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앞두고 곱씹어보는 세 가지

새해 앞두고 곱씹어보는 세 가지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12.1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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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앞두고 곱씹어보는 세 가지

연말연시, 각종 행사와 약속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한해를 점검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고전을 통해 성찰의 메시지를 되새기는 이들이다.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각종 할인도서들의 거품이 빠지고 난 뒤, 이 같은 고전 해설서가 상위 베스트셀러에 다수 랭크되고 있다. 이들 책은 교훈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깨달음과 지혜를 전한다. 각종 SNS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메시지 세 가지를 추려봤다.

1. 헛똑똑이를 경계하라
‘헛똑똑이’는 겉으로는 아는 것이 많아 보이나, 정작 알아야 할 것은 모르거나 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드라마 <미생>에서도 언급됐다. “헛똑똑이 하나가 탄생했구만. 사업 아이템 얘기하겠다더니 뭐가 이렇게 현란해? 어설프게 알지도 못하는 용어 붙이고. 말이 먼저가 아니란 말야!”
섣불리 밑천 드러내지 말 것, 그리고 내실을 다질 것을 새해엔 다짐해본다. 누군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가요?”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그럼 가장 쉬운 일은? “남에게 충고하는 것.”

2. 몸은 세상에 치일지언정, 마음만큼은 자유로워라
새해에 결심 한두 가지쯤은 기본이다. ‘올해는 반드시’라고 의욕을 다지거나, ‘꼭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해본다. 하지만 그런 중압감과 과욕이야말로 가장 피해야 할 영순위가 아닐까. “빈방에 볕이 들면 좋은 징조가 깃든다. 그러나 마음이 그칠 곳에 그치지 못하면 앉아서 달리는 꼴이 된다.” 《장자》 ‘인간세’ 편에 나오는 말이다.
빈방에 볕이 드는 것처럼, 마음 비웠을 때 새롭게 채울 여지도 생긴다. 연말이면 후회와 회한이 밀려와 괜스레 ‘마음만 앉아서 달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야말로 ‘멈춤’을 화두 삼을 필요가 있다. 물리적인 멈춤이 아니라 마음의 멈춤. 퇴근도 안 하고 밤 샌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긴장 풀고, 마치 남의 일 보듯 심드렁해지는 그 순간, 문제의 해답이 보인다. 거리 두기, 또는 마음 비우기 효과다. 장자의 용어로는 ‘무심(無心)’이다. 말 그대로 무심히 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비로소 보인다.

3. 순간의 최선이 운명이다
이맘때면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로마 정치가 키케로의 이런 말은 어떤가. “미래를 안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소득 없이 자신을 괴롭힐 뿐이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 자기 그림자를 미워하고 자기 발자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림자와 발자국에서 도망치려고 달렸다. 그러나 달아날수록 그림자는 바짝 쫓아왔고 발자국은 더 많아졌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주인공이 한심한 듯 내뱉는다. “그늘에서 멈추면 될 것을.”
지금껏 내가 새겨온 발자국, 그리고 내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도망갈 수도 없다. 사람들은 가끔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나 부정한들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손 댈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재뿐.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순간의 최선이 모여 운명을 만든다.

*도움말 : 신간 《그때 장자를 만났다》(강상구 지음. 흐름출판 펴냄).

이 책은... ‘무위자연(無爲自然)’. 네 자로 간단히 정리되곤 하는 중국 사상가 ‘장자’에 대한 해설서다. 신선놀음으로 오해받지만, 실은 험한 세상 살아가는 삶의 기술이다. 저자는 30만 직장인들이 공감한 베스트셀러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의 강상구 기자다. 그는 ‘장자’의 저작에 현실을 대입하며 “답답한 세상에선 규칙의 틀에 우릴 가두는 ‘논어’보다 자유로운 ‘장자’가 제격”이라고 저술의 변을 밝힌다. ‘장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리스, 로마 철학, 몽테뉴, 카잔차키스 등 서양의 심사숙고를 빌려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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