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신뢰성 의심받는 중국 통계 어떻게 봐야 할까’

LG경제연구원 ‘신뢰성 의심받는 중국 통계 어떻게 봐야 할까’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10.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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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통계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수시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8월에도 관영 PMI와 HSBC PMI가 7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서로 다르게 경계를 진단한 것이 발단으로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수치를 제시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던 시기라 이 문제 제기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배경을 살펴보고, 공식 통계의 한계를 보완해 중국 경제를 더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의 흐름을 점검해 본다.

통계 조작 의심의 배경은 중국 통계에 대한 이해 부족

중국의 경제 지표의 신뢰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논란 대상도 GDP에서 각종 월별 지표까지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PMI, GDP, 실업률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최근에 다시 불거졌다. 이 지표들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본다.

정부가 PMI 조작? 정부와 민간이 발표한 PMI의 방향 엇갈려

PMI(구매 관리자 지수)는 제조업 내의 물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경기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지수다. 중국 내 PMI는 두 개로, 정부와 민간이 각각 내놓는다. 관영 PMI는 중국 국가 통계국과 물류 및 구매협회(CFLP)가 산출하고, HSBC PMI는 HSBC와 영국 Markit Group이 공동 발표한다. 5월에서 7월의 관영 제조업 PMI는 경기 확장·축소 기준인 50을 상회하며 경기 확장 신호를 보냈다. 반면 HSBC PMI는 50을 하회하며 경기 축소를 전망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관영 PMI를 상향 조정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하락하자 정부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 지수를 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두 PMI 지수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각 지수 산출의 근거가 되는 조사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국 학자들의 반박이다. 조사 대상의 차이로 인한 오차일 뿐 정부가 고의적으로 지수를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영 PMI의 조사 대상은 3천여 개의 대형 및 국유기업이다. 반면 HSBC PMI는 4백여 개의 소형 및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산출된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대형 국유기업과 소형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다는 점도 PMI 지수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소형 및 민간기업의 상당수는 수출 기업이다. 이로 인해 HSBC PMI는 수출 성장세 둔화의 영향을 관영 PMI 보다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 또한 소형 기업은 환율 절상 압력과 통화 긴축으로의 정책적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올해 중국의 소형 기업은 환율 절상 압력과 은행 간 유동성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HSBC PMI가 관영 PMI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 GDP는 엉터리? 전국 GDP 넘어서는 성(省)별 GDP 합

지난 2002년부터 중국 성별 GDP의 합은 전국 GDP 보다 컸다. 그 격차는 점점 벌어져 올해 상반기에는 3조 위안에 달했다.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방정부 관료 평가 시스템이다. 중국 지방정부 관료 평가기준에는 관할 지역의 GDP 성장률이 포함된다. 이에 지방 관료는 지역의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지방 토종 기업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타 지역에 자회사를 설립했을 경우, 지방정부가 타 지역에 자리잡은 자회사의 부가가치까지 해당 지역으로 포함시켜 중복 계산하는 것이 그 예다. 중국의 지방 GDP는 이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과대 계상되고 있다.

둘째는 중국의 이원화된 통계 집계 시스템이다. 1985년부터 중국은 국가통계국과 지방통계국이 각기 GDP를 산출해 왔다. GDP 계산 과정에서 원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해 데이터를 추산해야 할 경우 사용하는 방법도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방 통계국의 경우 국가 통계국에 소속되어 있지만 인사권은 해당 지방 정부에 있다. 국가 통계국의 지방 통계국에 대한 관리 및 통제가 쉽지 않다.

중국 실업률은 모두 가짜?

어떻게 지난 10년간 계속 4%대 인가?

지난 10년 간 중국의 실업률은 4%대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금융위기 등 다양한 고비를 지나면서도 늘 4%대였다. 2011년 원저우(溫州) 지역에서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며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했을 때도 실업률은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 통계국이 발표한 실업 보험급여 수령자 수는 2002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중국의 실업률 집계 방식 때문이다.

중국 국가 통계국이 발표하는 대표적인 실업률은 전국 지표가 아니다. 도시의 실업 현황만을 반영하는 ‘도시 실업률’ 데이터다. 중국 정부가 약 9억 명에 달하는 농촌 인구를 고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전부터 도시-농촌 이원화 방식의 경제성장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58년에 비(非)농촌과 농촌 후코우(戶口: 호구)로 나누기 시작하면서 도시-농촌 이원화 구조의 경제성장, 즉 도시는 공업을, 농촌은 소규모 농업을 위주로 이끌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중국이 농촌보다 도시의 실업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자국 경제를 더 잘 반영하는 지표라고 간주하는 배경이 됐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실업 등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피 고용자는 일자리를 잃은 후 60일 내에 자신의 후코우가 있는 지역에 직접 가야만 실업 등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둥(廣東)성 후코우를 가진 농민공이 베이징에서 일하다 실업을 했다면, 그는 서울~부산을 3번 왕복하는 거리에 있는 후코우 소재지까지 약 3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돌아가 실업 등기를 해야 한다.

기업이 해고 인력을 바로 등록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다. 2008년 말에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사회 청서>에 따르면 기업은 해고 인력에 대해 실업 등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정부는 이 같은 실업 등기제도를 해고 및 실업의 실제 상황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란저우(蘭州)시 정부가 경기 불황으로 500명을 해고한 기업에게 100개의 실업 등기만 받아주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중국 정부는 실업자 증가세를 묶어두며 엄격하게 관리한다. 중국 실업률이 쉽게 변화하지 않는 이유다.

최근 중국통계에 대한 논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중국 통계에 대한 낮은 이해도 ▲ 중국 통계 데이터 수집, 배경 등에 대한 오해 ▲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 커버리지의 제한성이다. 이 같은 특징은 중국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중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중국 통계의 한계 이해

통계 조작설이 나오는 이유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긴 어렵다. 중국의 통계 수집 및 계산 과정에는 미숙한 점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자료는 중국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원 자료가 부족하거나 자료를 전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외신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중국 통계에 오류나 과장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주요 한계는 아래와 같다. 중국은 데이터를 누계 기준으로 발표한다. 투자 데이터인 고정자산투자 완성액이 대표적이다. 이 데이터는 2월부터 누계 값(1~2월 합산)을 발표한다. 즉 3월 당월 값은 3월 누계값(1~3월 합)에서 2월 누계값(1~2월 합)을 뺀 후 알 수 있다. 하지만 1월과 2월 당월값은 알 수가 없다. 이 외에 민간 고정자산 투자액, 부동산 개발 투자액, 공업 부가가치 증가율 등 다양한 주요 데이터도 1, 2월의 당월 값을 알 수 없다.

또한 중국은 원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는다. 일례로 중국은 지출 기준 분기 GDP 통계에서 소비, 투자, 순수출의 금액을 발표하지 않는다. 기여율만 발표할 뿐이다. 소비, 투자, 순수출의 금액을 따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원 데이터 미공개로 인한 한계다.

계절 조정데이터도 뒤늦게 발표하기 시작했다. 계절 조정한 분기별 GDP는 2010년 4분기부터서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 금융기관 대출금액, M1 등은 2001년부터, 고정자산 투자완성액과 사회소비품 소매총액 데이터는 2011년부터 계절조정 금액 혹은 증가율을 제공해왔다.

중국이 경제 환경 변화 속도에 발맞춰 데이터를 집계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기존에 번화한 대도시의 주변부가 새롭게 번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계 전산화 시스템이 미비해 이 같은 새로운 시장의 추세는 통계에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전산화된 자료가 부족해 통계국 직원이 수기(手記) 데이터를 집계하기도 한다는 점도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 속도를 통계에 동시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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