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으로 열반의 길 택한 대현 스님 유고집 ‘아름답게 가는 길’ 출간

단식으로 열반의 길 택한 대현 스님 유고집 ‘아름답게 가는 길’ 출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21.11.10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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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생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을까?
책 ‘아름답게 가는 길’ 표지

출판사 올리브나무가 단식으로 열반의 길 택한 대현 스님 유고집 ‘아름답게 가는 길’을 출간했다.

어떻게 하면 생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을까? 고승들 가운데는 가부좌한 채로 몸을 떠난 사례도 있고, 심지어 물구나무를 서서 몸을 바꿨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90% 이상이 병원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정해진 코스가 되어버린 오늘날, 웰다잉은 모든 사람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안락사, 존엄사, 연명 치료 등의 현실을 누구나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풍토에서, 단식 29일 만에 입적한 대현 스님의 주체적인 열반의 길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곰곰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만성 폐렴을 진단받은 스님은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몇 가지 원칙을 정한다. “병원이 아닌 지금의 수행처(죽림선원)에서 죽고 싶다. 치료를 위해 어떠한 약에도 의존하지 않음은 물론 진정제나 진통제, 마취제도 쓰지 않았으면 한다. 단식 수행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다음 생으로 이어지고 싶다. 부처님이 마지막 가신 길을 공부하고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해 단식을 통한 내 경험과 함께 ‘아름답게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해야겠다.”

병마와 싸우는 대신 단식 수행으로 열반의 길을 선택, 2021년 9월 22일 입적한 대현 스님의 유고집 ‘아름답게 가는 길’이 출간됐다. 22살에 출가, 50안거를 성만할 정도로 오직 수행으로만 일관한 스님은 지리산 정각사 죽림선원에서 정진하던 중 만성 폐결핵을 진단받았다. 독한 약을 아침저녁으로 두 번 복용해야 했지만, 위장이 뒤집힐 듯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여서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약을 끓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의사에게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폐에 석화 현상이 와서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체중이 점점 줄어들어 이삼 년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100세 시대에 이제 겨우 세수 75세였지만, 스님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고는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고심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란, 살아오는 동안 인연이 지어진 모든 사람과 기꺼이 작별할 줄 알고 마지막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들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까지도 벗어나야 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음 삶의 시작이다. (중략) 이 세상 올 때는 비록 오는 줄 모르고 왔지만, 갈 때는 알아차림으로 가는 줄 알고 가고 싶다. 올 때는 울면서 왔지만, 갈 때는 웃으면서 가고 싶다. 수행자답게 굳은 의지를 보여야 한다.”

30대의 젊은 날 단식 수행을 한 적이 있는 스님은 ‘꿈을 꾸어도 꿈속의 희로애락에 빠져들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저녁부터 눈을 뜨는 아침까지도 화두의정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경험을 떠올리고는, 단식 수행으로 생을 마감하기로 작정한다. 마지막이 될 어느 봄날에는 마당과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꽃을 사다가 심었다. 뒤꼍에는 산과 들에서 야생화를 캐다가 심었다. 마당의 잔디밭 잡초도 열심히 제거했다.

부처님의 마지막 가신 길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었던 스님은 ‘부처님의 마지막 발자취 대반열반경’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위대한 영적 힘을 지닌 부처님의 삶과 수행에 다시 한번 큰 감동을 하고, ‘율장’과 ‘대념처경’ 등 다른 불경과 함께 엮어 부처님 생애와 가르침을 정리한다. 이후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 자신이 정리한 불경의 대의와 함께 장차 기록으로 남길 ‘단식 수행을 통한 열반의 길’을 한데 엮어 입적 이후 49재 이전에 책으로 출간해 줄 것을 유언한다.

영정 사진과 수의까지 손수 준비해 놓고 2021년 8월 25일 단식을 시작한 스님은, 29일 만인 9월 22일 오후 3시 무렵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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