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매스님 ‘오리지널 미국 중’ 출간

종매스님 ‘오리지널 미국 중’ 출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3.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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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매스님 ‘오리지널 미국 중’ 출간

‘현대 한·영 불교용어사전’을 집필했던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의 종교학과 교수 종매스님(박종매)이 좌충우돌 해외포교 이야기 ‘오리지널 미국 중’을 출간하였다.

미국의 한국 선불교 선지자이신 숭산스님과 도안스님을 가까이 보필하며 해외포교의 길을 이어받은 종매스님은 불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오스트리아에서 처음으로 불교대학을 설립한 이후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50여 국가에서 불교 포교에 앞장서 왔다. 이 책에는 오랜 외국생활과 해외 불제자들과의 인연, 승려로서 경험한 웃지 못할 해프닝, 불사를 하기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사연, LA폭동이 일어났을 때 절을 지켜준 흑인 불자들, 서양의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열린 마음으로 불법을 전하는 사연 등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현대에 알맞은 종교생활의 길잡이가 필요하다

유럽불교는 신앙이 아닌 철학적인 관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불자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더욱 포교가 필요한 곳이라는 역설이다. 그는 불교 행사 때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스님들의 뒷바라지까지 다 해주는 일본인 목사님을 보며 범종교적인 차원에서 불교의 발전을 모색하고, ‘종교는 인간들이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지, 편 가르고 미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고 하며 불교의 퓨전화를 조심스럽게 권하고 있다. 실제로 직업을 가지고 경제생활을 하면서 승려생활을 하는 서양의 수행자들을 보며 ‘수행과 세속적인 삶이 병행되는 삶이 북미나 유럽에서 크게 유행될 것’이라 예견하며 미래의 한국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저자 소개

법명: 종매 (불교학박사)
1954년 서울출생
1972년 북한산 무공스님에게 출가
1975년 화엄사 도광스님을 은사로 제자가 됨
1976년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에게 비구계 수지
1979년 도미
1987년 Anaheim 시에 보광사 개원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 한국사찰 Huayen schule 개원
1999년 캘리포니아주 USC 대학의 불교관장겸 대학 교법사가 됨
2003년 오스트리아에 IBS Austria 불교대학 (정규 2년제) 설립
2007년 미국 Loyola Marymount 대학 종교학부 전임교수가 됨
2007년 태고종 북미-유럽교구 교구장
2013년 태고종 북미-유럽교구 회주(www.taegozen.net)
2013년 IBS USA 불교대학 학장(www.ibs-usa.org)

저서:

Die Lehren des Gautama Buddha-Eine Einfuhrung in den Buddhismus
Lit Publisher, Germany 2006 / Religionwissenschaft Bd.10
A Brief for Buddhism, the teachings of Gotama Buddha
Manohar Books, India 2007 / 2010 / 2012 edition
Fa-Tsang's Four Stages of Dharma Dhatu and its Modern Analytic
Huayen Forum of Globalization, Taiwan 2010
현대 한.영불교용어사전(Modern Korean-Chinese-Sanskrit-English Buddhist Dictionary) Prunbook Publishing Co. Seoul Korea 2012

- 차례

추천사 -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초

글을 시작하며

1부 미국에 오던 해

헝가리 국경에서 / 미국에 오던 해 / 칼슨의 공장에서 일하다 / 씨발놈의 중놈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 비숍의 온천에서 화상을 입다 / 그랜드케년의 겨울 /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 킹스케년에서 곰과의 결투 / 지장암 이정스님의 기도 / 팔로마 이야기

2부 USC대학의 불교관장으로

세도나의 기념품 가게 / UCLA대학 특강 / USC대학의 불교관장으로 / LA 폭동 / 학생들과 1박 2일의 캠핑여행 / 게이와 낙태 / 노무현 대통령 공보자문

3부 유럽의 불교

런던의 보광선원 / 보광사 부처님의 사연 / 유럽의 불교 / 오스트리아 묵림원과 독일의 묵림원 / 혜원과 도공의 다툼 / 다뉴브의 여름 / 오스트리아 불교대학 / 빈에서의 탁발 / 멸제선원(Nirodha Meditation Haus) / 노이도프의 긴 겨울 / ‘Die Lehren des Gautama Buddha(고타마 부처님의 가르침)’/ 프라하의 악사 /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티베트 절 / ‘A Brief for Buddhism(불교개론)’

4부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의 전임교수가 되다

제임스 후레드릭스 신부님 /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의 전임교수가 되다 / 노래하는 해리슨 교수 / 짝꿍 엘리자베스 디브리라우로 교수 / 사랑하는 제자 엘리뇨 콘스탄트 / 데이비드 마이어스 / 메건과 로라 / 로미타 블랙훼더 / ‘현대 한.영 불교용어사전’

5부 베네딕트 교황을 만나다

베네딕트 교황을 만나다 / 쾨닉스씨에서 울다 / 유럽의 제자들 / 리틀도쿄의 감리교회와 정토진종 / 혜진스님의 슬픔 / 미 육군 법사 혜정스님 / LA의 사찰들과 승가협회 / 캐나다인 교구장 / 게이 불교도들 / 미래의 종교

<본문 속으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겁도 났지만 그저 머리 깎고 회색 승복을 입었다는 용기 하나로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아마 불보살님의 엄청난 가호가 있었으리라 본다. 미국의 한국 선불교 선지자이신 숭산스님과 도안스님을 가까이 보필하고 그분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깊이 관찰하며 Original 미국 중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었다. 엉성한 영어 몇 마디를 겁 없이 내갈기며 좌충우돌하기를 십수 년이다. 나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였지만 몸을 추스르기 위해 먹고도 싶었다. 뽀얀 국물과 먹음직스러운 살코기가 둥둥 떠 있는 설렁탕을 앞에 놓고 드디어 말문이 터졌다. 엉엉엉… 소리 내어 우는데 눈물이 설렁탕 국물 위로 수없이 떨어지는 것이다.

엄청난 인간적인 모욕을 받고 살자니 승려의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이 안 되고, 한국으로 가자니 다시 잡히면 죽도록 맞을 것 같았다. 참으로 난감했다. 며칠 동안 잠도 설치고, 가뜩이나 눈물이 많은 나는 징징 울기도 했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작은 골방에 갇힌 듯 아주 초라한 모습이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력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이 어떤 유형의 믿음이라도 인간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스스로 복이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믿음은 종교로서 완벽한 것이다. 인간에게 너무 난해한 교리만을 주장하지 말고 오히려 가장 쉬운 신앙행위로써 인간을 이끌어야 하는 보편성도 있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유럽불교는 신앙적인 아닌 철학적이고 교학적인 관심에서 불교가 시작했기 때문에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아도 실제로 그들을 불자로 만들기에는 엄청나게 역부족이다. 그래서 더더욱 유럽에서 불제자의(특히 승려나 전법사) 양성이 절대 필요하고 또 그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멸제선원’의 맨 끝 방이 나의 방으로, 창문이 아주 작아 서늘함이 느껴지는 방이었다. 나는 이곳 멸제선원에서 1년 반 동안 나의 생에 가장 의미 있는, 그리고 가장 외로웠던 기억을 심게 된다.

나의 글 쓰는 작업은 새벽서부터 밤에 잘 때까지 하루 종일 책과 타이프와의 싸움이다. 불경을 읽고, 사전을 뒤지고, 그리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작업이다. 영어로 쓰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다. 큰 창문에서 길게 나래를 키며 들어오는 햇빛이 좋아 눈을 감고 태양의 음성을 들어본다. 눈이 가득 쌓인 계곡 밑을 바라보며 혹시 누가 먹을 것이라도 가지고 오지 않을까. 교재를 쓰면서도 사람에 갈증이 심하다.

눈이 푹푹 쌓이는 추운 겨울날, 멸제선원의 창고에서 발견한 오래된 배터리충전 축음기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으며 땅에 질질 끌리는 긴 외투를 단단히 껴입었다. 그리고 널따란 언덕 밑을 휘젓고 다니며,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 여럿 탑을 쌓기 시작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가톨릭 신부인 제임스 후레데릭스 박사의 도움으로 또 하나의 불교포교가 시작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세계를 인드라망(Indrajara)이라 한다. 어부가 쓰는 어망처럼 세계의 모든 생명과 물체들이 서로 촘촘히 이어져있다는 설이다. 세계의 수십억의 인간들이 서로 이어져있으며, 그들이 믿는 종교나 신앙도 실제로 서로 이어져 의지하고 있다고 불가에서는 믿는다. 그것이 인연법을 가장 순수하게 설명하며, 불교학자인 제임스 후레데릭스 신부도 그것을 믿고 있다.

유럽에서의 한인불자 수는 아주 소수라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따라서 유럽으로 나가 포교하려는 승려나 전법사는 스스로 경제적인 면에서 자유스러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단차원에서의 큰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내가 잘 아는 일본인 목사님도 불교 행사 때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스님들의 뒷바라지까지 다해 주신다. 하루는 나의 절에 와서 하루 종일 절을 올리고 가신 적이 있었다.

불교, 기독교, 유교, 그 외에 어떤 종교든 같은 동포들의 마음을 갈라놓고 가족을 갈라놓는다면 그 종교는 종교로서 자격이 없다고 하겠다. 종교는 인간들이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지, 인간 서로를 편 가르고 미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각자 직업을 가지고 사찰이나 선원을 운영하는, 즉 수행과 세속적 삶이 병행되는 것으로, 이런 생산적인 삶이 앞으로 북미나 유럽에서 크게 유행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험으로 보아서는 세속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수행하며 살아가는 신세대 성직자는 오히려 나태하지 않다. 서구에 전해진 불교는 샌드위치의 빵이 되든 그 속의 고기가 되든 상관없이 그들의 삶의 양분이 될 것이다.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의 변화이며,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나무랄 수 없다. 적어도 이 시대 동성애자들의 변화는 범죄자들이나 불평불만자들의 부정적인 변화와는 차원이 다른 생물학적 변화이다. 동성을 사랑함이 죄악시되고 범죄자인 양 취급하는 그러한 사회는 인본주의를 절대 기본으로 하는 불교나 기독교에서 반드시 재고되어 모두 함께 살아가는 평등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신앙과 믿음을 믿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며 권리이다. “당신은 어째서 이 종교를 믿지 않느냐?”라고 묻기보다, “당신의 믿음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는 열린 마음과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의 종교도 퓨전화 한다면 어떨까? 불교의 교리로 하나님을 해석하고, 성경의 말씀으로 해탈의 경지를 맛보며, 모하메드의 사랑으로 신약을 해석하고 화엄경을 푸는 것이다.

실제로 북미나 유럽의 여러 곳에서 이미 이러한 신세대의 퓨전식 종교 활동이 활발하다. 가톨릭 신부나 수사들이 성당이나 수도원에서 불교식 참선을 하고, 불자들은 성당을 빌려 법회를 보고 마리아를 관세음보살로 해서 깊은 자비심을 고양한다.

21세기 첨단의 문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첨단 문명에 걸맞게 첨단의 종교생활과 그것에 걸맞은 새로운 신앙관을 도입해야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미래의 세계에선 개종(religious convert)이란 말보다 복수신앙(dualistic faith)이라는 신종어가 많이 쓰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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