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추정경·김려령, 전작과 색다른 행보

작가 추정경·김려령, 전작과 색다른 행보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07.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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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추정경·김려령, 전작과 색다른 행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국내 출간을 전후해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루키의 소설 외에도 정유정의 <28>,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는 등 2013년 여름 서점가는 가히 ‘소설 대전’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조정래의 <정글만리>,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도 새롭게 가세하고 있다. 한동안 소설이 약세를 보였던 분위기가 일거에 가시고 있어 출판계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러한 소설 대전의 와중에 청소년 문학상 출신 작가들의 색다른 행보도 눈에 띈다. <완득이>로 제1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려령은 <너를 봤어>를 발표했다. ‘사랑과 폭력을 주제로 벼린 매혹적인 서사’를 표방하고 있는 <너를 봤어>는 <완득이>, <가시고백> 등 주로 청소년의 성장을 다뤘던 전작들과는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너를 봤어> 주인공인 ‘수현’은 중견 소설가이자 출판사 편집자.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과거의 기억을 품고 있다. 가정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 여전히 아들에게서 돈만을 바라는 어머니, 스스로 세상을 저버린 아내까지. 하지만 그런 수현의 일상에 후배 소설가와의 사랑이 새롭게 끼어들면서 수현의 삶은 예상 못한 방향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한다.

<너를 봤어>는 성적인 장면이나 폭력적인 묘사의 수위가 상당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단지 독자를 자극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사슬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독자들의 평이다.

한편 역시 창비 청소년 문학상 출신 작가로서, <내 이름은 망고>로 제4회 수상자가 된 작가 추정경의 신작 <벙커>도 눈에 띄는 소설이다. 벙커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언뜻 청소년 소설이라는 외피를 띄고 있긴 하지만 성인까지도 염두에 둔 묵직한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학급의 폭군이자 기피 대상 1호 김하균과 같은 반인 화자 ‘나’는 어느 날 교실에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피해자 김하균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 가고, 한순간에 가해자로 몰린 나는 홀로 한강 근처를 배회하던 중 강물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의문의 소년을 발견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강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우연히 한강대교 아래에 숨겨져 있던 비밀스러운 공간 ‘벙커’의 입구를 발견하게 된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벙커. 그곳에서 나는 ‘메시’라 불리는 미스터리한 소년과 일곱 살 꼬마 ‘미노’를 만나고, 두 사람의 도움으로 한 달 기한의 벙커 생활을 시작한다. 메시와 약속한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한강대교 밑 ‘벙커’의 진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벙커>는 현재의 폭력만이 아니라 그 폭력이 원인이 된 또 다른 폭력까지도 주목함으로써 폭력의 재생산에 대한 깊이 있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폭력과, 그 폭력의 치유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스스로의 상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청소년 문학상 출신의 두 작가가 각각의 신작에서 폭력을 주요한 테마로 삼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평소 청소년층과 교감해 온 덕분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고리를 더욱 예리하게 포착해 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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