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시집 ‘플라톤의 거미줄’ 출간

김형태 시집 ‘플라톤의 거미줄’ 출간

  • 임종태 기자
  • 승인 2009.08.24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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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대학에서 영시를 강의해온 영문학 교수의 첫 시집!”

‘플라톤의 거미줄’의 작가 김형태는 시인이기에 앞서 30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영시를 강의해 온 영문학자이다. 팔월의 뜰에 피어난 자목련을 보며 ‘바보 같은 꽃’이라고 말하는 그가 뒤늦게 피워낸 첫 시집을 조심스럽게 세상에 내놓는다. 독자는 여름에 핀 목련도 싱싱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시 속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심호흡으로 속을 비우며 피워낸 연꽃 같은 시

‘플라톤의 거미줄’에는 심호흡으로 자신을 비우며 피워내는 연꽃처럼 맑고 청량한 시어들이 담겨 있다. ‘심호흡은 그 안에/ 세상에 대한 무한의 용서가 있고/ 격정과의 치열한 전쟁이 있고/ 자신에 대한 무한의 위로와 격려가 있습니다’라는 시어처럼 깊은 호흡 끝에 나온 김형태의 시는 독꽃이 어지러이 피어 있는 세상에서 다급하게 어디론가 가고 있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깊은 호흡을 하게 한다.

플라톤의 거미줄에 걸린 호랑나비의 자유!

‘플라톤의 거미줄’을 통해 시인은 거미줄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를 말하고 있다. 세상을 가장 넓게 볼 수 있는 시선은 그 어떤 전제에도 묶이지 않는 시선이라고, 심지어는 자유라는 이념조차도 털어버릴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는 거라고 시인은 말한다. 어떤 구속에도 걸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자유롭게 가는 사람이 진정으로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시 속에서 말하고 있다.

얼음꽃 속에서 찾아낸 찰나의 진실

‘오늘 나는, 추위에 녹는 나의 얼음꽃을 위해/ 온실을 고칩니다’ 삶의 진실은 순간순간 여러 가지 형상으로 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시인은 이것들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겨울나무가 가혹한 회초리로 보이는 것은/ 진실만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삶의 고통을 공부 재료로 삼아 정제된 사유 속에서 지혜의 눈과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내고 있다.

저자 소개
194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고, 대학 강단에서 30년간 영시를 강의하였다. 저서로는 미국문학에서 냉엄한 지적 시 전통의 원류를 이루고 있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삶과 철학을 심층 연구한 ‘에밀리 디킨슨’이 있고, 영시의 본질 이해를 돕는 입문서 ‘영시의 분석 이해’가 있다. 논문으로는 20세기 대표시인 T. S. 엘리엇의 삶과 문학을 관류하고 있는 철학을 탐색 구명한 ‘엘리엇의 삶과 철학과 문학: 경험의 증류’, 모호성으로 악명이 나있는 시‘바람 부는 밤의 광상곡’을 독자적 시각과 설득력 있는 논리로 분석 감상한 ‘타임 포켓과 Half-Past 시론’외 다수 편이 있다. 현재 경북 청도의 자연 속에서 자연과 자연인을 벗하며 살고 있다.

본문 속으로

만물이
제 살을 가르는 아픔을 바쳐
새 눈을 틔웁니다

아파야
더 큰 희망을 향하여
눈을 뜹니다

겨울이 봄을 가져오는 이유입니다
봄이 개안開眼의 계절인 이유입니다.
- ‘봄’부분

지나는 마을들의 삶의 향기가
복사꽃에 배어
강둑을 지나 인생 들판으로 향하는 이들이
복사꽃 향기 맡으며
오늘 또 오늘을 영글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내일을 희망으로 가득 가득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골골마다 흘러나오는 인정이
복사꽃에 배어
강둑에 쓰러진 이들을 힘 있게 일어서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 ‘삶의 강물에 복사꽃을 띄우고 싶습니다’부분

아내와 함께
한가로이
솥 안의 인생에 뜸이 들도록
아궁이에 마지막 나무를 넣으며
하늘을 마주하고 둘러앉을 저녁상을
평상 위에 차립니다
- ‘내 인생의 뜸을 들일 마지막 나무를 지핍니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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