 기준)에는 3.5로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6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1.9로 높아졌다. 반면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순서대로 하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지속적으로 1 이하에 머물면서 개선되지 못했다.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의 비중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상당수를 차지한다.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이자보상배율 1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금리 하락에 힘입어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3분기 실적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25.7%는 이자보상배율 1을 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상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4개 중에서 1개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3분기 동안의 실적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 비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많이 상장되어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을 합하면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들의 비중은 34.9%로 더욱 늘어난다. 전체 차입금 중에서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들의 차입금은 28.5%에 이른다. 기업 수에 비해서는 작지만 여전히 1/4 정도의 차입금이 경영환경이 약화될 경우 부실화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비상장기업을 포함하면 부채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상장기업의 1/5은 한계기업에 해당

정부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10개 대기업그룹에 대해서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3차에 걸친 신용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력하면서 금융이나 기업의 체질개선 노력은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평가하고 2010년에는 기업구조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대해 실시된 신용보증은 2010년 상반기까지 연장하되 한계기업을 제외하는 등 지원의 선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자금지원에서 제외되는 한계기업의 기준으로 ▲2년 연속 차입금이 매출액 초과 또는 ▲2년 연속 자기자본 완전잠식 또는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 등을 예시적으로 제시하였다(기획재정부, 2010년 경제정책방향 참고자료, 2009.12.10.).

정부가 예시한 기준을 적용하여 1,583개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기업을 분석해보면 349개(22%) 기업이 정부가 예시한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차입금이 매출액을 초과하는 기업이 110개(6.9%), 2년 연속 자기자본 완전잠식 기업이 5개(0.3%),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이 314개(19.8%) 등으로 조사되었다. 정부가 예시한 다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개(0.3%) 기업 중에서 1개 기업이 정부의 자금지원에서 제외되는 한계기업에 해당한다.

원금상환능력은 더욱 취약

기업들은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흐름으로 차입금과 관련하여 이자뿐만 아니라 만기가 돌아오는 원금도 상환하여야 한다. 따라서 좀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부채상환능력은 원금상환 가능성도 포함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현금흐름보상배율([(영업현금흐름+금융비용)/(단기차입금+금융비용)])을 사용하면 기업들의 이자지급과 원금상환 능력을 모두 감안하여 부채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현금흐름보상배율은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과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측정한다. 현금흐름보상배율 1 미만은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이 금융비용과 차입금 상환 규모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현금흐름보상배율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을 살펴보면 국내기업의 이자 및 원금상환 능력에 대한 실상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2009년 3분기 실적 기준 상장기업 중에서 현금흐름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은 68.3%에 달했다. 비록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에 의해 기업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던 시기였지만 3개 기업 중에서 2개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으로 금융비용과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만약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이 외부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도산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무건전성 취약 대기업도 잠재적 불안 요인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수익성이 낮아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대기업도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다. 41개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 중에서 1~3분기 누적실적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대기업집단은2008년 7개에서 2009년 12개로 증가했다. 이중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대기업은 집단은 5개였다.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집단의 대부분은 이미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대기업집단 중에서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제외된 경우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구조조정 추진과 자금 지원 등으로 대기업집단의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은 지분관계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소속 기업 하나의 부실화는 전체 기업집단의 신인도 하락으로 연결되면서 우량기업의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의 차입금은 규모가 크고 회사채로 조달한 경우가 많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비록 전체 대기업집단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하더라도 일부 부실한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러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대기업집단 전체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면서 한동안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부실화 가능성 높은 기업의 비중 작아

신용위험 해소와 관련하여 미국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은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금융위기에 의한 실물경제 위축으로 미국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위축되었지만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비중은 우리나라 상장기업에 비해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장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비중은 29.6%로 우리나라 상장기업(34.9%)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금흐름보상배율에 있어서는 차이가 현저했다. 미국기업 중에서 현금흐름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3.3%로 우리나라(68.3%)의 1/3 수준이었다.

현금흐름보상배율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분포의차이가 큰 것은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은 미국기업에 비해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1 단기차입금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단기적인 원금상환 압력이 높아 신용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미국의 신용스프레드가 우리나라에 비해 빠르게 하락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단기적인 이자 및 원금 상환 압력에 노출된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의 비중이 작아 기업들의 신용위험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크지 않았던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기업들은 대부분 수익창출능력이 낮고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경기가 위축되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수익성이 하락하거나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증가하면서 부실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경영여건이 악화될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어 이들 기업이 지닌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Ⅳ. 국내 기업의 가치창출능력과 신용위험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은 부실화된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정상적인기업들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활동도 구조조정에 포함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생존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무구조조정, 정상기업은 자산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은 재무구조조정과 사업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했다.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수익성이 모두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소유 및 지배 구조조정을 포함하여 인력구조, 조직구조 등 기업의 다양한 측면에 걸쳐 광범위하게구조조정이 추진되었다. 구조조정의 다양한 측면 중에서 재무구조조정과 사업구조조정은 재무지표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재무구조조정은 부채비율 축소, 사업구조조정은 수익성 제고를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재무구조조정과 사업구조조정의 성과는 기업의 재무구조와 자산효율성 및 수익성 변화를 통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재무구조와 수익성 변화를 통해 국내기업이 외환위기 이후 추진해 온 구조조정의 방향과 성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기업구조조정 주로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개선되었고 수익창출능력도 제고되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200%(중앙값 기준)를 넘었던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2009년 9월말 기준 80.8%로 하락했다. 영업활동을 위해 투자한 자산으로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가를 나타내는 투하자산수익률도 완만하게나마 상승세를 지속해서 9%대로 높아졌다. 이는 본질적인 투자와 영업 활동을 통한 수익성이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기업들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부채비율 하락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영업활동의 수익성 개선은 미흡

투하자산수익률은 투하자산의 효율성과 영업활동의 수익성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투하자산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투하자산회전율(매출액/투하자산)과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을 살펴보면 투하자산수익률의 개선은 주로 투하자산의 효율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투하자산회전율은 2000년대 초반 1.5 내외 수준에서 2008년에는 1.9로 높아졌다. 동일한 규모의 투자자산에 대해 더 많은 매출을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오히려 5%대에서 4%대 중반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9년에 들어서는 매출액이 둔화되면서 투하자산회전율이 하락했다. 반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상승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출액이 둔화되면서 달성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의미가 다소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 이루어진 투하자산회전율의 개선도 매출액이 크게 늘지 못하는 가운데 투자가 둔화되면서 성장성을 대신해서 이루어진 성격이 강해 보인다.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는 개선되었지만 수익구조의 개선은 다소 미흡해 성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실물경제가 낮은 성장세를 지속함에 따라 수익성이 하락하는 것은 일정부분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은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영업활동의 수익성 개선이 미흡했음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상당수 기업이 여전히 가치훼손 기업

기업구조조정은 본질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기위해서는 기업에 투자한 자본에 대한 대가인 자본비용 이상의 수익성을 올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국내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는 많이 개선했지만 수익성이 낮아 아직도 상당수 기업이 자본비용 이상의 초과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투하자산수익률과 차입금평균이자율을 비교하여 초과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투하자산수익률이 차입금평균이자율보다 크면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투하자산수익률이 차입금평균이자율보다 작으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절반 이상의 기업이 투하자산수익률이 자본비용보다 작아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최근 이러한 기업의 비중은 40% 내외 수준으로 하락했다. 2008년과 2009년 3분기 실적 기준 각각 41.0%, 36.5%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이 10년 이상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 반면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기업의 비중은 2009년 3분기 말 14.1%로 하락하여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나타난다.

초과수익 달성도 기업의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보다는 금융비용 감소에 기인하는 측면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개선은 완만했던 반면2000년대 초반 10%를 넘었던 상장기업의 차입금평균이자율(중앙값 기준)은 2009년 5.9%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차입금평균이자율을 자본비용으로 간주했는데 실제로 자본비용은 차입금평균이자율에 비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은 분석의 결과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업이 초과수익을 창출해야 신규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성장성을 높이면서 수익성과 안정성, 성장성이 조화되는 경영활동이 가능해진다. 국내기업은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은 강화되었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당장의 생존을 위한 재무구조조정에 치우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 제고는 이루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수익성 개선이 미흡했다는 측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개선과 현금흐름창출 능력이 부족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위기와 같이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될 경우에는 부실화 위험에 빠지는 기업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국내 기업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기반 마련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Ⅴ. 결론 및 시사점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그렇지만 신용스프레드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까지 자금공급이 확산되지 못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감이 사라지지 못하는 것은 기업 중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용되는 평가기준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다르지만 여러 가지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대략 국내 기업 3개 기업 중에서 1개는 경영환경이 악화될 경우 부실화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이 기업 부실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신용위험에 대한 기피 현상이 금융시장에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이 많다보니 어떤 기업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전체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기업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기업부실화 위험이 높은 것은 수익성 개선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금융비용 부담은 감소했지만 수익성 개선이 미흡했고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단기적인 이자 및 원금 상환 압력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본비용 이상의 초과수익을 올리지 못해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기업의 비중도 아직까지 상당했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가치창조라는 진정한 구조조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가 일정 수준 개선된 기업들은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위하는 사업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

기업구조조정은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사업구조와 수익구조, 지배구조 등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목표 간에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다양한 구조조정의 목표 중에서 재무구조는 개선되었지만 수익성 개선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고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도 기업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업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수익성과재무건전성이 개선되면 기업부실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면서 위험기피 현상도 완화될 것이다. 이와 같이 위험기피 현상이 완화되면 다소 위험이 높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사업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용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은 기업이 존재하는 동안은 계속 추진되어야 하는 활동이다. 경제전체의 효율성 제고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기업구조조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느슨한 구조조정은 경제 전체적으로 부실을 누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지나친 구조조정은 실물경제 활동을 급격하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기업부실이 급격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정부 개입에 의한 구조조정은 일정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을 통한 신용위험에 대한 평가를 지속해 나가는 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정책은 제도변화를 통해 시장원리에 의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 시장원리에 의해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투자자에게 빠르게 전달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긴요하며, 금융기관과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강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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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6-21 07:53:39
기사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