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상’을 꿈꾸는 신예 작가 이은의 소설집 ‘홀리 시티’ 출간

여자 ‘이상’을 꿈꾸는 신예 작가 이은의 소설집 ‘홀리 시티’ 출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6.12.15 1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 ‘이상’을 꿈꾸는 신예 작가 이은의 소설집
‘홀리 시티’ 출간

하루 종일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봐야 하는 치과의사가 본업과는 사뭇 동떨어진, 그것도 일제강점기 천재 작가인 이상(李箱)의 난해한 작품을 떠오르게 하는 판타지 소설집을 펴냈다.

북랩은 명문대학을 나와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신예 작가 이은의 단편소설 11편을 엮은 <홀리 시티>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소설들은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상의 오감도나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가 돼 있더라는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한국 판타지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홀리 시티에서는 ‘여자 이상’을 꿈꾸는 신예 작가 이은의 독특한 창작 정신, 이를테면 스파게티에 들어가는 재료를 주인공으로 하거나 작은 세포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생을 빗대어 표현하는 등의 파격적인 시도가 이어진다. 익숙해서 놓치기 쉬운 주변의 사물을 비롯하여 마음속에 품고 있던 소망들까지 저자 이은은 독특한 문체를 이용해 현실 세계의 대척점에 있는 마이크로한 상상의 세계를 정밀하게 그려냈다. 또한 새롭게 시도하는 소설과 시나리오의 융합은 이야기꾼으로서 그녀의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저자는 명문대학을 나온 치과의사라는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지만 뜻밖의 일로 고초를 겪다가 창작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언뜻 난해해 보이지만 정교한 플롯으로 공감을 끌어내는 그녀만의 글쓰기 방식도 굴곡진 개인사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힘들었던 때의 고뇌와 사상이 사라지고 왜곡되기 전에 미숙한 글이나마 세상에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했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저자는 얼굴바위와 치마바위가 보이는 인왕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편의 총선 출마를 돕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경찰서 유치장, 구치소, 법원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구치소에서 읽은 성경 이사야 3장 8절 ‘영광의 눈을 촉범(觸犯)하였음이라’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소설을 쓰게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