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사회 치료제 ‘광화문역에는 좀비가 산다’ 출간

탈진사회 치료제 ‘광화문역에는 좀비가 산다’ 출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5.04.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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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사회 치료제 ‘광화문역에는 좀비가 산다’ 출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사이좋게 사는 마을,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철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핏기없는 굳은 얼굴에 정장차림을 한 일련의 무리가 거리를 가득 메운다. 영혼 없는 그들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침행렬에 동참한다. TV 속 화면으로 본다면 광화문역 사거리의 아침풍경은 영락없는 좀비들로 가득 찬 세상이다.

‘좀비’는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로 ‘부활한 시체’를 말한다. 현대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비실거리며 다니는 사람’ 혹은 ‘무사안일에 빠져 주체성 없이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늘 뒷전에만 서 있고 겉멋에만 치중하며 시키지 않으면 어떤 일도 능동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을 소위 ‘좀비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흔히 돈이 만들어낸 부가가치에만 열정을 쏟아붓곤 한다. 자본주의의 첨병에 서서 사람들의 관능을 자극하고, 물질의 풍요로움을 선동하여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정작 자기 삶은 스스로 결정하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말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하는 일상을 보내며 삭막한 무한경쟁시대에 오직 성공만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간다. 좀비의 또 다른 모습을 한 그들은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그대, 정말 지치고 힘들다면? 지금이 바로 인생의 궤적을 다시금 살펴볼 시기다. 우리는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누구보다 꿈꾼다.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면서 말이다. 하지만 삶은 우리의 꿈을 저당 잡은 채 머리와 가슴은 텅 비게 하고, 권력과 탐욕만을 좇게 한다. 우리는 왜 지치고 힘든지 그 진짜 이유와 원인을 찾아야만 한다. 방치한다면 영혼 없는 좀비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좀비란 괴물의 존재를 낱낱이 밝혀야 하는 이유다.

최근 출간돼 화제가 된 ‘광화문역에는 좀비가 산다’(도서출판 스틱 펴냄)에서 문화중독자인 저자는 “무의식중에 정신과 육체, 우리의 미래를 갉아 먹는 탈진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인간답게 살 수 있고, 원하는 미래를 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구속하고 망가지게 하는 조종자가 누구인지, 노동의 노예로 만드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멀쩡한 사람을 무뇌아로 변신시키는 자본과 미디어의 마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상징하는 자본과 미디어는 느리지만 절대 멈추지 않은 채 갖가지 방법으로 사회를 잠식하고 이곳저곳 이리떼처럼 몰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웅크린 탈진이란 괴물은 점점 더 교묘하고 영악하게 우리 자신을 지배할 것이다. 하지만 문화중독자는 “누구나 영혼 없는 좀비들이 가득한 탈진사회에서 쉽게 벗어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탈진의 정체를 파악한 후, 그것에 ‘대응할 힘과 용기’를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의지가 약해지는 순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다시 벌떡 일어서야만 한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주위를 둘러보는 시선과 버텨낼 수 있는 자신만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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