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버지’, 미국 홈쇼핑 방송에서 예매 실시

연극 ‘아버지’, 미국 홈쇼핑 방송에서 예매 실시

  • 박현숙 기자
  • 승인 2010.05.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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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극사상 최초로 홈쇼핑 방송에서 연극을 광고를 하면서 공연 티켓을 판매하고 있어 화제다. 미국의 홈쇼핑 방송은 채널사로부터 방송권을 임대해 마진이 많은 상품을 골라 전화 주문이나 매장을 통해 상품을 판매해 왔다. 상업 방송이 성행하는 미국에서 광고를 통한 연극공연 티켓을 판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화제의 연극은 LA 소재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Stanislavsky College of Acting, 학장 나상만)이 공모한 제 1회 국제 창작 스튜디오 참가작으로 선정된 연극 <아버지>와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 발전기금 모금 성격의 <품바> 공연이다. KBS 미주방송이 끝나는 저녁 10시 30분부터 디지털 방송 ‘채널 44.1’과 공중파 ‘채널 44번’을 통해 홈쇼핑 방송을 하는 홈쇼핑플러스는 5월 10일부터 이 두 편의 연극을 방송, 소개하면서 티켓 판매를 단행하고 있다.

“우리는 상품만을 팔지 않는다. 인간의 정신도 소개하겠다는 신조로 연극을 홍보하고 있다. 연극이야말로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가장 숭고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이윤만을 생각했다면 우리 홈쇼핑 방송대의 10분의 1일을 연극 광고에 할애할 수 없다”

홈쇼핑플러스 릭 김(Rick Kim) 대표의 연극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순수했다. “텅 빈 관객의 연극을 보면서 가슴이아팠다. 단순한 몇 푼의 스폰서보다는 좋은 공연에 많은 관객을 동원해 주는 일에 일조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 우리 소비자들의 정신생활이 윤택해진다면 행복한 일이다”며 사진 촬영을 하겠다는 취재진의 제의를 끝까지 사양했다. 그는 대학 측에서 제시한 이익금까지도 티켓으로 구매해 소비자들에게 상품권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연극을 빙자한 고도의 상술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극 사랑의 숨은 공로자는 또 있었다. 이 방송의 쇼핑 호스트인 신현주 방송부장이 있었기에 두 연극의 방송 판매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신 씨는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와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미국에 유학와 LA에서 소극장 운동을 펼쳤던 연극인이었다. “평소 존경해 왔던 나상만 교수님을 이곳 미국에서 만나게 되었다. 생활고에 연극을 쉬고 있지만, 연극의 저변 확대도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연극의 예술감독인 나상만 교수님을 사장님께 소개했고, 두 분이 사고(?)를 친 것이다. 그러나 반응도 좋고, 더구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회사의 긍정적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어 궁극적으론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자평했다.

우리 언론의 문화예술에 대한 할애는 빈약하다. 특히 방송의 경우 천박한 대중예술에 침식되어 연극 같은 순수예술은 찬밥신세다. 이름 있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연극은 매스컴이 먼저 떠들어주고 관객이 몰린다. 특히 교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홈쇼핑플러스의 연극광고와 티켓 판매는 지구 저편의 얘기지만, 우리 방송계에 자성과 성찰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과 홈쇼핑플러스는 이번 방송 소개와 판매를 계기로 산학협력을 맺기로 했다.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은 홈쇼핑 호스트 양성 관련의 과목을 개설하고, 홈쇼핑플러스는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제공하여 상호 협력관계를 지속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홈쇼핑플러스는 LA. 플러턴, 가든 그로브, 산호세, 하와이에 자체 매장을 개설하고 있고, 차후 전 미주에 분점을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아버지>와 6월 3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품바>가 조국을 그리워하는 미주의 많은 교민들에게 어떠한 반향을 몰고 올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번 홈쇼핑플러스의 연극 사랑은 새로운 시도이자, 우리 모두에게 훈훈한 기업정신의 귀감을 던져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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