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10명 중 6명 “병사 월급 부족해 부모님께 월 8.7만원 지원 받아”

군인 10명 중 6명 “병사 월급 부족해 부모님께 월 8.7만원 지원 받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6.03.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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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10명 중 6명
“병사 월급 부족해 부모님께 월 8.7만원 지원 받아”

군대에 대해서 흔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면, 군대 내무반이 20대 청년들이 한데 모여 부대끼며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대 청년들의 일상적 공간’이다. 또래 남성들과 훈련 외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상이 담긴 공간인 동시에, 군인이라는 신분의 특수성 상 사회와 격리된 그들만의 체계와 문화가 공고히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인 셈이다.

그러나 군대에 대한 기존 조사는 대부분 군대 내 인권 등 병영문화 개선에 초점을 맞춘 계몽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군인 신분을 지닌 이들의 일상적 공간으로서 내무반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생필품, 음식, 월급을 비롯해 인간관계까지 20대 청년 군인들이 실제 내무반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다 일상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하여 2015년 12월 23~24일(2일간) 간 전국 20대 남성 군필자 399명을 대상으로 <전국 20대 남성의 군생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군인 10명 중 8명은 병사 월급 ‘불만족’, 10명 중 6명은 부모님께 월 8.7만원 지원 요청

20대 군필자는 복무 기간 받았던 병사 월급에 대해서 무려 75.7%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그 중 과반수 이상(57.1%)은 월급이 부족해 부모님께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요청 금액은 월 평균 8.7만원이었다. 이는 2016년도 상병 월급인 178,000원의 48.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병사 월급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비해 병사들의 지출 부담 역시 증가[1]해서 여전히 병사 월급 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병사들이 월급을 사용하는 분야는 식비(35.5%)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부대 밖 활동비(19.9%), 통신비(17.0%) 순이었다.

-군대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슈넬치킨(35.8%),

군필자들이 군대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무엇일까? 군대매점(PX)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35.8%의 군필자가 ‘슈넬치킨’을 1위로 꼽았다. 역시 ‘치느님’의 인기는 군대마저도 접수한 모양이다. 비록 음식은 아니지만, 어떤 음식에 뿌려도 맛을 곱절로 향상시켜 준다는 마법의 가루 ‘맛다시’(23.3%)가 간짬뽕(18.3%)과 공화춘(15.5%)을 제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소위 ‘짬밥’으로 알려진 군 급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군 급식에 대한 각 요소 별 만족도를 5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양(3.42점)>영양(3.05점)>위생(2.96점)>맛(2.66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짬밥’은 양만 많고, 위생과 맛은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이어서 군 급식을 다시 먹고 싶은지 여부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넘는 64.0%의 군필자가 다시 먹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맛도 없고, 위생 상태도 의심스러운 ‘짬밥’에 대한 기억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군인 1명 당 평균 6개의 화장품을 사용

군 복무기간 동안 병사 1인 당 평균 6개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그 중 필수 아이템은 10명 중 9명은 가지고 있는 로션(사용비율 90.0%)이었다. 사용 비율이 높은 화장품 종류를 분야별로 살펴보니, 로션(90.0%), 클렌징폼(85.2%), 스킨(82.5%) 등 기초 제품이 3.02개로 전체 보유 화장품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편 이러한 화장품 사용 개수는 최근 전역한 응답자일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역한 지 4년 이상 지난 응답자의 경우 5.59개의 화장품을 사용한 데 비해 전역 1년 미만인 응답자는 6.69개로 두 그룹 사이에는 1.10개의 차이가 있었다. 즉, 20대 남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4년 전에 비해 더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군인 역시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피부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군인들이 화장품을 구입할 때 가장 고려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1위는 가격(34.1%)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군인 신분이기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어서 기능(21.9%)과 피부적합성(18.9%)이 근소한 차이로 2, 3위를 차지했는데, 이를 통해서 가격 다음으로 화장품의 기능이 자신에게 맞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라사랑카드 혜택 이용 경험자 절반도 안 돼 (46.1%)

일명 ‘군인카드’라고 불리는 나라사랑카드는 일반 병사가 군 복무와 예비군 임무를 마칠 때까지 병역증, 전역증 및 급여통장 기능을 하며, 전역 후에도 일반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 카드에는 병사들을 위해 대중교통, 영화, 외식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군 복무 시 나라사랑카드 혜택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군필자 중 46.1%에 불과했다. 과반수 이상의 병사들이 나라사랑카드 혜택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떤 혜택이 군인들에게 인기가 있었을까. 혜택 이용자들은 CGV영화할인(30.5%)을 가장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편의점 현장 할인(19.5%), 놀이공원 할인(16.3%)등의 순으로 나타나서 주로 휴가나 외박을 나왔을 때 여가 활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선호하고 있었다.

한편 가장 적게 이용한 혜택은 토익, JPT 등 어학시험 응시료 캐시백(2.8%)이었다. 이는 대표적 어학시험인 토익의 경우, 기존 군인할인 접수를 통해 응시료 42,000원의 50%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할인을 받으면 캐시백 기준 금액인 30,000원에 못 미쳐 중복 혜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 전역 후 나라사랑카드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무려 73.2%의 응답자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군대에서 맺은 인연 평생 가져갈 것’ 51.7%

복무 당시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는 대상은 단연 동기라고 응답한 군필자가 절반 가량(49.7%)이었다. 동기 다음으로는 맞후임(15.7%)보다는 맞선임(17.5%)과 좀 더 돈독한 관계를 쌓은 것으로 나타나서, 군대 내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관계는 동기와 선임이 주요 대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군대 내에서 맺은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과 전역 후 어떤 활동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온라인 안부 연락부터 금전적, 정신적 도움까지 임의로 구분한 1~6 단계별로 물어보았다. 군필자들의 선택은 평균 3.17단계로, 직접 만나서 얼굴 보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이러한 활동 정도는 전역 후 경과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전역시기가 오래될수록 온라인/ 모바일로 안부 연락만 하겠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전역시기가 최근일수록 금전적 도움까지 줄 수 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군대에서 맺은 인간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51.7%)이 평생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해서 군대에서 맺은 인간관계에 큰 신뢰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임희수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20대 청년 군인들의 일상적인 내무반 생활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롭다”라고 말하며, “군 조직의 특성 상 사회와의 소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계점은 있겠지만, 군인이기에 앞서 20대 청년들인 이들이 밝고 건강한 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생활 실태조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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