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가 편집한 ‘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국내 최초 번역·출간

앙리 마티스가 편집한 ‘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국내 최초 번역·출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21.12.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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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앙리 마티스 에디션’
문예출판사가 출간한 ‘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표지

문예출판사가 20세기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가 직접 편집하고 삽화를 제작한 ‘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을 국내 최초로 번역·출간한다고 24일 밝혔다. 2018년 출간 후 중쇄를 거듭한 스테디셀러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앙리 마티스 에디션’이다.

낭만주의와 고답주의에서 벗어나 프랑스 상징주의를 이끈 19세기 프랑스 시의 지도자 스테판 말라르메는 언어 고유의 암시와 상징에 주목해 순수 개념에 도달하고자 했다. 그는 전인미답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면서 ‘세상에 단 한 권뿐인,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는 책’을 구상하게 된다.

20세기 미술의 혁명가 앙리 마티스는 말라르메와 같은 꿈을 꾸며 그 꿈을 실현해보려 했다. 1932년, 63세의 화가 마티스는 손수 말라르메의 시를 고르고, 그에 어울리는 에칭화를 창작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마티스는 이 시집을 위해 200개 이상의 시안을 만들었으며, 책의 레이아웃과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를 신중히 계획하고, 시집의 활자, 그림과 시의 배치, 여백까지 세심히 고려했다.

클로드 드뷔시의 교향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에서는 텍스트와 마티스의 삽화, 여백과 의도적으로 불규칙하게 배치된 단어들 사이의 간격 모두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작용한다. 가느다랗고 유연한 곡선들로 이뤄진 마티스의 에칭화는 명백한 단순성을 표현하며 부피감도 음영도 없이 몇 개의 선만으로 말라르메의 시에 담긴 유희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의 원전은 1932년 스위스의 미술 전문 출판업자 알베르 스키라가 145부 한정 출간한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Poésies de Stéphane Mallarmé)’으로, 현재 수집가들 사이에서 7만5000달러(한화 약 90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희귀본이다.

‘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은 미술 전문 출판업자 알베르 스키라의 인가를 얻어 원본을 완벽하게 재현한 판본인 ‘시집(Poésies)’(EDITO-SERVICE S.A. GENÈVE, 1970)을 저본으로 삼았다. 마티스의 편집 의도를 살리고, 시와 삽화의 연관성을 고려해 가급적 원본 그대로 편집했다. 말라르메의 대표작 ‘목신의 오후’, ‘에로디아드’, ‘인사’, ‘바다의 미풍’을 비롯해 국내에서 출간된 말라르메 시집 중 가장 많은 시(64편)가 수록돼 있으며, 초기부터 말기까지 말라르메 작품 세계 전체를 아우른다.

번역은 말라르메 연구자 최윤경 중앙대 교수가 맡아 음악성과 문학적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린 우리말로 옮겼다. 음운의 작동과 시어의 배치, 구두점 사용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암시와 상징이 많아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말라르메의 시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충실하고 친절한 해설을 담았다. 또 작품의 발표 시기 및 생애 주요 사건의 의의를 상세하게 밝힌 연보를 수록했다.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은 “큰 삽화가 있는 럭셔리 에디션에 대한 생각을 전복시킨 작품”이라며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미술사가이며 전 맨해튼현대미술관 출판국장인 리바 캐슬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전 뉴욕현대미술관 큐레이터인 로렌 마호니는 ‘20세기 아트북의 최고봉’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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