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돌아간 ‘제돌이 이야기’ 세계 50개국에 소개

고향 돌아간 ‘제돌이 이야기’ 세계 50개국에 소개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10.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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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우리 사회에 ‘동물 복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서울대공원을 떠나 고향 제주 앞바다로 돌아가기까지 1년여 간의 귀향프로젝트가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 소개된다.

지난 2011년 7월 제주도의 한 돌고래쇼 공연업체가 돌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거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작년 3월 동물자유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돌고래쇼 중단과 불법포획 남방큰돌고래의 야생방류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고 △이어 작년 3월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격적으로 제돌이의 귀향을 결정, 4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7월 18일 마침내 제돌이는 제주도 푸른바다로 돌아가게 됐다.

제돌이의 방류는 그 과정에서 서울시, 시민단체, 기업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았다는 점과, 우리 사회에 아직은 낯선 ‘동물권’과 ‘동물 복지’라는 개념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 초미의 관심을 일으켰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제돌이’의 야생방류 사례를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 애니멀킹덤에서 열리는 ‘제68차 세계 동물원수족관협회(World Association of Zoo & Aquarium) 정기총회(이하 WAZA)’를 통해 15일(화) 소개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연보호기관인 ‘세계자연보호연맹(International union of conservation of nature, IUCN)’의 산하기관인 WAZA는 전세계 동물원과 수족관을 대표하는 국제야생생물보호 비정부 기구로 1935년 발족했다.

WAZA에는 세계 50여 개 국 300여 개의 동물원, 수족관이 정회원으로 가입돼있고 1,000여 개의 비회원과도 연계하고 있어 이번 사례발표가 국제사회에 제돌이 이야기를 소개하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동물원은 지난 2001년 WAZA의 정식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세계 속 동물원 중 하나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이번 총회가 열리는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애니멀킹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자 세계의 많은 동물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어 많은 회원사가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WAZA는 동물원이 단순히 야생동물을 가둬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멸종위기 동물 보전을 위해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리고, 환경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동물원 동물의 혈통관리·보전을 위한 전략적 번식프로그램 진행 △동물윤리복지강령을 제정해서 동물복지기준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인구증가, 지구온난화 등으로 야생동물 수가 줄어들고 멸종위기에 직면하면서 WAZA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제68차 세계 동물원수족관협회(WAZA) 정기총회’는 매년 회원사 동물원 중 한 곳에서 개최, 세계 동물원 간의 정보교류의 장이 되고 있으며 올해는 13일(일)부터 17일(목)까지 열린다.

이번 총회에선 노정래 서울동물원 원장이 ‘제돌이 방류 성공 사례’를 직접 발표하고, 1년여 간의 과정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할 예정이다.

발표 내용은 △제돌이 방류결정 배경 △과학적이고 치밀한 절차를 통한 시민위원회의 활동을 포함한 방류 전 과정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보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 등으로 구성됐다.

<아시아 최초의 돌고래 야생방류…서울시, 시민단체, 기업이 함께 노력>

제돌이를 제주바다로 돌려보낸 것은 ‘아시아 최초로’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제돌이 방류를 둘러싼 초미의 관심은 불법 포획된 다른 돌고래 ‘춘삼이’와 ‘D-38’로 이어져, 이 두 마리 역시 제돌이와 함께 지난 7월 고향 제주바다로 돌아가게 됐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동물수송비용, ’현대그린푸드(주)는 사료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기업체 뿐만 아니라 시민환경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KARA)’, ‘생명다양성재단’ 등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세계 동물 전문가들 잇단 서울동물원 방문, ‘전례 없는 일’ 찬사>

제돌이 성공방류에 대한 관심은 해외 동물전문가들의 방한으로 이어져 ‘아시아 최초’ 돌고래 방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제돌이가 바다에서 완벽하게 적응하기를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해양포유류 전문가이자 돌고래 보호 활동가인 릭 오베리는 작년 5월 9일 나오미 로즈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 돌고래 생태학자 사무엘과 함께 서울동물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동물원의 제돌이 방류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명성을 떨치던 전직 돌고래 전문조련사인 릭 오베리는 지난 40년 동안 돌고래 방사운동에 앞장서 온 인물로, 일본 다이지 고래잡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침팬지의 대모’로 유명한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구달 박사도 작년 11월 24일 서울동물원 ‘제돌이 이야기관’을 찾아 서울시의 제돌이 방류 결정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제인구달 박사는 “우리가 이 지구상에서 다른 동물들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한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서로 존중하고 다른 생명체의 삶도 존중해야 한다”며 “갖혀있던 제돌이가 4년 만에 얻은 자유란 점에서 아름답고 상징적인 방류”라고 말했다.

노정래 서울동물원 원장은 “지난 7월 제돌이의 방류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이번 제돌이 방류 사례 발표를 통해 서울의 선진 동물 복지정책을 세계에 알리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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