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

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07.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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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7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주)명진화학 정을연(45세) 대표를 선정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일흔 여덟 번째 수상자 정을연 대표는 산업용 도금기술과, 도금업계의 환경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한국의 대표 도금전문가다.

* 도금 : 금속 표면에 다른 금속의 얇은 층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67년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2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을연 대표는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담당했다. 시골 농사일부터 집안의 소소한 일까지 어머니의 일손을 덜어드리기 바빴던 정 대표는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힘든 집안 일이 싫어 ‘성공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은 있었지만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정을연 대표가 세상에 눈을 뜬 것은 고교 3학년 현장실습에서 였다. 현장기능공에 대한 대우가 열악한 것을 보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공부는 포기했었지만 제 인생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기에‘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방점을 찍고 제 자신을 되돌아봤습니다”

1986년, 정 대표는 누님의 부탁으로 도금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장화를 신은 채 크롬, 주석 등의 도금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겨울에도 민소매 옷을 입고 하루종일 금속제품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땀은 비오듯 흘렀다.

정신없는 신입시절을 보낸 정 대표는 어느 순간 ‘이 일을 하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현장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도금 전문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생각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그렇게 큰 줄 몰랐다. 단순히 생산량을 채우는 것에 급급해하며 일하는 것과, 이 분야에서 1등을 하고 싶다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 꿈이 생긴 것이다.”

2000년, 정 대표는 매형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주)명진화학으로 법인전환했고,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자동화 라인을 설계했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무작정 라인을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릴투릴(Reel to Reel) 자동도금 및 부분도금과 관련된 특허(2003)’ 다.

* 릴투릴 자동도금: 릴에 감겨진 커넥터 등 전자부품을 생산라인 반대쪽 릴로 연속해서 보내면서 자동으로 도금하는 장치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꼭 필요한 부분에만 도금이 적용되는 기술을 개발해 원가를 절감했다. 도금제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방법도 연구해 도금제품 뿐 아니라 그 제품이 적용되는 전자부품의 내구성도 높였다.

2010년부터는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12명의 연구원을 두고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또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재능대학 등과 산학협력도 진행 중이다.

릴투릴(Reel to Reel) 설비의 도입은 하루 3만개의 생산량을 30만개로 증가시켰고, 다양한 도금기법을 개발함으로서 (주)명진화학은 국내 최대 도금업체로 우뚝 섰다. 말 그대로 승승장구였다.

늘 그렇듯 위기는 가장 좋을 때 닥친다. 2011년 3월과 5월의 화재로 450억원에 이르는 연매출에 화재손실액만 180억원에 달했고 두 번의 화재라 보상은 커녕 계약 제품 출고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당시 갤럭시 S2의 부품재고가 21일치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 물량을 21일 내에 생산해야했다. 특히 갤럭시 S2에 적용되던 도금기법은 (주)명진화학의 특허가 적용되던 부분이어서 다른 곳에서는 생산이 불가능 했다.

그러나 정대표는 한 달치 폐기물을 3일 만에 치웠고 그와 동시에 공장발주와 설비발주를 진행했다. 5일째부터 공장을 짓기 시작, 18일째 되는 날 거짓말처럼 샘플 생산을 완료했고, 20일째 부터는 양산을 시작했다. 피말리는 20일동안 정 대표와 임직원들은 20시간도 못자고 현장을 지켰다고 한다.

“누가 봐도 ‘포기’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화재였지만 그 화재 덕분에 저와 직원들, 그리고 회사는 더 강해졌습니다. 그 때 함께 해준 직원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회사를 더 탄탄 하게 키워갈 생각이다”

2012년, 명진화학은 지금의 검단공단으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했다. 릴투릴 설비를 비롯 모든 공정은 최첨단이다. 도금액이 설비 안으로 흐르는 전 과정을 외부에서 모니터로 관리, 불량이 생기면 자동으로 사이렌이 울린다.

게다가 도금업체에서는 드물게 폐수재활용시스템을 갖춰 폐수의 70%를 재사용하고 있으며, 사원복지를 위해 마련한 기숙사와 휘트니스센터, 식당은 호텔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 대표의 목표는 명진화학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명진의 기술력이 입소문 나면서 정밀도금을 의뢰해 오는 해외업체가 늘었기 때문이다.

“명진화학이 가진 창조적 도금기술과 자동생산라인, 환경오염방지 이 세 가지 핵심기술은 세계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제 세계무대에서 일본기업과 진검승부를 벌여보고 싶다.”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경제적인 여건은 좋지 않다고 전하는 정 대표는 새로운 기술과 단가 경쟁이 늘 필요한 게 현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한번 미쳐보자. 성공은 그 곳 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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