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형제간 면접교섭 최초로 인정

수원지방법원, 형제간 면접교섭 최초로 인정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3.07.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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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형제간 면접교섭 최초로 인정

부모가 이혼하면서 부모 일방이 자녀를 키우는 경우 면접교섭권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이혼한 부부의 자녀들도 면접교섭권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와 주목된다. 수원지방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정승원)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형은 어머니가 양육하고 동생은 아버지가 양육하는 상황에서 동생이 형과 면접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원씨(48세, 남)는 최씨(49세, 여)와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었는데 이혼을 하면서 첫째 아들은 어머니 최씨가, 둘째 아들은 아버지 원씨가 따로 양육하고 있었고, 원씨와 최씨는 면접교섭을 통하여 상대방이 키우고 있는 아이를 만나고 있었다. 그런데, 원씨는 ‘최씨가 면접교섭 시간이 끝난 뒤에도 둘째 아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원씨를 욕하는 등 둘째 아들과 자신을 떼어놓으려고 한다’는 이유로 법원에 ‘최씨가 둘째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이에 대하여 1심은 원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씨가 작은 아들을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제한했다. 이에 최씨가 항고했고, 항고심은 ‘둘째 아들이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할 때까지 면접교섭을 제한’하면서도 ‘작은 아들(동생)이 큰 아들(형)과 면접교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둘째 아들을 만나게 하는 것은 둘째 아들의 정서적,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키고 양육환경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둘째 아들이 정서적, 심리적 불안감 없이 최씨와 면접교섭을 원할 때까지 최씨의 면접교섭을 제한한다”고 결정했다.

민법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과 자녀의 면접교섭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있으나, 형제간 또는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면접교섭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가족법 전문 엄경천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조부모 등 부모 이외의 가족의 면접교섭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민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경시된 형제나 조부모 등 가족의 면접교섭권이 헌법상 권리로 확인된 매우 의미있는 법원의 판단”이라고 환영했다.

형제나 조부모 등 가족의 면접교섭권은 이번 결정과 같이 헌법(행복추구권에 포함된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근거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엄경천변호사는 “현행 민법이 형제나 조부모 등의 면접교섭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현행 민법의 해석을 통하여 절차법적으로 면접교섭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법 제837조 제5항은 ‘가정법원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모·자 및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거나 다른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가사소송법은 이를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법원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 또는 모가 미성년 자녀로 하여금 그 형제자매나 조부모 등과 면접교섭하는 것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양육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면접교섭권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헌법과 법률의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법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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