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정상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은 이혼사유

법원, ‘재정상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은 이혼사유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2.24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재정상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은 이혼사유

부부 재산 내역이나 관리 상태를 남편에게 공개하지 않은 아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수원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 잇따라 배우자에게 자신의 재산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혼사유가 된다고 판결했다.

수원지방법원 가사3단독(노미정 판사)은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자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반소로 이혼과 재산분할 등을 청구한 사건에서 “부부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아니한 채 재산을 자신 명의로 한 후 친정 식구들과 돈 거래에 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집을 나가 별거와 이혼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아내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아내는 남편에게 재산분할 9,000만원을 지급함과 동시에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제3가사부(이승영 부장판사)는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등을 청구한 사건에서 “자신은 기존의 높은 소비수준이나 생활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소득을 초과해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면서까지 자신 가족들의 사업이나 소비를 지원했”고 “부부의 재정적 독립을 어렵게 만들고 아내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상처를 키웠으므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3,000만원과 함께 재산분할로 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부부 사이에는 동거, 부양, 협조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부부는 재정상황에 관하여 배우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최근 판결은 이런 의무를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의미하지만 자녀를 포함한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끈끈한 경제적 결합이 당연히 요구된다.

부부가 동거하면서 외도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생계를 유지하고 장래를 도모할 수 있도록 재정상황을 설명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것만 탓할 것이 아니라 부부사이에 ‘신뢰’라는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