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하늘에 울려 퍼진 애국가, 80대 노병의 거수경례

터키 하늘에 울려 퍼진 애국가, 80대 노병의 거수경례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09.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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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하늘에 울려 퍼진 애국가, 80대 노병의 거수경례

지난 9일 저녁 7시(현지시각) 터키 북서부의 인구 30여 만명의 중소도시 이즈미트(izmit)시 시청광장에 군복차림에 훈장을 주렁주렁 단 80대 노병과 시민 1천여 명 그리고 한국 포항에서 온 손님 10여 명이 상기된 표정으로 반주에 맞춰 애국가와 터키 국가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애국가가 4절까지 연주되는 가운데, 잿빛 하늘아래 대형 태극기와 터키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터키 이즈미트시(네브자트 도으안 시장)가 오래 전부터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비의 제막식을 계획하고 있던 찰나, 한국의 산업도시인 포항시 시장 일행이 자매결연을 위해 이즈미트시를 방문하는 날에 맞춰 생존하는 참전용사 20여 명을 초청해 마련된 자리다.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4번째 많은 1만5천여 명의 병사를 참전시켜 이역만리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피 흘렸으며, 국제무대에서도 한국에 대한 지지는 물론이고 지난 2002월드컵에서 3, 4위전을 통해서도 혈맹우방국이자 ‘형제의 나라’로 잘 알려졌다.

이날 20여 명의 참전용사들은 태극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한국에서 찾아온 포항시 방문단 일행을 부둥켜 안았다. 이즈미트시 시장의 안내로 단상에 오른 박승호 포항시장도 힘찬 거수경례를 화답했고, 노병들과 함께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봤다.

박 시장은 일생에서 가장 벅찬 감동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연 뒤 “1950년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그 고마움으로 용기를 얻은 그 나라가 잿더미를 딛고 오늘날 세계경제 10위권에 올라, 이 도시에 포스코 현지공장을 세우고 형제의 연을 잇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참전용사와 터키 시민들은 여러 차례 박수갈채로 우정을 표했다.

이어 기념비가 모습을 드러내자 포항시 방문단은 장미꽃다발을 비석 아래 내려놓고 묵념했으며, 노병 뿐 아니라 그들의 손자손녀들도 달려와 한국인의 손을 꼭 잡았다.

정전 60년. 지금도 터키에서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고, 피 흘렸던 그 땅을 잊지 못하는 백발의 용사는 고국땅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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