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86% “통상임금 판결로 향후 인건비 증가”

기업 86% “통상임금 판결로 향후 인건비 증가”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2.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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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과 각종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다수의 기업들의 인건비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해 과거 소급분에 대한 소송을 제한했으나 상당수 기업들은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00개 대·중소기업(대기업 138개사, 중소기업 162개사)을 대상으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 및 대응계획’을 조사한 결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향후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는 답변이 86.1%에 달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18일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이라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만큼 무효”라고 판결했다.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던 초과근로수당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퇴직금 등이 오르게 되어 전체 임금수준은 판결 전보다 크게 오를 전망이다.

기업 41% “인건비 10%이상 오를 것”…商議 “기업 경영악화 불가피”

실제 통상임금 판결로 인한 인건비 증가폭을 살펴보면, ‘20% 이상 오를 것’이라는 기업이 17.3%, ’15~20%‘이 11.3%, ’10~15%‘이 12.7% 등 전체 응답기업 중 41.3%가 인건비가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5~10%‘, ’5% 미만‘이라는 응답은 각각 22.4%를 차지했고, ’인건비 변화가 없다‘는 답변은 13.9%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00인 이상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이 3.5%였는데 통상임금 판결만으로 상당수 기업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인건비 상승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최근 대내외 경기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추가 인건비를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소급청구 제한했으나…기업 17% “통상임금 소송 불씨 여전”

과거 3년치 소급분 지급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불허 입장을 표명했으나 기업 현장에서는 소송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소송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소송제기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62.0%, ‘노사간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이란 응답이 20.7%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응답기업의 8.1%가 ‘이미 소송이 제기됐다’고 답했고, ‘향후 소송을 제기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도 9.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업과 유노조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컸다. 이들 기업은 ‘이미 소송중이라거나 신규 소송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이 각각 30.7%, 30.3%로 중소기업과 무노조기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대한상의는 “대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해 추가임금 청구를 불허했음에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직 통상임금 판결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급심의 후속 판결에서 소급분에 대한 청구를 명확히 금지해야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자로 ‘퇴직근로자(36.5%)’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노동조합’(30.3%), ‘재직근로자’(18.5%), ‘재직근로자 및 퇴직근로자 모두’(14.7%)를 차례로 답했다.

“임금체계 손질 불가피···향후 노사협상 쉽지 않을 듯”

한편 통상임금 범위확대 판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기업들은 ‘임금체계 조정’(4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항목의 축소, 변동급 확대 등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좁히겠다는 뜻이다.

이어 기업들은 ‘연장근로 억제를 통한 초과근로수당 지급여지 최소화’(20.4%), ‘향후 수년간 임금인상 억제·동결’(10.2%), ‘인력구조조정 또는 신규채용 중단’(6.0%) 등의 순으로 대응할 계획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수용해 임금인상’을 하겠다는 곳은 6.4%에 그쳤다. [‘생산기지 해외이전 또는 해외생산물량 확대’ 1.7%, ‘기타’ 15.3%]

하지만 임금체계 조정시 ‘노조와 근로자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업이 56.5%로 ‘노조·근로자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43.5%)을 앞질렀다. 특히 대기업의 66.7%, 유노조 기업의 75.0%가 노조나 근로자의 협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90% “통상임금 범위 명확화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

기업들은 통상임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기업의 89.5%가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법률 개정 불필요하다’ 10.5%]

법개정시 입법 방향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 합의로 통상임금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37.1%)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1개월 즉 1임금지급기 내에 지급된 임금·수당만 통상임금으로 규정해야 한다’(24.7%), ‘기존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 대로 입법해야 한다’(24.4%)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로 입법해야 한다’는 응답은 9.9%에 그쳤다. [‘기타’ 3.9%]

대한상의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선진국은 통상임금 범위를 노사자율에 맡기거나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 분쟁 소지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1개월 내에 지급된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사가 고용 안정과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한 소모적인 법적 다툼을 중단하고 임금체계를 전향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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