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흐름 포착하는 나침반 ‘대한민국 유통지도’ 출간

시장 흐름 포착하는 나침반 ‘대한민국 유통지도’ 출간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07.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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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흐름 포착하는 나침반 ‘대한민국 유통지도’ 출간

만일 당신이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전문점을 창업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값싸고 질 좋은 커피 원두를 어떻게 수급해야 하는지 그 유통 경로를 알고 있어야 한다. 치킨전문점을 창업할 경우에는 생닭의 출하 가격과 공급 경로를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를 통해 제과점이나 아이스크림점 등을 창업하려면 유통 마진율을 바탕으로 브랜드 사용의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유통의 중요성은 비단 창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신이 속한 업종의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건건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함은 물론, 기획력을 발휘할 수도 없게 된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만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하지 않는다. 업종마다 제각각인 유통 구조에 따라 시장가격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다. 유통은 시장의 흐름을 포착하는 나침반이자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이다.

<대한민국 유통지도>는 소·돼지·닭고기, 채소·과일, 쌀, 생선 등 농·축·수산물에서 라면, 커피, 제과·제빵, 음료 등 가공식품은 물론, 의약품, 패션, 가전, 휴대폰, PC 및 자동차와 에너지(전기·가스·석유)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밀접한 56가지 아이템을 선정하여 생산에서 판매, 소비에 이르는 유통의 모든 과정을 그림으로 일목요연하게 풀어낸 책이다.

과학에서 여러 원소가 결합해 분자를 만들듯이 경제에서는 유통 경로와 비용, 마진 등 핵심 요소들이 관계를 이뤄 유통 구조를 형성한다. <대한민국 유통지도>는 다양한 제품 속에 녹아 있는 유통 구조를 마치 화학자들이 분자 구조를 그려가듯 그림으로 구현해낸 국내 최초의 ‘유통 그래픽북’이다.

저자 소개- 한국비즈니스정보

한국비즈니스정보는 국내외 산업, 경제, 문화 등 전방위 분야에 걸쳐 핵심 데이터를 분석하여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콘텐츠 메신저 기업’이다. 인터넷과 수많은 미디어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핵심 비즈니스 콘텐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세상과 소통한다. 2008년에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인 <업계지도>를 기획하였고, 그에 앞서 닌텐도 부활의 신호탄 ‘닌텐도DS’를 코디네이팅하여 국내에 성공적으로 론칭시키는 등 출판과 콘텐츠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 콘텐츠 메신저들이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미래’라는 키워드를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 일이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는 성공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의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세상에 내놓는다.

이들의 최근 연구대상은 다름 아닌 ‘유통’이다. 유통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산업의 혈맥이자 시장의 줄기세포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유통지도>를 통해서 농·축·수산물에서 가공식품, 의약, 에너지, IT와 가전, 생활용품,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각 품목별로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유통구조도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지은 책으로 국내 부동산시장을 조망한 <2010~2020 대한민국 미래지도>와 경제·문화·행정·법률·언론·외교·국방·역사·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향후 2050년까지 예정된 세계 비즈니스 이슈들을 집대성한 미래 사전 <2010~2050 비즈니스 미래력> 등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 _유통에 관해 알고 있어야 할 두세 가지 것들

chapter1. 농·축·수산물

- 소고기 _소 출하가격과 한우 소비자가격 사이에 가로놓인 괴리
- 돼지고기 _소비자가격의 40%가 넘는 돼지고기 유통 비용의 비밀
- 닭고기 _토종닭고기 유통 근간을 뒤흔드는 수입닭고기
- 우유·유제품 _유통 마진이 커질수록 우유 값만 올라간다
- 계란 _유통 껍질을 벗기다보면 계란 값의 속살이 드러난다
- 쌀 _유통지도에서 사라져가는 생산농가와 동네 쌀집
- 채소 _경매 위주의 수매 방식으로는 중간유통업자만 배불린다
- 과일 _관세 혜택 누리는 수입과일들의 가격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 수산물(생선, 건어물) _늘어나는 수산물 소비량을 수입수산물이 채운다

chapter 2. 식품·주류·담배

- 제과·제빵 _프랜차이즈 중심 시장 재편, 창업 가맹점주 낮은 마진율에 한숨
- 과자 _마케팅 경쟁 과열로 뜨거워지는 과자 유통시장
- 라면 _경기침체기에 더 많이 팔리는 국민식품
- 음료 _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장악한 음료 유통 헤게모니
- 커피 _커피전문점 급증에도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
- 생수(먹는샘물) _‘봉이 김선달’처럼 물은 아무나 팔 수 없다
- 주류 _당신은 술집이 아니라 정부에 술값을 낸다?
- 담배 _민영화와 시장 개방 바람, 유통판도는 여전히 경직

chapter 3. 가전·휴대폰·PC·에너지

- 가전 _유통전쟁 돌입! 삼성·LG 계열점과 하이마트·전자랜드 간 최후의 승자는?
- 휴대폰 _휴대폰 유통을 장악한 이동통신사들
- PC·태블릿PC _유통의 관점에서 본 PC시장의 미래
- 디지털카메라 _스마트폰과의 힘겨운 전쟁, 그 생존 전략은?
- 전기 _국내 최대 에너지원 ‘전기’에 관한 불편한 진실
- 가스(LPG, LNG) _‘가스’라 불리는 영묘한 기체의 가격과 유통에 얽힌 속내
- 석유(경유, 휘발유) _유통 사슬에 감춰진 기름 값의 비밀

chapter 4. 자동차·이륜차·교통·운송

- 자동차 _제조업체 주도의 독특한 직영점+대리점 유통 구조
- 수입차 _급증하는 수입차 수요, 유통과 가격은 허점투성이
- 중고차 _신차 거래량의 2배가 넘는 중고차의 미스터리 유통 구조
- 이륜차(오토바이) _시장 침체기 지속, 제품 다양화 통해 활로 모색
- 자전거 _자전거 이용자 1,000만 명 시대, 성장이 무궁무진한 블루칩시장
- 자동차부품 _외국에 비해 국내 자동차부품 값이 비싼 이유
- 타이어 _유통까지 장악한 타이어 제조사들, 과점화 논란
- 교통카드 _버스에 올라 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순간 교통요금의 유통이 시작된다
- 항공권 _비행노선만큼 복잡하게 얽힌 항공권 유통 구조
- 택배 _물류를 숨 쉬게 하는 ‘줄기세포’ 같은 존재

chapter 5. 의약·건강·화장품·세제

- 의약품(의약외품 포함) _대대적인 유통 변화에 직면한 의약품시장
- 한약 _얽히고설킨 한약 유통 실타래를 푸는 열쇠는?
- 건강기능식품 _2020년 시장 규모 2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매머드산업
- 혈액 _세상 밖으로 나온 피는 어떤 경로로 흐르는가
- 장기·인체조직 _신체의 일부를 유통한다? 생명의 존귀함을 나눈다!
- 안경(콘택트렌즈 포함) _포화 상태에 빠진 안경원, 그 해법은?
- 화장품 _백화점 지는 해, 브랜드숍과 헬스&뷰티숍 뜨는 해
- 세제(비누, 샴푸, 치약, 세탁·주방 세제) _다품종 대량 생산 구조, 복잡한 유통 경로

chapter 6. 콘텐츠·예술품·엔터테인먼트

- 영화콘텐츠 _영화는 어떻게 유통되며, 수익 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 음악콘텐츠 _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K-POP, 국내 음악 유통은 여전히 후진적
- 게임콘텐츠 _스마트폰과 SNG, 게임시장에 부는 태풍의 눈
- 출판 _디지털과 E-Commerce, 기회인가 위기인가
- 미술품 _예술은 유통으로 완성된다!
- 악기 _유통 채널 다변화로 악기시장 불황 타개
- 복권 _공익을 위한 사행사업이라는 딜레마

chapter 7. 패션·명품·잡화

- 의류 _치솟는 판매수수료와 재고율이 의류 유통을 멍들게 한다
- 아웃도어·스포츠웨어 _세계 유명 브랜드들도 놀란 한국인의 아웃도어 사랑
- 제화 _SPA와 편집매장 급성장, 유통에도 새바람
- 명품(해외유명상품) _대한민국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엘도라도
- 가구 _유통 경로 다변화 전략으로 다양한 소비 심리 대응
- 문구·사무용품 _문구점은 지금 프랜차이즈 춘추전국시대
- 상품권 _대한민국은 상품권 천국, 거미줄 유통 경로로 몸살
- 대한민국 유통지도 데이터 목록

출판사서평

불유불통(不流不通)의 이치

‘유통’이란 한자어를 풀어보면 ‘흐르고(流) 통하다(通)’가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흐르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 게 세상이치이자 자연법칙이다. 물과 공기는 물론 우리 몸속의 피를 생각해봐도 흐름이 막히면 통하지 않게 되면서 모든 게 고장 나고 정지하고 만다.

‘흐름’과 ‘통함’은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원리로 작용한다. 경제에서는 ‘흐름’과 ‘통함’ 즉 ‘유통’이라는 말을,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유통이라는 말 속에 경제의 기본 요소인 생산, 소비, 물건(상품이나 재화), 서비스(용역) 등이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산자에게서 소비자로 옮겨갈 때에는 반드시 ‘유통’이라고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농부는 쌀의 생산자인 동시에 농기구의 소비자이다. 농기구를 사기(소비하기) 위해서는 그 대가로 생산한 쌀을 팔아야 하는데, 쌀장사가 본업이 아닌 농부가 쌀을 팔기 위해서는 유통업자의 도움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결국 쌀이 경제적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라는 3단계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처럼 유통은 생산과 소비가 서로 단절되지 않고 ‘흐르고 통하도록’ 도와주는 혈관 구실을 한다.

‘유통’……물건이 지나가는 길!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제품의 유통 경로는 ‘제조업체(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진다. 여기서 도매업과 소매업은 유통 경로의 거점을 이룬다. 쉽게 말해 유통 경로는 제품이 생산자에게서 소비자로 전해지는 길을 뜻한다. 즉, ‘제품의 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 중간 중간에 도매와 소매라고 하는 정거장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바로 배송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지 않을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한 곳(‘도매상’이라고 하는 허브)에 모였다가 다시 헤치는 것(소매)이야말로 유통의 기본이 된다. 지금과 같은 대량 생산·소비 체제에서 도매상과 소매상이 유통에 개입하는 것은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다만, 도매상과 소매상은 제품을 공급하는 데 최소한의 적절한 단계로 존재해야 한다. 유통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단계에 걸쳐 개입해 있는 도매상과 소매상이 복잡한 경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매상과 소매상을 중간상이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중간상이 많게는 8단계가 넘는 유통 경로를 형성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 하나를 사는데 8단계가 넘는 중간상을 거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다.

한편, 유통 과정에는 항상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유통의 기본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의 운송과 보관, 포장, 진열 등에는 반드시 일정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통 비용은 이윤(마진)과 손실을 동반한다. 유통 단계가 지나치게 많을수록 유통 비용의 부담이 커지고 유통 비용의 부담이 커질수록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과도한 유통 비용이 시장의 흐름을 방해한다!

유통의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제품에는 가격이 붙는다. 제품의 가격이란 제조업체에게는 생산에 들어간 비용과 노력에 대한 대가이며 소비자에게는 제품의 가치를 향유하게 해준 대가이다. 아울러 가격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가 되기도 한다. 제품에 따라 비중은 다르겠지만 대체할 제품과 경쟁제품이 많을수록 가격의 중요성은 커진다.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생산 원가와 소비자 수요, 경쟁제품과 가격 전략 말고도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와 세금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인으로 ‘유통 비용’이 있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제품의 가격을 가리켜 ‘생산자출고가격’ 또는 ‘공장도가격’이라 한다. 생산자출고가격은 크게 제품의 생산에 들어간 비용과 목표이익 및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그리고 공장도가격인 생산자출고가격과 제품의 판매가격인 소비자가격의 차이가 유통 비용이 된다. 다시 말해 생산자출고가격에 유통 비용이 더해져야 비로소 소비자가격이 성립하는 것이다. 생산자출고가격이 아무리 싸도 유통 비용이 비싸면 소비자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 반대로 생산자출고가격이 높아도 유통 비용이 싸면 소비자가격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

소비자물가가 오를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유통 비용이다. 즉, 과도한 유통 비용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채질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유통 비용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유통’이 결정한다!

유통 비용은 크게 도매 비용과 소매 비용으로 나뉜다. 도매보다 소매 비용이 높은 이유는 날로 위세가 커지는 대형유통업체가 소매 단계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라 함은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체인, 전문양판점, TV홈쇼핑 등을 말한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 편의점, 전문양판점 등은 주로 직매입거래를 한다. 특히 대형마트는 마진 수익 이외에 납품업체(또는 제조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을 받아 수익을 올린다. 판매장려금이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제품 매입액의 일정 비율을 판매 촉진 인센티브 명목으로 받는 비용을 말한다. 백화점은 특정매입거래가 주된 거래 형태이며 판매대금의 일정률을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다. 판매수수료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감한 나머지 판매대금을 지급할 때 그 감해진 금액을 말한다. TV홈쇼핑 등은 주로 위·수탁 거래를 한다. 백화점처럼 홈쇼핑업체가 자기 이름으로 판매하지만 상품 매입은 발생하지 않으므로 판매대행에 가깝다.

문제는 이처럼 명칭을 달리하는 유통 마진이 과연 어떤 근거로 책정되고 있는가이다. 대형유통업체마다 책정된 30%가 넘는 판매수수료율도 문제이지만, 개별 납품업체에게 추가로 부담시키는 판촉비용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납품업체가 높은 판매수수료와 판촉비용을 감당하려면 제조업체로부터 구입단가를 더 낮추거나 자기 마진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이처럼 대형유통업체가 부과하는 판매수수료와 판촉비용 등이 더해지면서 유통 비용이 소비자가격의 절반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유통이 결정한다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이다.

‘갑’이 되고 싶다면 유통부터 장악하라!

우리 사회에서 유통이란 개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온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의식과 상업을 천시하던 농경문화 탓도 있었지만, 근대화와 산업화 이후 나라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생산’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면서 유통은 처음부터 설 자리를 얻지 못했다. 농산물이든, 옷감이든, 반도체든, 휴대폰이든 우리 산업은 오로지 잘 만들고 많이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들 물건을 소비자에게 알맞은 가격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고민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내수 유통을 무시한 수출 중심의 대량생산체제는 몇몇 거대 제조업체의 독과점 현상을 초래했다. 그리고 국내 소비시장이 커지면서 유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즈음, 거대 제조업체는 시장의 논리를 앞세워 단번에 유통까지 장악해 버렸다. 결국 ‘제조업의 시녀’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우리나라 유통 역사의 시작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의 향상 및 소비 구조가 다양해지면서 유통산업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유통산업에서는 재래시장의 비중이 막강했다. 백화점이나 전문 대리점 형태의 기업형 유통 경로는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못했다. 지방에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상권이 도매와 소매를 장악하고 있었고, 도시 주택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구멍가게식 점포가 산재해 있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해외 브랜드 편의점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기 시작했고, 킴스클럽을 비롯한 창고형 대형마트가 아파트단지가 모여 있는 주거 밀집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유통의 세력이 기업화, 브랜드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IMF 구제금융 시기를 지나 2000년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유통산업은 그 규모와 업태 면에서 환골탈퇴하게 된다. 이른바 대형마트 ‘빅3’로 불리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유통시장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까르푸, 월마트, 코스트코 등 한국은 글로벌 대형마트의 격전지가 될 정도로 활황을 이뤘다. 과거에는 서울과 수도권 몇 군데에만 포진해 있던 백화점들도 전국에 걸쳐 지점 구축에 나섰고,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이라는 통신 기반 유통까지 더해지면서 바야흐로 국내 유통산업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깨질 것 같지 않았던 제조와 유통 간 견고한 ‘갑을관계’에 서서히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얽히고설킨 유통의 실타래를 풀다보면 이윤과 손실, 가격의 실체가 드러난다!

대형유통업체의 막강한 시장지배력은 유통산업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양산한다. 유통의 근간을 이뤘던 중간도매상의 설 자리를 크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제조업체에서 대형유통업체로 직접 공급되는 양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간도매상이 사라져 유통의 꼬리가 짧아진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간도매상이 부담하던 유통 비용을 대형유통업체가 떠안게 됨에 따라 중간도매상의 유통 마진 또한 대형유통업체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흐르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는 유통의 이치는 이제 공허한 메아리처럼 시장을 떠돈다. 유통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불필요하게 길게 늘어져 비대해진 유통의 꼬리는 시장의 숨통을 틀어막는다. 어느덧 꼬리는 시장의 몸통이 되고 머리가 되어 볼썽사나운 기형 돌연변이로 전락한다.

시장이 제대로 숨쉬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유통의 꼬리를 하루빨리 치료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도마뱀처럼 시장은 썩어서 도려낸 부위에 건강한 새 꼬리를 돋아나게 한다. ‘흐름’과 ‘통함’이라는 이치는 머리도 몸통도 아닌 꼬리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유통지도>는 56개의 다양한 아이템 속에 녹아 있는 유통의 꼬리를 그림으로 그려 이해 쉽게 풀어냈다. 각 제품마다 구현된 유통구조도를 유심히 살피다보면 뱀의 꼬리처럼 꽈리를 틀고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또 경로의 어느 지점에서 제품의 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지도 찬찬히 진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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