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화산중학교 행정실장 정순화의 ‘곁에 두고 싶은 시’ 출판

해남 화산중학교 행정실장 정순화의 ‘곁에 두고 싶은 시’ 출판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6.09.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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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화산중학교 행정실장 정순화의
‘곁에 두고 싶은 시’ 출판

도서출판 행복에너지가 2010년 <문장21>로 등단한 정순화 시인의 첫 시집 ‘곁에 두고 싶은 시’를 출간했다.

‘곁에 두고 싶은 시’는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내공과 뛰어난 매력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읽는 즉시 단숨에 여운을 남기는 서정성은 물론 생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철학적 잠언은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과 봄바람처럼 따스한 온기를 남긴다.

순수하고 풋풋한 동심을 자아내는 ‘눈 내리면’, ‘여름 나라에서’뿐 아니라 영혼을 씻어줄 악기를 연상하는 ‘달빛 속으로’, ‘요정의 마을’ 등에서는 문학소녀적인 감성마저 묻어난다. 더구나 음악을 좋아하는 시인은 시편들에다 손수 그린 다채로운 수채화 그림까지 금상첨화로 곁들여서 화사한 기쁨을 북돋는다.

또한 그녀의 작품들은 치열했거나 단란했던 삶의 애환을 다룬 생활시 성향을 드러내서 공감을 준다. 암 수술 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감격을 담은 ‘살아있음에’, ‘내 마음의 보석’, ‘병이라는 친구’ 등뿐만이 아니다. 1남 2녀의 주부 겸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 살아오면서 겪은 리얼한 현장의 고충을 조용히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처우문제를 제기한 ‘내 머리는 노랗다’, 세월호 문제를 상기시킨 ‘잠 못 드는 밤에’ 등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 이 시집에 담긴 작품들 속에는 따스한 가족 사랑과 올곧은 철학적 자세가 담겨 있어 신뢰감을 준다. 네 살 적에 어머니를 여읜 자신이기에 남달리 짙은 그리움이며 외로움이 숱한 슬픔과 죽음을 사랑으로 이겨내고 있는가 싶다. 이러구러 만난 지 4반세기를 헤아리는 동갑 남편을 향한 ‘그대 있음에’, ‘물 같은 사랑’, 군에 입대한 아들에 주는 ‘너에게 부치는 편지’, 두 딸을 위한 ‘엄마와 딸, 그리고 사랑’ 등에 그치지 않는다. ‘하늘가 그리운 님’에서는 일찍 떠난 어머니를 향한 애잔한 하소연이 절절하다. 이렇게 자별한 가족사랑은 시인이 전공했던 이론 못지않게 인간주의적인 삶의 철학에 튼실한 뿌리를 내려 범아일여의 완결성을 보여준다.

누구나 행복한 나날만을 원하지만 삶은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작은 샘에서 솟아오른 하나의 물줄기가 바다에 이르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크고 작은 돌에 부딪치며 계곡을 따라 흐르고 홍수와 가뭄을 견뎌야 강이 된다. 굽이굽이, 천천히 흐르며 세상 풍파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드디어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아름답고 웅장한 바다에 도달하기 위해 그 평안하고 행복한 삶에 이르기 위해 인생은 고난을 강요한다. 그 인생이라는 힘겨운 여정에 늘 곁에서 격려하고 응원을 보내는 친구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손만 뻗으면 잡히는 곳에 있는 다정다감한 친구, 시집 ‘내 곁에 두고 싶은 시’와 지금 사귀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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