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진 거장 임응식 작품전 '부산에서 서울로' 부산시민회관 기획전시 개최

한국 현대사진 거장 임응식 작품전 '부산에서 서울로' 부산시민회관 기획전시 개최

  • 오은정 기자
  • 승인 2021.09.0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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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다시 시민회관으로 돌아온
한국 근대사진의 선각자, 생활주의 리얼리즘의 선구자 임응식
임응식 작 구직-명동 미도파 앞, 서울, 1953
임응식 작 구직-명동 미도파 앞, 서울, 1953

한국 근대사진의 선각자,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故 임응식(1912-2001) 작가의 작품전이 9월 10일부터 부산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는 부산 출신의 임응식 작가가 태어난 지 110주년이 되는 해이자 서거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지난 1973년 부산시민회관 개관기념전으로 열렸던 그의 회고전에 이어 반세기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전시로 더욱 더 기대가 되고 있다.

서구 동대신동에서 태어난 임응식은 와세다중학교 입학선물로 카메라를 받으면서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임응식은 1933년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부산여광사진구락부에 가입했으며, 이듬해 일본 사진잡지인 ‘사진 살롱’에 출품한 작품이 입선되면서 사진작가로 등단했다. 일본에서 체신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임응식은 강릉, 부산체신국에 근무하면서 사진작업을 이어나갔고, 여러 사진기술을 습득하면서 1946년에는 부산에서 사진현상소 ‘아르스(ARS)’를 운영하기도 했다. 

임응식 작가를 한국 사진의 선구자라 불리게 된 데는 그가 사진에 있어 ‘최초’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사진의 이론적 체계와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확립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최초로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창립했으며, 이듬해인 1953년에는 국내 사진작가로서는 최초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쳤다. 또한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최초의 사진작가로 이름을 올렸으며, 2011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기도 했다. 사진가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자이자 비평가로 한국사진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임응식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60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1971년 대한민국 문화 예술상, 1978년 현대사진 문화상, 1989년 대한민국 금관 문화훈장 등을 수훈했다.

임응식 작가의 작품 경향은 보통 한국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일제강점기에는 신흥사진을 실험하면서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소재를 담은 소위 ‘살롱 사진’과 ‘회화주의 사진’을 주로 찍었다. 이후 한국전쟁 당시 종군 사진기자로 참전하여 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사회적 문제와 삶의 현장을 주목한 임응식은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주창하며 1950년대 한국 사진계의 주류를 형성했다. ‘생활주의 리얼리즘’이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현장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그는 사진가로서 자신의 임무는 "아름다운 대상을 찍는 게 아니라 역사의 현장을 기록해 남기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사진을 기록물의 차원에서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일명 ‘영상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던 임응식은 한국 전쟁 이후 50여 년간은 서울의 명동을 꾸준히 작품 속에 담았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연작과 한국의 고건축물 연작은 사진집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부산에서 서울로’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에서 활동하던 1946년부터 서울에 정착한 1960년까지 작품 42점을 소개한다. 하얀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든 채 전차 앞을 건너는 노인의 모습을 담은 ‘전차와 노파’(1947년, 부산), 임응식 작가를 해외에 알린 유명한 사진이자 그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 ‘나목’(1950년, 부산), 그리고 누가 찍었는지는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봤음직한 그의 대표작 ‘구직(求職)’(1953년, 서울) 등 거장의 앵글을 통해 지금은 잊고 지내는 척박했던 ‘그 때 그 시절’을 되돌아본다. 특히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서울 명동, 남루한 야전잠바 차림에 벙거리를 푹 눌러쓰고 ‘求職’이라는 한자를 가슴에 매달고 서 있는 구직자를 포착한 작품 ‘구직’은 전쟁 직후의 삭막함을 알리는 한 시절의 풍경을 가감 없이 전해주면서, 그 이전까지 유행해 온 사진계의 ‘살롱사진’과의 결별을 알리는 동시에 리얼리즘의 공식적 등장을 알리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이번 전시 기간에는 1940년대 부산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작가 임응식의 발자취를 찾아 작품 속 과거와 대조되는 변화된 부산의 현재 모습을 오늘날 청년작가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다른 시대 같은 연령의 앵글’展이 2층 전시실에서 함께 열린다. 임응식이 남긴 작품 속 과거의 부산 모습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전시로, 경성대학교 사진과 교수 및 학생들이 참여한다. 이 밖에 전시기간 동안에는 축하공연과 강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전시 시작일인 9월 9일에는 임응식 작가가 부산에 활동하던 1950~60년대 대중가요를 들려주는 부산시립합창단의 축하공연과 ‘임응식의 생활주의 사진_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출발’이라는 주제로 동주대학교 박희진 교수의 강연이 펼쳐진다. 9월 24일에는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의 ‘임응식 사진에 나타난 부산, 장소의 기억’에 이어 10월 6일에는 소설가이자 경성대학교 조갑상 명예교수의 ‘임응식 사진 속 전후 부산의 문학’, 13일에는 동아대학교 건축학부 김기수 교수의 ‘도시의 기억재생 장치, 기록사진’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2021년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기금의 지원사업으로 개최된다.

전시와 모든 강의는 무료로 진행되나 (재)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www.bscc.or.kr)를 통해 반드시 사전예약 후 참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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