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신간 소설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 출간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신간 소설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 출간

  • 임종태 기자
  • 승인 2012.0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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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신간 소설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 출간

인터넷 기자협회 ‘제 1회 디지털 신인 작가상’을 수상하고, 2011년 e-book 시장을 강타한 화제작 ‘그대로 돈 주는 놈이 낫다’가 출간되었다.

발칙한 관계, 치명적인 사랑을 솔직담백한 문체로 노래한 이 소설집은 2011년 e-book 시장(당시 제목은 “누구나 사랑은 한다”였다)에서 수많은 여성 독자팬들을 양성하며 독보적인 인기를 누린바 있다.

저자 나희 작가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선택. 끝나지 않는 악순환의 반복.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불확실한 관계에 대한 미시적 감수성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층의 공감을 끌어낸다.

나희의 첫 소설집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는 인간의 삶에서 발생하는 어떤 지점들이 어쩌면 시지프스의 형벌과 비슷한 형색을 띄고 있음을 대변한다.

끊임없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되풀이해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의 진짜 무서움은 육체적 고통이 아닌 그 이면에 있는 정신적 굴욕과 권태에 있다. 마치 시지프스처럼 나희의 모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끝없는 고통의 순환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의 순환을 야기하는 현실과 대립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는 인간이 지닌 우매함과 사악함에 너그러워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는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유 없는 고통에 노출된 주인공들에 절로 동화가 되는 것은 아마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주인공들이 가진 치명적인 결점과 어리석음을 우리는 비웃을 수 없다. 처참한 결과에 도달해 고통 받으며 남기는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라는 자조적인 말 한마디를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다. 우리가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표제작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에 이어 실린 작품 ‘집을 찾아서’에서는 상처를 입은 인간의 내면 심리와 정신적 고통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어 눈길을 끈다. 날 것 그대로의 섬뜩한 문장과 호흡으로 이야기 전개가 추진력을 잃지 않는다. 뛰어난 가독성과 순식간에 눈을 사로잡는 톡톡 튀는 문장의 선율로 무장한 ‘집을 찾아서’는 단순히 주인공이 겪은 사건의 징후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적 치유와 고통스런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움직임을, 그 미약한 희망의 끈을 슬그머니 제시하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존재와, 그 상처를 만들어 낸 존재와의 심리적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되지만, 종국엔 철저하게 현실적인 공간에 갇혀버리는 비극으로 매듭지어진다. 이러한 비애의 단면을 잘 포착해낸 작품들은 안타까운 정신적 상흔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서사적 책략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심리소설로 가치가 높다.

이외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의 작품도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하고 읽기 편한 이야기를 전개하며,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미시적으로 조명해 현실과 다른 층위로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솜씨가 곳곳에서 돋보인다.

불확실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
마음이 떠나는 순간부터 권태롭고 허망한 짓이라는 것을 깨닫는 어리석은 존재.
치기어린 감정이나 저열한 사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외로운 인간들.

이것은 일생동안 필연적으로 사랑과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의 초상에 다름 아니다. 모든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명확하지 않은 사랑에 기대고, 그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있다. 작가가 설정한 이 미묘한 간극의 한 가운데에서 파생되는 감동은 특정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맛을 지녔다.

작가 나희가 풀어놓는 인간의 내밀한 작용들은 특유의 거친 문체와 서사로 종래에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결과물을 이룬다. 이제 그녀가 인도하는 발칙하고 도발적인 시작을, 순식간에 눈을 빼앗기고 서사와 동화 되는 과정을, 심장이 싸하게 가라앉는 끝을 경험해보자. 책을 덮은 후에 당신의 눈가가 이유 없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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