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패키지만 봐도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이 보인다

맥주 패키지만 봐도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이 보인다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8.01.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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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국산맥주를 앞지르며 55.5%까지 치솟아
와인 붐, 최근의 맥주 붐으로 이어져 커뮤니티 모임부터 전문 서적 출시까지

수입맥주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국산맥주를 앞지르며 55.5%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맥주가 판매처는 늘리고 가격대는 낮춰 접근성을 높였으며 최근 소비자가 취향대로 즐기는 ‘혼술’, ‘홈술’의 음주 트렌드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맥주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에는 수입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맥주의 역사와 맛을 알아가는 소규모 모임이 활성화돼 있는가 하면 온라인 맥주 커뮤니티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수입맥주의 종류가 더해져 에일 맥주, 크래프트 맥주 등 국내에 다양하게 출시되는 가운데 맥주관련 서적의 출간이 붐을 이루며 본격적인 맥주공부에 돌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동안 와인에 대해 공부하면서 즐기던 와인 붐이 최근에는 맥주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입맥주의 경우 대부분이 브루어리 특유의 맛과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맥주는 대부분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소비자에게 맛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자부심을 전달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맥주 브랜드의 철학은 패키지 디자인에서 가장 먼저 엿볼 수 있다.

-175년간 동일 브루어리에서 제조 중인 필스너 우르켈, 비어 게이트 문양으로 확인

필스너 우르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생산지인 체코 필젠을 대표하는 맥주다. 최초 황금빛 라거맥주로 1842년 처음 생산돼 17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처음 생산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브루어리에서 동일한 재료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2015년에 리뉴얼된 ‘뉴 헤리티지 패키지’는 이러한 필스너 우르켈의 브랜드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첫 생산 당시의 맥주병과 같은 브라운 칼라를 다시 한번 선택했으며 캔은 브랜드 컬러 그린을 강조한 무광택 소재를 적용했다.

또한 여러 번 리뉴얼을 거치는 동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붉은 색 씰(Seal)은 품질보증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필스너 우르켈이 생산되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양조장의 정문, 즉 비어 게이트를 형상화했다.

필스너 우르켈 관계자는 “체코 여행자들에게 현지 브루어리는 반드시 들러봐야 할 관광명소로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후기를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브랜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젤다크, 염소그림이 염소맥주로, 이후 염소마을로 이어져

필스너 우르켈과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흑맥주인 코젤다크의 1874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유럽의 유명 맥주 잡지인 ‘비어 쿠리어’에서 최고의 맥주 상에 8번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심벌이 염소라 ‘염소맥주’라고도 불리며 브랜드 패키지 중앙에 염소그림을 넣어 이를 강조하고 있다.

염소 그림의 역사는 체코의 벨코포포비키에 방문한 프랑스 화가가 염소그림을 선물한 데서 시작됐으며 세계 1차 대전 직후 공식적으로 염소 그림에 대한 상표등록을 마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후 벨코포포비키에서는 코젤다크가 염소맥주라는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염소들을 키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젤다크 관계자는 “코젤다크의 브랜드 심벌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역사 속에서 탄생된 것”이라며 “100년이 훨씬 지났어도 염소마을과 맛에 대한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앞으로도 염소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롤쉬, 120년 전 맥주 최초로 스윙탑 적용해 지금까지 그롤쉬만의 상징으로 이어져

네덜란드 대표 맥주인 그롤쉬는 1615년부터 제조돼 4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롤쉬는 최상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1897년에 세계 최초로 맥주에 스윙탑(샴페인 형태의 병마개) 형태를 도입했다. 그롤쉬의 스윙탑은 맥주의 품질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물론, 병을 열 때의 경쾌한 소리를 통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브랜드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롤쉬만의 ‘스윙탑’, ‘두 가지 홉’ 이라는 브랜드만의 특징을 아이콘으로 형상화한 고유의 헤리티지 마크를 사용했다. 헤리티지 마크는 흰색 바탕에 밝은 초록색을 활용해 라거의 청량감을 더욱 강조했다. ‘두 가지 홉’을 형상화한 로고 양 옆에는 그롤쉬가 탄생된 1615년을 의미하는 숫자를 배치해 브랜드가 지닌 400년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의미를 더했다.

-독일 밀맥주의 효시 에딩거, 맥주 특유의 반투명 컬러로 밀맥주의 정체성 담아

130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정통 밀맥주 에딩거는 얼마전 패키지 리뉴얼을 단행했다. ‘에딩의 사람들’이란 뜻의 에딩거 맥주는 독일 밀맥주 출발의 역사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밀맥주 양조장인 바이에른주의 에딩마을에서 독점적으로 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바뀐 에딩거 500ml 캔 제품은 기존 흰색에서 황금빛으로 색을 변경해 에딩거 맥주 특유의 반투명한 노란 빛을 패키지에 투영해 정통 밀맥주로서의 정체성을 담았다. 패키지 중앙에 위치한 로고 양 옆에는 에딩거의 주원료인 밀을 이미지화하여 배치해 차별화 된 원료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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