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노숙인 축구단’ 끼리 첫 친선경기

국내 최초 ‘노숙인 축구단’ 끼리 첫 친선경기

  • 임종태 기자
  • 승인 2010.05.1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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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을 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았다. 축구열기가 뜨거운 요즘, 거리를 헤매던 노숙인들로 구성된 축구팀이 13일 손기정공원 경기장에서 첫 친선경기를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 다시서기 노숙인 상담보호센터의 ‘다시서기 희망FC’와 브릿지 노숙인상담보호센터의 ‘브릿지 자활축구단’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찌든 때의 옷차림을 한 노숙인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브릿지 상담보호센터의 노숙인 김 모씨(남, 53)는 “축구를 통해 다시 설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라며 재기의 의지를 불태웠고,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노숙인 정 모씨(남, 31)도 “오랜만에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첫 친선경기를 멋지게 승리로 장식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지속되는 노숙생활은 건강악화, 음주문제, 자존감 상실 등의 다양한 문제를 동반하게 된다. 이는 사회 재진출의 걸림돌이 된다. 일반인들에게 당연할 수 있는 일반생활 영위는 요원하게 된다. 즉 자신감을 잃게 되며, 자포자기적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결국 일에 대한 의욕이 점차 없어지게 되어 가끔 나가는 일용직 근로 활동도 현저하게 떨어져 노숙생활 탈피는 더욱 어려워진다.

노숙인들이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주거지원 등 외부 지원적 자활프로그램 못지않게, 개인의 자존감 회복과 지역사회 혹은 지역주민들과의 융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축구 경기는 훌륭한 지역사회와의 매개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 조기축구회 등과의 친선경기 등으로 노숙인과 일반인의 괴리를 줄여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동체 의식을 되찾아 자활의지를 북돋을 수 있으며, 노숙생활로 쇠약해진 건강도 회복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 달 16일 창설한 ‘다시서기 희망FC’는 20명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30명으로 늘어났으며, 매주 금요일 한강 이천공원에서 3시간씩 경기를 한다. 연령대는 주로 3~40대로 구성되어 있다.

또 다른 한 팀인 ‘브릿지 자활축구단’은 2006년부터 명맥을 유지해 오던 축구팀을 확대하여 지난 달 3일 정식 출범했다.

2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연습을 하고 있으며, 다른 동우회와의 시합도 벌써 3번이나 가졌다.

한성고등학교 축구동문과 2번, 천주교 축구팀과 1번의 경기를 가져 이젠 호흡도 잘 맞고, 축구에 대한 열기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의 김민수 사회복지사는 “축구팀을 운영한 후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들의 얼굴에 활기를 되찾은 것“이라고 말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자신감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릿지 상담보호센터 최영민 과장도 “노숙인에게는 의식주 못지않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자활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축구는 노숙인들이 사회로 돌아가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의 노숙인 축구팀이 노숙인들의 자활의지를 높이는데 매우 훌륭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노숙인 시설을 중심으로 축구팀을 추가 신설하고, 지역 축구동호회와의 친선경기도 자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양 팀간의 첫 친선경기에는 각 시설을 대표하는 100여명의 노숙인 응원단이 참석하여 열띤 응원전도 펼칠 예정으로 있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못지않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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