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두바이發 쇼크, 글로벌 경기회복 시험무대”

KOTRA, “두바이發 쇼크, 글로벌 경기회복 시험무대”

  • 임종태 기자
  • 승인 2009.11.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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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월드의 채무이행연장 요청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으나 제 2금융 위기 발발 등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둔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우리 수출 및 외국인 투자유치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OTRA가 영국, 미국 등 12개 주요국 소재 KBC를 통해 긴급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각국은 이번 사태의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도 상환유예로 인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긴장은 늦추지 않되 과도한 우려는 불요’ 라는 것이 전반적 기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신중한 분위기를 반영, 27일 급락세를 보였던 글로벌 증시는 유럽의 경우 28일 오히려 반등세를 보였으며 미국은 비록 반쪽짜리 場이었으나 하락률이 1.5-1.7%에 그쳤다. 아부다비 정부도 비록 ‘선별과 선택(pick and choose)’ 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지원 의사를 시사, 안도감을 더해주고 있다.

◇ 주요 해외기업 ‘판단유보’, 건설기업 ‘우려표시’

해외 KBC가 이번 조사를 위해 접촉한 對UAE 비즈니스 기업은 언급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과 대중동 관련도에 따라 나름대로의 영향 분석은 하고 있으나 아직 정보가 부족한 상태여서 향후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소재 S사(금융)는 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에 집중해왔으며 이미 상반기 중 4.6억불을 중동지역 부실채권으로 인한 감손처리한 바 있다. 이번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자사의 사업에도 영향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았으나 더 이상의 언급은 회피했다. 대부분 미국 및 유럽 금융기관들도 對UAE 채권비중이 낮은 수준임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엔화 평가절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 경단련(한국 전경련에 해당) 미다라이 회장은 ‘일본 경제가 점점 더 벼랑에 몰리고 있다’며 수출기업에 대한 신속한 정부대책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건설관련 기업들은 보다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A사(건설기업대상 비즈니스 서비스)는 업종의 특성상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고 있으며 중동전체 건설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C(건설)사는 현재 두바이 내에서 10여건의 건설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두바이월드와는 관련성이 없으며 전체 사업에서 두바이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별다른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대중동 비즈니스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건설관련기업중 숨은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최첨단 시설 건설용 장비공급 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해외소재 한국 지상사들의 경우 특별한 악영향을 밝힌 사례는 없었다. 중동 지역에 진출한 건설 기업들도 이미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를 감지, 사업의 무게중심을 UAE에서 아부다비로 상당부분 옮겨간 상태여서 피해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두바이월드가 주관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기업은 S사 하나 뿐이나 이미 철수 절차를 밟고 있던 중으로 커다란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위기’ 아닌 ‘조정기’

주요국들이 두바이 쇼크의 영향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주요 근거는 우선 두바이 전체 부채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두바이월드의 채무 590억불을 포함한 두바이 정부 전체 채무는 약 800억불로 연초 동유럽發 금융위기 우려 고조시 동유럽 부채규모 1조 7천억불(연내 만기 4천억불)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영국은 HSBC 등 금융권의 두바이 채권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브라운 총리는 ‘두바이 금융문제는 수용가능하고 지엽적인 것(containable and localised)' 이라며 영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함을 강조하였다. 중국사회과학원(세계경제정치연구소) 리샹양 부소장은 ’왕개미가 큰 나무를 넘어뜨릴 수 없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의 큰 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인근국의 경우 국부펀드로 국가의 잉여자금을 재원으로 對UAE 등 대외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단기간의 손실이 큰 의미는 갖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 근거는 금번 쇼크가 어느 정도 예견 가능했고, 글로벌 금융경제 시스템이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위기를 겪으면서 내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독일 금융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바이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 지에 대한 언론 보도 및 독일정부의 두바이 프로젝트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통해 위기를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었으며 일부 독일기업은 두바이 비즈니스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태로 인한 위험은 대부분 중동 域內에 집중될 것이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풍부한 금융 유동성을 공급해왔으므로 지역적인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두바이 쇼크를 ‘위기’ 라기보다 ‘조정기’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다. 미국의 경제전문 CNBC 방송도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을 위기에 빠뜨리기보다 그간 예견되어 온 증시조정 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Market Watch(경제금융 뉴스미디어)가 이번 쇼크가 국제금융시장에 진정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것이며 이를 무난히 극복할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 가능성에 중요한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對 신흥시장투자 둔화 불가피 - 양날의 검

두바이사태로 인한 시장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공통적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흥 시장의 신용문제가 화두가 된 만큼 리스크 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회류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두바이월드 사태는 정부가 신용담보로 대량의 대출을 남발한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인바 중국도 경감심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선진국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신흥시장 수요가 글로벌 실물경기 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 따라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둔화되는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다소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문제는 두바이사태로 인한 금융권의 피해가 많은 유로화 및 파운드화 약세 및 안전자산으로의 달러화, 엔화 강세로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제고가 예상된다. 2009년내 누렸던 환율효과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대를 한 번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는 단기적인 것으로 글로벌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신흥국 경기회복 둔화 및 선진국시장에서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부정적인 효과는 더욱 길고 강하게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조사팀 한선희 처장은 “채무불이행의 규모나 국제사회의 대응태세를 감안할 때 두바이쇼크가 제 2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다만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어느정도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기회와 위협을 파악하고 선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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