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신흥국 금융 불안 금융경로보다 실물경로가 더 위협적’

LG경제연구원 ‘신흥국 금융 불안 금융경로보다 실물경로가 더 위협적’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2.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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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최근 우리나라 금융변수들의 움직임

취약 신흥국들과 차별화되기보다 동조화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신흥국 금융 불안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일부 취약 신흥국들의 개별적인 혼란인가 싶더니 어느새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을 반영한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미 금융 불안이 가시화된 나라들의 뒤를 이어 다음 번에는 어느 나라의 환율과 주가가 급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것인지 찾는 불안한 탐색전이 계속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 사태를 맞아 취약 신흥국들과의 차별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미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확대되었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 바 있었다. 또한 지난해 700억 달러를 상회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및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정부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는 기대가 높은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취약 신흥국들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가운데 주가도 하락하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의 취약 신흥국과의 차별화’ 기대가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최근 우리나라가 경험한 원화 가치 절하, 주가 하락, CDS 프리미엄 상승 등은 지난해 발생했던 신흥국 금융 불안의 초기 국면의 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5월 21일의 ‘버냉키 쇼크’ 발생 이후부터, 지난해 12월 18일 미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개시 결정’까지의 기간을 3개 기간으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로 F14(Fragile 14: 자세한 설명은 5페이지 박스 참조) 신흥국들과 우리나라의 환율, 주가, CDS프리미엄(credit default swap premium) 변화를 비교해 보았다.

1번째 단계인 지난해 5월 21일부터 6월 말까지의 ‘불안 초기’ 국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금융 변수들은 취약 신흥국의 금융변수들과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F14 신흥국들은 평균적으로 환율이 3% 절하되었고, 주가는 5.7%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은 78.9bp(basis point: 0.01%p에 해당)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도 원화가 2.7% 절하되었고, 주가는 6%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도 상대적으로 그 정도는 작았지만 21.6bp 상승했다.

2번째 단계인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의 ‘불안 고조기’ 국면에서는 우리나라와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 변수들이 뚜렷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 브라질, 터키 등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 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인도네시아 등으로 금융 불안 국가도 확대되는 조짐을 보였던 시기다. F14 신흥국들의 경우 ‘불안 초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환율은 4.1% 절하되었고, 주가는 2.9%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은 18.8bp 상승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불안 초기’와 정반대 방향으로 금융변수들이 움직여, 원화는 2.9% 절상되었고, 주가는 3.4% 상승했으며, CDS프리미엄은 8.3bp 하락했다.

3번째 단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 17일까지의 ‘상대적 안정기’ 국면에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변수들도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F14 신흥국들은 평균적으로 환율이 0.3% 절상되었고, 주가는 4.2% 상승했으며, CDS프리미엄도 36.5bp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원화는 5.6% 절상되었고, 주가는 4.4% 상승했으며, CDS프리미엄은 30.1bp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8일 미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결정하면서 신흥국 금융 불안이 재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올해 2월 3일까지의 기간 동안 취약 신흥국 및 우리나라의 금융변수들은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의 3개 국면 중 ‘불안 초기’ 시기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F14 신흥국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환율은 5.5% 절하되었고, 주가는 2.3%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은 78.2bp 상승했다.

우리나라 금융변수들 역시 이 기간 동안 원화는 2.5% 절하되었고, 주가는 2.3% 하락했으며, CDS프리미엄도 17.6bp 상승했다. 즉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 초기 국면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금융 변수들은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변수들과 차별화보다 동조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별화 정도, 기대에 못 미쳐

경상수지 흑자 기조 지속, 늘어난 외환보유고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와 취약 신흥국과의 차별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 초기 국면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고,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 발생 이후 최근까지의 상황에서도 드러나듯 우리나라 금융변수들의 실제 움직임은 차별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그 주된 원인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우리나라가 ‘잘 나가는 신흥국’ 정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원화 및 채권 등이 국제 금융 불안 상황에서 자금을 맡겨 둘 만한 안전자산으로 확실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IMF 등 여러 국제기구들은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우리나라를 선진국(advanced economy) 그룹에 포함시켜 각종 통계를 작성하고 있지만, 모건스탠리캐 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삼는 대표적 주가지수에서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선진국이 아닌, 이머징마켓 지수에 편입해 놓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듯,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 초기 국면 및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 발생 이후, 우리나라 원화는 각각 2.7% 및 2.5% 절하되었다. 한편 원화와는 달리 같은 기간 일본 엔화는 3.2% 및 1.5% 절상되었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S&P만이 일본에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높은 국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을 뿐, 무디스(Moody’s)는 동일한 국가신용등급을, 피치(Fitch)는 도리어 우리나라에 일본보다 한 단계 높은 국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표 상의 우리나라의 위치와 국제 금융시장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우리나라의 위치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들어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에 대한 순투자(순매수에서 만기 도래 등을 뺀 규모)가 늘어난 것을 취약 신흥국들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차별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올해 1월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순투자액은 6,55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1월에 유입된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은 장기 투자 목적이라기보다 단기 투자 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 채권인 통안채에 대한 순투자액은 8,770억원 증가했지만, 주로 중장기 채권인 국채에 대한 순투자액은 60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직전 5개월 동안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각하여 8조 3,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국내 채권시장으로부터 회수한 바 있다. 결국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채권시장에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 자금이 추세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 최근 지표들은 상당한 한계점을 지닌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 올해 1월 외국인들은 7,060억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의 순매도액까지 더하면 국내 주식시장으로부터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규모는 2조 5,210억원에 달한다.

Ⅱ. 지난해와 달라진 국제금융시장 여건

미 연준의 출구전략 ‘불안감’에서 ‘현실’로

그렇다면 과연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 전개 과정에서도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금융 변수들의 움직임이 취약 신흥국 금융변수들의 움직임과 차별화되는 국면이 도래할까? 만약 취약 신흥국들에 비해 환율이 덜 절하되고, 주가가 덜 하락하며, CDS프리미엄이 덜 상승하는 상황까지도 차별화의 범주에 포함 시킨다면 이미 차별화는 진행 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흥국 금융불안의 ‘불안 고조기’와 같이, 취약 신흥국들의 환율이 절하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원화는 절상되고, 취약신흥국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주가는 상승하며, 취약신흥국들의 CDS프리미엄이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은 하락하는 등 우리나라 금융변수들이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차별화로 간주한다면, 이러한 ‘뚜렷한 차별화’ 현상이 조만간 재연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 당시와 비교할 때,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은 실제로 미국의 양적 완화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고, 출구전략을 추진 중인 미 연준의 최근 움직임을 감안할 때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신흥국 금융 불안이 미 연준의 출구 전략 시행 예고에 따른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면,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은 출구 전략의 ‘실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의 도화선이 되었던 버냉키 쇼크는 5월 21일 미 연준 의장 버냉키가 의회 발언을 통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고, 같은 날 공개된 미 연준의 4월 FOMC 의사록에서 자산 매입 규모 축소 주장이 제기되었음이 확인되면서 시작되었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를 지탱하던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선회를 예고한 중요한 변화였지만, 지난해 신흥국 금융 불안 전개 과정에서 미 연준은 여전히 매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며 막대한 규모의 달러화 자금을 신규로 금융시장에 공급하고 있었다. 즉, 변화에 대비하라는 경고는 있었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의 상황은 다르다. 올해 1월부터 미 연준의 채권 매입 규모가 기존의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줄어들었고, 미 연준은 지난 1월 FOMC에서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되고 국제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이러한 국제 금융시장 상황은, 양호한 거시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계에 서 있는 국가’로 간주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바닷물이 조금 빠질 때에는 우선 높이 솟은 암초만 드러나지만, 바닷물이 더욱 빠지게 되면 높지 않은 암초까지도 수면 위로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 것처럼,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수록 확실한 선진국으로 아직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가 취약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대접을 받기보다 도매급으로 비슷한 대접을 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미 연준의 ‘마이웨이’식 출구전략 가능성

신흥국 금융 불안 발생시, 미 연준이 출구전략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취약 신흥국들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출구전략의 속도를 조절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 부분 퇴색되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부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은 관심이 집중되었던 지난 1월 FOMC에서 채권 매입 규모를 75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줄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러한 결정이 이례적으로 연준 이사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으며, FOMC 직후 발표된 통화정책 결정문에서도 예상과 달리 신흥국 금융 불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FOMC에서 투표권을 지닌 리차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연준은 세계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미국의 중앙은행일 뿐이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자주 언급되던, reverse spill-over effect(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인해 신흥국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이것이 미국의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우려 때문에 미 연준이 신흥국들의 상황을 고려해 가며 출구전략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던 기대가 과도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지난 1월 FOMC 결과는 미 연준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경기 상황이며, 당초 기대보다 미 연준의 의사결정 함수에 있어서 신흥국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음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미 연준은 취약 신흥국의 개별적인 어려움을 크게 고려하기보다 자국의 경기 회복 강도를 중시하는 ‘마이웨이(my way)’식 출구전략을 지속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서는 양적 완화가 이르면 올해 10월, 늦어도 올해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고, 정책금리 인상을 통한 본격적인 통화 긴축 역시 이르면 내년 중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2> 참조). 지난 12월 미 연준 FOMC 멤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재 0~0.25%로서 사실상 제로 수준인 미국 정책금리(target federal funds rate)의 인상 개시 시점으로서 언제가 적정한가를 묻는 질문에 17명의 응답자 중 2명이 2014년을, 12명이 2015년을 지목했으며, 2016년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응답자는 3명에 불과했다. 특히, 적정 금리 인상 속도에 관하여 미 연준 이사들은 2015년 중 미국 정책금리가 1%p 가량 인상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4%에 가까운 수준으로 정책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개시되면 향후 지속적으로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가 인상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제조업 지수가 하락하는 등 미국 경기지표 회복세가 다소 주춤하고, 실업률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직단념자 증가 및 실업 기간 장기화 등을 고려하면 고용 상황 개선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출구전략 속도가 다소 늦추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둔화는 한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 북동부 등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미국 전체의 회복세를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실업률 지표의 한계점은 향후 통화정책의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 기준이 되는 실업률 지표의 수준을 조정하는 식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출구전략의 속도가 다소 늦추어지더라도 이는 양적완화의 종료 시점을 몇 개월 뒤로 미루는 정도의 미세조정일 가능성이 높으며,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 국면에서 취약 신흥국의 연착륙을 유도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조정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Ⅲ. 실물경로를 통한 충격이 더 문제

금융 불안보다 신흥국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

이처럼 악화되는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 경로를 통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취약 신흥국들과 달리 외부 충격에 대한 우리나라 외환 부문의 방어 능력은 최근 수년 사이에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단기외채는 1,115억 달러로 5년 사이에 41% 감소 했고, 외환보유액은 7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해 1월말 3,484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그 결과, 2009년 이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에 외국인 주식 및 채권 보유액까지 감안한 단기유출 가능액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그림 3> 참조). 이에 따라 가계부채, 기업부실 문제 등 국내 금융의 취약 요인만 잘 관리된다면, 취약 신흥국과 같은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상 우려되는 부분은 실물 경로를 통한 충격이다. 신흥국 경기가 악화될 경우 그 동안 국내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 온 수출이 둔화되면서 국내 경기에도 상당한 악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2012년 0.6%에서 2013년 1.3%로 높아졌던데 반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2012년 1.3%에서 2013년 1.5%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쳐, 수출 활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 대한 수출보다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 할 때, 신흥국 금융 불안이 해당국의 실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취약 신흥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 금융 불안 상황에서는 많은 위기국들이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 소진을 감수하면서도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과 달리, 이번 금융 불안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환율 급락에 대응하는 위기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터키는 지난 1월 28일 4.5%이던 정책금리를 10%로 2배 넘게 올렸고, 같은 날 인도 역시 정책금리를 0.25%p 인상했다. 브라질도 이에 앞서 1월 15일 정책금리를 10.5%로 0.5%p 인상했다. 문제는 이처럼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환율 절하 및 외자 유출에 대응할 경우, 환율 및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기업 도산이 늘어나며 실업이 증가하는 경기 침체 현상을 초래할 위험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환율 방어 목적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이 해당 국가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경제 상황을 초래하는가를 우리는 이미 지난 1990년대 후반의 외환 위기 과정에서 경험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 상황에서 취약 신흥국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대응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외환위기 발생 리스크는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신흥국의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수출과 관련하여 주목할 대목이다.

그림자 금융 리스크에 노출된 중국 경제의 향방이 중요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 사태의 확산 여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와 관련하여 앞으로 특히 주의해서 살펴야 할 국가는 중국인 것으로 판단된다. 신흥국 금융 불안에 있어서 중국 경제의 움직임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이미 지난해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22일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지자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공교롭게 같은 날 이루어진 버냉키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과 맞물려 ‘버냉키 쇼크’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여전히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신흥국 금융 불안이 진정 기미를 나타낸 것도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경제에 있어서 중국 경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현상들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경제권인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15.4%를 차지했다(<그림 4> 참조). 19.3%를 차지한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이자, 5.5%에 불과한 일본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세계 철 및 구리 소비에 있어서 중국의 비중은 2000년 말에 16.3% 및 12.4%에 불과했지만, 2012년 말에는 44.7% 및 46.2%로 높아졌다. 지난해 여름 인도, 브라질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하던 인도네시아의 환율이 갑자기 급격히 절하되면서 금융 불안이 심화 되었던 배경은 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의 경제 구조였다.

이번 신흥국 금융 불안에서도 러시아, 칠레, 베네수엘라 등 수출 중 원자재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취약국으로 언급되는 것도 중국의 경기가 둔화될 경우 주요 국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여 이들 국가들의 경제가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한 것이다.

향후 중국 경제의 향방과 관련하여 수출 둔화, 투자 조정 등의 요인들도 중요하겠지만 리스크 요인으로서 그림자 금융의 부실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자 금융은 중국의 가장 취약한 부실 고리인 부동산 과열, 지방정부 부실, 한계기업 과잉 이슈가 확대된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그림자 금융의 파동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그림자 금융이 위축되는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간 규모가 2배나 증가했고, 심지어 관련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4분기 이후에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현재 약 23조 위안, 중국 GDP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가 이렇게 커지다 보니, 그림자 금융의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에 대한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하락, 지방정부의 투자 위축,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내 자금경색이 심화될 경우 중국의 고정자산투 자가 큰 폭으로 위축되어 중국 구조조정의 촉매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그림자 금융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이에 따라 자금 경색 조짐이 나타나 중국내 단기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출구 전략 진전 및 이로 인한 신흥국 금융 불안과 맞물려 중국 내 금융 불안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과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그림자 금융 리스크가 부각되고 일시적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조짐이 나타났는데, 중국 경기 둔화 우려 고조 및 그림자금융 관련 건전성 규제 강화 등 내부적인 요인과 함께 지난해 6월에는 버냉키 쇼크, 지난해 12월에는 미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개시 결정,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신흥국 금융 불안 등 외부적인 요인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 둔화시 우리나라 경기 움직임도 동조화될 수 있어 앞서 언급한 F14 신흥국들뿐만 아니라 중국까지도 금융 불안 및 경기 악화를 경험 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금융 불안이 일부 취약 국가를 넘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고, 이에 따라 세계경기의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지리적 인접성에 기반한 중국과의 높은 경제적 연관도로 인해 그 충격의 강도가 여타 지역의 신흥국들에 비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기준 전체 수출 중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60%인 반면, 선진국에 대한 수출은 40%로서, 대신흥국 수출 비중이 대선진국 수출 비중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 중 F14 신흥국들에 대한 수출의 비중은 14.4%, 중국에 대한 수출의 비중은 26.1%로서, F14 신흥국들 및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 수출의 40.5%에 달해 선진국 전체에 대한 수출보다도 많다.

F14 신흥국들 및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는 우리나라의 금융변수들뿐만 아니라 실물경기 움직임까지도 이들 국가와 동조화되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이들 국가들의 경기 둔화가 직접적으로는 해당국들의 수입 수요 둔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는 세계경기 전반의 경제 활동 위축을 통해, 우리나라의 수출을 둔화시 키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기도 둔화되는 양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기의 급격한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 불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금융경로를 통해서도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충격이 전해질 위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Ⅳ. 맺음말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거시 건전성이 제고되고 특히 외부 충격에 대한 외환부문의 방어능력이 확충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시장 움직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국제 금융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는 취약 신흥국들보다는 양호해 보이지만 아직 선진국만큼 미덥지는 못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된다. 이는 미국의 출구전략 추진 속도, 중국 경제의 향후 움직임, 취약 신흥국 금융 불안의 확산 등 대외요인들의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변수들의 움직임이 여타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변수들과 차별화될 수도, 아니면 동조화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실상 미 연준의 양적 완화 규모 축소 개시 및 마이웨이식 출구전략 고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악화된 국제 금융시장 상황으로 인해 취약 신흥국들과의 차별화보다 동조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더욱이 우리 수출에서 신흥국 시장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감안하면, 취약 신흥국가들의 경기 둔화, 특히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고스란히 우리 실물경제의 둔화 또는 경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경로 보다도 실물경로를 통한 충격의 전이 가능성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취약 신흥국들과의 차별화 가능성을 낙관하기보다 동조화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거시건전성 제고 및 금융시장 체질 강화에 보다 주력해야 할 때다.[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

*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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