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1~2년 내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 작다"

LG경제연구원, "1~2년 내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 작다"

  • 임종태 기자
  • 승인 2009.05.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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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은 단저 장고'

LG경제연구원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통화공급 확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통화량 보다 총수요 압력이 인플레이션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1~2년 내에는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후 최악의 경제침체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례없는 통화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 9월 리만 브라더스사의 파산 이후 신용경색 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미 FRB는 양적 확대정책으로 대응하였다. 이에 따라 9월 8,900억 달러이던 본원통화(=현금 + 은행의 지급준비금)가 불과 3개월 만에 두 배에 가까운 1조 7,4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미국 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크게 인하하였으며,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침체를 막는데 주력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화공급 확대가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주요 선진국들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작년 4분기 이후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저금리 등 통화확장 정책 기조를 유지하여 오고 있으며, 국내 본원통화 역시 위기 이후 약 22.3%가 증가하여 과거 3년 평균(05-07년 평균 12.1%)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3% 후반으로 타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져 있는 상황이다. 국내 통화공급 증가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최근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통화 공급과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는 상관 관계가 낮아

현재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본원통화증가율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또한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재정적자와 통화량 확대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다”라는 펠트슈타인 교수의 지적(Financial Times, ’09. 4. 19)에서 볼 수 있듯이, 대규모 통화량 확대, 재정적자 확대가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통화공급의 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화폐수량설에 기반하고 있다. 통화공급은 경제의 총거래액과 일치하게 된다. 여기서 통화공급은 통화량과 유통속도의 곱으로 정의되며, 경제의 총거래액은 명목GDP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다음과 같은 항등관계로 표현할 수 있다. 즉, 통화와 유통속도 증가율의 합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의 합과 같다는 것이다(dM + dV= dP + dy; 화폐수량 방정식). 화폐수량설은이 항등관계에서 출발하여 화폐의 유통속도와 실질경제성장률이 장기에 일정하다는 가정에 따라, 통화 증가율과 인플레이션의 1대 1 관계가 성립하게 됨을 나타낸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단기에는 통화공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본원통화의 공급이 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 본원통화가 두배 가깝게 증가하였고, 신용경색이 크게 나타난 유럽의 경우에도 30%를 상회하는 본원통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4분기 이후 전년동기간 대비 증가율이 22.3%에 이르는 등 최근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타국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본원통화의 공급이 시중의 통화량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현금보유 성향이 증가하여 중앙은행의 본원통화공급이 좀더 광의의 통화인 M2통화량 증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말 이후 급증한 본원통화와 달리 M2 증가율은 작년 5월 15.8%의 증가율을 보인 후 계속 낮아져 3월 현재 11.1%로 둔화되었다. M2 통화승수(= M2/본원통화)는 신용경색이 심해진 작년 11월 이후 크게 낮아져 올 3월에는 지난 IT 버블 붕괴시의 최저점(2002년 2월, 22.9)보다 낮은 22.4를 기록하였다.

더욱이 최근과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선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의 단기 관계가 크게 약화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통화의 유통속도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화폐수량설의 가정과 달리 경기침체기에는 유통속도가 일시적으로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M2 기준 통화 유통속도를 구해보면 2008년 4분기에 0.18을 기록하여 장기 평균(2000년대 평균 0.22)보다 크게 낮아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환위기 이후 국내 통화 증가율과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크게 약화된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단기 관계를 규명해 보기 위하여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서 그랜져 인과관계(Granger Causality Test)를 이용하여 살펴보았다. 우선 외환위기 이전에는 M2통화증가율이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약한 선행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이러한 선행관계가 거의 없어졌다.

주된 요인으로는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유통속도의 체계적 하락과 구조적 분절이 있었다는데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이행하면서 통화량보다는 단기금리를 주요 수단으로 삼은 점, 늘어난 통화가 실질 거래에 이용되기 보다는 금융-자산시장에서의 거래로 연결된 점, 2000년대 들어 물가 상승에 통화적 요인보다 국제유가, 변동환율제 도입 등 비용 측 요인이 증가한 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현재의 높은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환율요인 때문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에도 3.6%를 기록하여 한국은행 목표치를 상회함은 물론, 다른 주요국에 비하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를 인플레이션의 단기행태방정식을 이용하여 분해하여 보면 결국 환율요인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다.

인플레이션의 단기 행태식을 추정하기 위하여, 통화량의 설명력이 크게 떨어지므로 통화량 변수를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통화량과 유통속도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산출갭(=실질GDP와 잠재GDP의 차이로 총수요압력을 나타냄)과 상품가격, 환율 등 비용 측 요인을 이용하였다. 행태식 추정 결과, 작년 3분기까지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수요 및 비용 요인이 모두 물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4분기 이후에는 환율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이 물가하락요인으로 전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4분기 이후 국제유가로 대표되는 상품가격이 급락하였고, 실질GDP 역시 크게 침체되어 총수요압력이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올 1분기 실질GDP가 전분기 대비 0.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전히 침체 이전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며, 잠재GDP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역시 전년동기간(1~4월) 대비 -56% 수준으로 크게 낮아져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환율이 4분기에 급등하였고, 이후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는 있으나 전년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전년동기간 대비 47% 증가)을 보이고 있어 물가하락요인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상승 요인은 지난 4분기 이후 소비자물가를 2%p 상승시킨 것으로 추정되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경기가 살아나야 실현 가능 향후 실질GDP가 점진적으로 상승한다고 할지라도,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망된다. 전분기 대비 실질GDP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선진국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가파른 속도로 회복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당분간 국내GDP는 잠재 GDP를 계속 하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경제의 공급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게 유지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려면 이러한 산출갭이 메워질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크게 살아나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90년대 북유럽 외환위기나 일본의 장기불황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공급의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잠재 성장률이 이번 충격으로 다소 낮아지더라도 내년 중 1~3% 실질성장은 산출갭(디플레이션 갭)이 여전히 큰 상황임을 의미한다. 결국 2010년에 우리경제가 크게 성장하지 않는한 이러한 갭이 메워지려면 1~2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그 동안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던 원화가치가 향후 평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특별한 비용충격이 없는 한 물가의 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산가격 거품 재현은 예의주시할 필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의 또 한가지는 일반물가수준이 아닌 대규모 단기부동자금 증가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일 것이다. 작년 말 이후 단기투자자금인 MMF 수탁고가 크게 증가하여 올 2월에는 130조원에 이르는 등 단기유동성이 약 8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단기자금이 최근 주식시장과 일부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자산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시 단기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최근 금융위기의 원인인 버블을 형성한 것처럼 국내경기 침체 속에 자산시장 버블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의 상승은 단기부동자금의 증가도 한 원인이겠지만 상당부분은 단기금리 인하와 위험회피 성향의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금리 인하는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를 상승시키게 된다. 경기회복에 따른 미래수익이 실제로 증가하지 않더라도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시장 참여자의 기대수익이 증가하게 되어 주식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작년 4분기 경기가 급락함에 따라 위험회피 성향이 크게 나타났으나, 하락속도가 완만해짐에 따라 시장참여자의 급격한 위험회피 성향이 다소 개선되었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태도 변화가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자산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으나, 작년 하반기 국내주가의 급락을 경험한 상황에서 거품이 재현될 정도로 자산가격의 단기 급등을 야기하는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주택시장의 거품붕괴(Boom & Bust)와 달리 국내주택가격의 조정은 크게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경기회복 기대가 가세할 경우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리스크는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주택가격의 상승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의 연결 가능성은 향후 중앙은행의 통화흡수능력에 달려있어

중장기적으로 위기가 해소되고 경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이후에는 현재 늘어난 통화증가가 물가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화폐수량설의 전제 조건인 유통속도는 구조 변화가 없는 한 장기에는 일정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기 관계는 공적분 검정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에 대하여 공적분 검정을 하여본 결과 통화량과 소비자물가는 장기 공적분 관계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장기관계는 향후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고 경기침체가 끝나는 시점에는 중앙은행이 풀어놓았던 통화를 환수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발생가능성을 점검해 보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은행의 통화흡수능력을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은행 자산 포트폴리오의 만기조건, 위험자산의 손실여부, 통화환수 시 시장의 반응에 따라 통화환수의 부담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본원통화 공급내역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환수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볼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3월 대비 가장 크게 늘어난 부문은 금융부문 대출금과 중앙정부 대출금으로 각각 26조원과 14조원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이는 만기가 짧은 단기유동성 성격이 큰 항목으로 환수부담을 증가시키는 항목이 아니다.

금융부문의 대출금 증가는 작년 말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조달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은행이 대출형태로 스왑하여 공급한 것이다. 일시적인 대출이며 만기가 짧고, 외화자금 조달여건이 안정화된다면 환수할 수 있는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 대출금 역시 상반기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그 성격상 기체한도가 정해져 있고, 회계연도안에 세입 등 세수로 환수되어지는 항목이다.

환수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는 중장기적인 성격의 국채 매입은 1조 4천억원 정도 증가하였지만, 통상적인 유동성 조절규모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고는 아직까지 보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위험자산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 FRB가 기업어음, MBS 등의 유가증권을 매입하고, 은행 자본금 확충을 지원했던 것과 달리 아직까지 한국은행이 그러한 자산을 매입하거나 직접적인 은행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RP 매입 대상의 확대(은행채, 특수채 포함), 은행자본 확충 펀드를 통한 간접 지원방식(10조원 규모) 등 비전통적인 수단을 도입하고 있지만 손실위험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중요

주식 및 일부 부동산 시장에서 풍부한 단기부동자금 등에 기인해 자산가격 상승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정책당국이 계속 점검,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여 볼 수 있다. 하나는 정책 판단의 문제이다. 통화환수에 있어서 가장 전제되는 조건은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회복 시점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상반된 결과를 낳기 때문에 향후 정책 당국의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과잉 유동성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高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클 것이고, 너무 이른 시기에 유동성을 흡수하여 버리면 경기가 다시 하락하는 더블 딥(Double Dip)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를 경제에 부작용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잘 조절하여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대규모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발행은 채권시장을 교란시켜 채권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 이 경우 금리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매입을 하여야 하나, 중장기적인 유동성 공급은 중앙은행의 환수수단을 제약하는 형태로 작용하게 되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환수시점에서의 시장의 태도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리스크에 대비하여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보다 엄밀한 모니터링과 이를 통한 회복시점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또한 최근의 통화확장 기조를 유지하는 속에서도 환수수단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통화흡수능력을 상시적으로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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