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소년 휴카페’ 23개소 운영

서울시, ‘청소년 휴카페’ 23개소 운영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1.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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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이 편하게 쉬고 취미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전국 지자체 최초의 새로운 청소년 시설이자 청소년 전용 쉼 공간인 ‘청소년 휴(休)카페’ 23곳이 올해 초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청소년 휴카페는 2012년 9월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으로 16개소가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말 19개소가 문을 열었고, 나머지 4곳도 리모델링 등 준비과정을 마치고 곧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청소년 휴(休)카페’는 또래들과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숙제를 할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노래, 춤 같은 취미생활이나 보드게임과 컴퓨터 같은 놀이도 가능한 청소년 아지트다. 또, 관심사가 같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모여서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청소년 휴카페’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편하게 어울리고 싶어도 학교와 학원을 벗어나면 PC방, 노래방 정도 외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을 보고 서울시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구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따라서 ‘청소년 휴(休)카페’를 선정할 때부터 청소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건물 1층, 도로변, 학교 주변 등 접근성이 좋은 자리 위주로 활용해 카페를 방문하는 누구라도 편하게 이용하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23개소 중 현재 운영 중인 19개 ‘청소년 휴(休)카페’는 저마다 청소년들의 요구나 지역 특색에 맞게 특색 있는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데, 공간 인테리어 기획부터 세부적인 운영방식이 지역사회, 주민, 그리고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함께 조성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공동체 의식과 독립성을 스스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관 주도 청소년 시설과는 차별화된다.

휴카페 사례 1 - 금천구 ‘꿈꾸는 나무(꿈나)’

금천구 <꿈꾸는 나무>는 금천구청이 오래된 주민자치센터를 진로직업체험센터로 리모델링한 건물 1층에 들어서 지난 8월부터 운영 중으로, 이 공간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직업체험센터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업체험센터에서 제과제빵을 배우고 있는 청소년들은 직접 만든 머핀, 팬케이크 등을 직접 카페로 가져와 팔기도 하고, 바리스타 과정을 밟고있는 청소년들은 카페에서 음료를 만들어 파는 등 미래의 직업을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배우고 있다.

청소년들이 만들어 파는 메뉴를 비롯해 <꿈꾸는 나무>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단돈 천원. 사먹지 않아도, 외부음식을 들고 와서 먹어도 눈치주는 사람은 없다. 또래끼리 이심전심으로 이마저도 없는 아이들에겐 공짜로 주기도 한다. 오히려 ‘외부음식 환영, 테이크아웃 사절’이라는 다소 엉뚱한 안내문도 붙어있을 정도다.

또, 바리스타, 사진, 목공 같이 진로·직업와 관련된 동아리 모임도 있어서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끼리 교류도 활발하다.

직업과 관련해선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이름붙인 ‘후룩잡잡(Who Look Job잡아라)’은 학교에서 하는 흔한 멘토링 교육과는 다르게 청소년들이 직접 배우고 싶고 만나고 싶은 멘토를 생각해내 초대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웃고 떠들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해결은 물론,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진로에 대한 가능성도 찾고 있다.

“후룩잡잡을 통해 현장에서 배우 일을 하시는 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집에서 컴퓨터로 정보를 찾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었고, 좋은 경험담과 교훈을 얻었습니다. 한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배우는 것이 더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는 말이 새삼 느껴집니다”(금천고등학교 2학년 김○○)

“예전엔 넉넉지 못한 용돈에 카페나, 노래방 가기도 부담스러웠는데 청소년 휴카페 ‘꿈꾸는 나무’가 학교 옆에 생긴 뒤엔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가서 컴퓨터도 하고 수다도 떨게 돼 좋아요. 특히 오늘은 자신이 꿈꾸는 직업인 작곡가가 오기로 한 날이라 특히 설렙니다” (김OO 양, 18세, 금천구 독산동)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제 진로를 청소년지도사로 정할 정도로 청소년문화에 관심이 많아 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 ‘꿈나’ 운영단에 포함되어 활동하게 되니,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고민했던 꿈들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금천고등학교 2학년 이○○)

“현재까지 ‘꿈나’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자원봉사자 신분입니다. 하지만 청소년휴카페 경영을 좀 더 배우고, 서로 간의 의사결정 체계를 잡게 되면, 청소년 협동조합으로 지도해 볼 예정입니다” (금천구 교육담당관 주무관 이태현)

아울러 200평 규모의 넓은 공간엔 카페는 물론 음악과 댄스로 공부에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연습실, 동아리 소통공간으로 쓰이는 마루, 상자 텃밭을 가꾸거나 가든파티 장소로도 활용되는 탁 트인 옥상 정원 등으로 꾸며져 인근 청소년들에게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연습실에선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악기도 있어 이곳을 활용해 밴드를 만들려고 준비 중인 청소년들도 있다. 또, 컴퓨터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최신곡이 가득한 노래방은 공짜다.

휴카페 사례 2 - 은평구 ‘꿈꾸는 다락방’

응암역 3번 출구 근처에 있는 <꿈꾸는 다락방>(은평구 역촌동 소재)은 ‘드림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광고, 음악, 봉사, 직업체험, 음식 등 5개 분야의 동아리가 구성돼 활발하게 운영되는 카페다.

특히, ‘드림아카데미’를 위해 10명의 학생들은 ‘학생기획단’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내고, 같은 꿈을 공유하는 또래 30여명을 모집했다. 마을 어른들은 ‘어른기획단’과 ‘마을멘토단’을 만들어 청소년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꿈꾸는 다락방>은 오프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카페도 개설해 직접 만나지 않을 때에도 청소년들끼리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또, 이곳은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전문 보드게임 카페 못지않게 다양한 보드게임이 벽면에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휴카페 사례 3 - ‘두더지 실험실’

마포구 성산동 망원역 인근에도 <두더지 실험실>이라는 재치있는 이름의 청소년 카페가 있다.

이곳은 카페 기획 단계부터 10대 청소년들이 핵심멤버로 뭉쳐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바그다드 카페>, <카모메 식당> 같은 카페와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종횡무진 땅굴을 파는 ‘두더지’의 끈기와 여러 가지를 시도해도 좋은 ‘실험실’이라는 취지를 담아 <두더지 실험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평소엔 시간이 맞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카페에 모여 숙제를 하거나 함께 책을 읽고, 때론 ‘실험실’답게 전문가들을 초대해 베이커리, 천연 잼, 허브 초 만들기 등 다양한 기술을 배워보고 만든 것들은 함께 나누는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돈 없이 필요한 물건을 들고 와 물물교환 장터를 열기도 한다. 먹고 싶은 게 있을 땐 재료를 가져와 자유롭게 해먹을 수 있게 오픈키친을 운영하기도 하고, 토크·음악 콘서트도 개최한다.

서울시는 <꿈꾸는 나무>, <꿈꾸는 다락방>, <두더지 실험실> 등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지만 아직은 서울시 청소년 약 186만명에 비해휴카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휴카페를 생활밀착형 시설로 확대하기 위해 주민자치센터, 청소년수련관 등 공공건물 내 유휴공간을 발굴해서 늘려가날 계획이다.

변태순 서울시 아동청소년과장은 “청소년 휴카페는 길거리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밖에 없던 아이들이 언제든지 쉬고 수다를 떨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청소년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헤매지 않도록 방과 후나 주말 특히 방학을 맞아 언제든지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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