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의 절정을 보여주는 노민환의 두 번째 시집, ‘게걸음으로 걷는 세상’ 출간

서정의 절정을 보여주는 노민환의 두 번째 시집, ‘게걸음으로 걷는 세상’ 출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11.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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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의 절정을 보여주는 노민환의 두 번째 시집,
‘게걸음으로 걷는 세상’ 출간

도서출판 한솜은 노민환의 두 번째 시집 ‘게 걸음으로 걷는 세상’을 출간했다.

노민환의 두 번째 시집에서는 첫 시집의 경계를 한층 더 뛰어 넘은 극서정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감성을 고루 갖춘 시인답게 여린 꽃잎을 연상하다가도, 날카로운 정치 풍자로 이 시단의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냈다.

시인은 시롤 통하여 세상을 향한 갈망과 외침, 그리고 되돌아온 메아리 같은 내재적 울림을 극단으로 몰아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산문시와 자유시 어느 곳에서도 치우치거나 떨어지는 법 없이 시편들의 무게가 고루 육중하며 그 울림이 크다. 여타 서정시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과 사물에 대한 관찰도 시인에게는 한 번 더 뒤집어 상상을 확장하는 창의력이 돋보인다고 볼 수 있다.

“어제 그리고 오늘도 그렇게 고개를 삐딱하게 곁눈질로 걷다 보니 세상이 덜컹 흔들리며 무너져 내린 듯이 보입니다. 많이 가진 자들 싸움박질 없고, 평범하고 불쌍한 이들에게 등치는 일 없는 곳, 자신의 어두운 삶을 엉뚱한 곳에 분출하는 묻지 마 인간 없는 곳, 전자발찌 무용지물인 뚜껑 열리는 세상에서 인권 운운하는 자들 눈치만 보며 불쌍한 이들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강력한 법 하나 만들지 못하고 밥그릇 싸움만 하는 진짜 무용지물인 한심하고 무능한 정치 없는 곳, 편안한 세상 힘없는 이들도 등을 조심하며 걷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라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 한심하고 무서운 세상을 칼날 위에 선 듯 아슬아슬하게 살아갑니다”

- 시 ‘게걸음으로 걷는 세상’ 중에서

시인은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거짓과 위선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다. 현 시대를 해학적으로 풍자하며 묘사한 ‘게걸음으로 걷는 세상’은 아마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그 안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굳건히 지켜낸다. 옆으로 걸으며, 옆으로만 가는 게가 시인의 분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는 길을 배반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면서 나아가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울지라도 두려움 없이 헤쳐 나가는 모습은 위풍당당하다. 시인은 ‘곁눈질로 걷다 보니 세상이 덜컹 흔들리며 무너져 내린 듯이’ 보인다고 말한다.

시인은 이 냉혹하고 비참한 세계를 곁눈질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세상은 그의 눈에 한없이 초라하게 흔들리며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시인은 말한다. ‘초점 잃은 생각 없는 눈으로 시끄러운 세상을 향해 또 실실’ 웃을 수밖에 없는 시인의 저 고독한 독백을 통하여 세상을 향한 날카롭고 예리한 풍자가 담긴 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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