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명동·남산 일대에 대한민국 대표 ‘만화의 거리’

서울시, 명동·남산 일대에 대한민국 대표 ‘만화의 거리’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12.1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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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주말마다 티비 앞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았던 <달려라 하니>부터 한류열풍의 주역이었던 드라마 <궁>과 동명의 원작만화, 최근 일본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 <신과 함께>, 지난 달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한 <미생>까지.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와 웹툰들이다.

남산으로 가는 주요 길목이지만 특색 없이 밋밋했던 명동역~남산애니메이션센터 450m 구간이 이와 같은 만화의 옷을 입고 즐겁고 유쾌하게 탈바꿈해 구경하고 싶은 거리로 변신했다.

대형건물 벽면, 옹벽은 물론 전봇대 지주나 낡은 계단에 한국 만화계에 큰 획을 그은 작품들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로 꾸며지는 국내 최대 만화의 거리 ‘재미로’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또, 대한민국의 대표 만화·웹툰 작가들의 기획전시가 열리고 작가와 만화팬 간의 소통 공간이자 작가들의 사랑방 역할도 도맡게 될 다목적문화시설 ‘재미랑’도 재미로 내에 새롭게 문을 연다.

남산에 위치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만화를 모두 포괄하고 해당 산업의 제작 지원을 담당하는 큰 개념의 공간이라면 이번에 개관하는 ‘재미랑’은 만화만 특화해 전시하고, 시민 이용공간을 좀 더 강화했다.

특히 만화의 거리 조성사업을 위해 서울시는 기획 초기단계부터 설문조사, 시민과 주민, 만화가가 함께하는 ‘만화반상회’, 다음,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 및 출판사와 만화가 등 전문가그룹 워크숍 등을 열고, 지역주민 및 만화계 관계자들과 함께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서울시는 퇴계로 20길 인근 450m 일대 거리를 지역의 원형은 유지하면서 미래의 성장 동력인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중요한 문화콘텐츠인 만화 요소를 접목해 서울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나가겠다고 17일(화) 밝혔다.

만화의 거리 ‘재미로’와 만화문화공간 ‘재미랑’의 BI(Brand Identity)는 지난 7월 26일부터 9월 6일까지 6주간 SNS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550 작품 중 10편을 선정했고, 지난 10월 26일 명동 거리투표 등을 통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선정됐다.

이 일대는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들르는 명동과 남산을 잇는 최적의 관광지지만 오랫동안 낙후된 상태로 머물러온 실정이다.

재미로와 재미랑은 <달려라 하니>의 이진주 작가, <미생>의 윤태호 작가,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 등 원로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70여 명이 무상으로 제공한 콘텐츠와 장소 제공 등 지역 주민들의 참여로 지난 2월부터 정비를 시작해 19일(목) 오후 2시 ‘제막식 및 개관식’을 연다.

<‘재미로’ 작가 70여명 작품으로 만화정류장 만들고 낙후된 거리 환경도 개선>

재미로는 만화를 매개로 시민, 관광객이 서울과 소통하는 길로 꾸며졌다.

우선 재미로의 시작점인 명동역 인근부터 5군데에 설치된 만화문화정류장은 주요 거점공간과 만화를 접목해 주민들이 머무르고 때론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는 정류장처럼 꾸며놓은 곳이다.

5곳은 △명동역 3번 출구 앞 ‘상상공원’ △퍼시픽호텔 앞 ‘만화삼거리’ △공영주차장 ‘사연 우체국’ △편의점 주차장 ‘재미운동장’ △남산옹벽 ‘만화언덕’이다.

재미로의 시작점인 ‘상상공원’은 대표 한류 콘텐츠인 드라마 <궁>과 원작만화의 이미지를 활용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대형 쉼터로 조성됐다.

명동역 주변 주요 랜드마크인 퍼시픽호텔 중심으로는 ‘만화삼거리’가 펼쳐진다. 대형 호텔 벽면엔 한국만화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라이벌인 ‘이현세 vs. 허영만’의 대결구도로 두 작가의 만화를 소개한다. 또, 인근 공사장 가림막엔 <그대를 사랑합니다(강풀)>, <마음의 소리(조석)>, <위대한 캣츠비(강도하)>를 비롯한 다음웹툰과 네이버웹툰의 추천작 총 12편이 전시된다.

공영주차장 앞에 있는 ‘사연우체국’은 시민의 사연을 기고받아 만화가가 직접 그려 벽면에 게시한 곳이다. 첫 번째 사연은 만화의거리 내 레스토랑 ‘두부’ 사장님의 ‘내 인생의 꿈’ 사연을 <로봇찌빠>의 작가 신문수 화백이 만화로 창작했다.

차기 만화가는 추천 등을 통해 릴레이 형식으로 바뀌고,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라디오 등 사연접수 채널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시는 밝혔다.

한 편의점 앞에 위치한 ‘재미운동장’엔 <달려라 하니>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연출돼있다. 완만한 오르막 경사지인 재미로의 중간지점에 있는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힘내어 걷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화언덕’은 남산 거리의 대표적인 특징인 옹벽을 활용해서 이현세, 허영만, 황미나 등 무려 40명의 대표 작가들의 콘텐츠 사용 기부를 통해 각 작가들의 작품 속 대표 캐릭터들을 대거 전시했다.

아울러 공유도시의 개념을 만화와 접목해서 ‘공유만화공간’도 만들어졌다. 가게를 운영하는 시민들이 외벽 등 자발적으로 내어준 공간에 만화 콘텐츠를 접목해서 공공벤치 같은 휴식공간이나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등으로 꾸미는 방식이다. 예컨대 게스트하우스 벽엔 해외 14개국의 랜드마크를 그려넣어 건물의 특징을 살렸다.

또 재미로 곳곳에 있는 전봇대 지주에 커버를 씌우고 겉면엔 <아르미안의 네 딸들>, <삼봉이발소> 등에 쓰여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명대사를 써넣거나, 계단이나 낡은 벽에 만화 캐릭터를 위트있게 그려 넣는 등 삭막했던 공간에 재미를 불어넣어 개선했다.

<‘재미랑’ 작품전시, 카페 등 다목적 문화시설… 만화의 삶 모티브 작가 9인의 기획전>

다목적문화시설 ‘재미랑’은 중구 퇴계로 20길 42번지에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130평 규모에 전시공간, 판매장, 만화다락방, 전문 만화 자료실 등으로 구성된다. 건물 외관은 만화의 각 장면을 구분하는 ‘칸’과 만화의 한글 초성 ‘ㅁ’, ‘ㅎ’, 그리고 만화를 만드는 ‘사람’을 형상화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기존 건물을 임대해 지난 10월부터 리모델링에 착수, 이달 초 마무리했다.

첫 개관 기획전시는 ‘만화네 집들이’라는 주제로 내년 4월까지 이어진다. 만화가의 삶을 모티브로 ‘만화’라는 아이가 성장해 가족을 이루고 집들이를 하는 콘셉트로 꾸며진다.

과거에 부모의 반대와 사회의 편견으로 고됐던 만화가의 인생에서 현재 웹툰 전성시대를 이끌고 한류콘텐츠의 원천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9인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전시 기간 동안엔 다양한 시민 참여 이벤트도 진행된다. 기획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독자들이 소통하는 ‘작가 토크쇼와 사인회’, 만화작가들이 음악이나 인디밴드 등의 공연에 맞추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카툰 콘서트’, 인터넷 방송을 통한 ‘만화가 공개방송’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만화를 기반으로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등 OSMU(One Source Multi Use)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만화의 다양한 소재 발굴을 위한 자료를 구축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대한 만화가들의 수요를 반영해서 전문가 초청강연, 컨설팅, 비즈매칭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는 만화의 거리의 활성화시키기 위해 누구나 참여하여 만화 관련 물품을 판매·공유할 수 있는 ‘만화아트마켓’, 기존 상권에 만화 콘셉트를 적용한 ‘만화가와 만든 가게’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날 개관식을 시작으로 만화의 거리가 쇼핑의 메카인 명동과 문화적 명소인 국립극장, 충무아트홀 등과 함께 남산을 둘러싼 문화관광 벨트로 지속적인 한류관광을 이끄는 동시에 국산 문화콘텐츠에 대한 체험 및 판매 공간을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만화가 가지고 있는 무한 상상력이 서울의 랜드마크 자연공간인 남산, 관광명소인 명동과 만남으로써 국산 만화의 저변확대와 관광효과, 지역경제에 골고루 도움이 되는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며 “특히 지역주민과 상권, 만화계가 협력하는 거버넌스형 사업추진을 통해 향후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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