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무인도 ‘한강 밤섬’ 반세기만에 6배 넓어졌다

도심 속 무인도 ‘한강 밤섬’ 반세기만에 6배 넓어졌다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4.01.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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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마포를 잇는 서강대교 아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있다. 한강 밤섬이다. 지금은 도심 속 무인도라 불리지만 1960년대까진 78가구 443명이 거주하던 섬이었다.

한강 흐름이 원활하도록 강폭을 넓히고 여의도를 개발한다는 내용으로 정부가 한강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밤섬 거주민을 마포구 와우산 기슭으로 집단 이주시키고 밤섬은 1968년 2월 10일 오후 3시 폭파됐다. 밤섬이 사라진 이후 채취된 11만4,000㎡의 돌과 자갈은 여의도 주위 제방도로(윤중제)를 건설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여의도가 한국 금융의 중심지로 눈부시게 성장해온 지난 반세기 동안 사라졌던 밤섬 자리엔 자연적인 퇴적작용으로 토사가 쌓이고 나무와 숲이 우거지면서 점점 그 면적이 넓어졌다.

서울시는 ‘66년 미군이 최초로 측정했던 면적(45,684㎡)에서 매년 평균 4,400㎡씩 증가해 현재는 279,531㎡(외곽길이 2,895m)인 것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최초 측정보다 6배, 서울광장 21개에 맞먹는 면적으로 늘어나면서 자연의 힘으로 지속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

밤섬은 현재 윗밤섬과 아래밤섬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면적 증가는 폭파 전 밤섬이 있었던 현재의 아래밤섬 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윗밤섬은 영등포구에서, 아래밤섬은 마포구에서 관할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2013년엔 처음으로 최첨단 GPS 측량을 도입해 산출 결과에 정확성을 더했다.

최초 면적은 미군이 촬영한 영상(국토지리정보원 제공)을 기준으로 정사영상, 영역벡터 오버랩 등 기술 분석과정을 거쳐 산출했고, 한강종합개발 준공(1986) 이후인 1987년부터 2012년까지 면적은 서울시가 촬영한 항공사진을 이용, 5년 단위로 시계열 분석을 실시해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던 학술용역의 일부를 공무원들이 직접 연구팀을 꾸려 직접 수행하는 ‘공무원 직접수행 학술연구’의 결과다. 연구팀은 서울시 토지관리과 공간측량팀 3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됐다.

서울시는 이번 연구 과정에서 찾은 늘어난 면적의 토지와 지적공부에 누락된 토지에 대해 해당 구청에 통보해 관련 행정문서(지적공부) 정비를 요청한 상태다.

정비 결과에 따라 한강 밤섬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대한 변경 고시 절차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시는 밝혔다.

한편, 시는 1999년 8월 밤섬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138종 식물종과 49종 조류가 서식 중이다. 밤섬은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2012년엔 도심 내 물새 서식지로서 보전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향후 시는 밤섬의 시대별 항공사진과 더불어 도시 속 자연공간인 밤섬의 특징과 독특한 역사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해 밤섬이 갖고 있는 가치를 알리는 데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밤섬은 조선 왕조가 서울을 도읍지로 정하고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꽤 길다. 18세기 중엽에 제작된 ‘경강부임도’엔 여의도와 밤섬이 따로 분리돼 표시됐고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지도엔 여의도와 하나의 섬으로 표시되는 등 밤섬에 대한 기록은 역사 속 지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남대현 서울시 토지관리과장은 “밤섬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대도시 내 철새도래지로 도시발전과 환경보전이 공존하는 습지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구축된 자료는 앞으로 밤섬을 어떤 식으로 관리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할 때 소중한 기초자료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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