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이천명의 미소 '니얼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최초 상영!

다큐멘터리 이천명의 미소 '니얼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최초 상영!

  • 오은정 기자
  • 승인 2020.10.28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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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단순히 신체적 손상이나 결여가 아니라
다른 지각 세계, 다른 생활 세계를 만드는 가능성의 영역이다!

매달 셋째주 주말이면 경기도 양평 문호리 북한 강변을 따라 1km나 되는 커다란 프리마켓이 열린다. 지역의 농부, 예술가, 일반주민이 셀러(seller)로 참여해 직접 지은 농산물과 손으로 만든 물품들을 판매한다.

2016년 여름,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은혜씨도 캐리커쳐 작가로 참여해 이곳에서 처음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 시작했다. 다운증후군 외모를 가진 은혜씨에게 사람들이 “예쁘게 그려주세요”라고 부탁하면 은혜씨는 “원래 예쁜데요 뭘~”이라며 예쁘지 않은 개성 있는 캐리커쳐를 그려준다.
사실적 표현을 하려고 오랜 시간 공들여 그리는 은혜씨의 캐리커쳐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도 스스로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이도 우린 모두가 원래부터 예쁘게 태어난, 누구나 개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행복의 미소를 띄고 은혜씨 앞에 선 사람의 수가 어느 덧 ‘이천명’에 이르렀다.

‘이천명의 미소’. 자신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장애인으로 자각한 순간 잃어버렸던 미소와 행복을 예술을 통해 돌려받은 것이다. 평소 자신을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에 강박증을 느껴왔던 은혜씨가 이천명의 사람들과 따뜻한 눈길을 포개며 자신만의 시선과 선으로 사회적 관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나 같은 이는 장애로 왜 태어났을까?” 자책하던 은혜씨가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한다. “어머 멋져요. 원래 예쁘세요~”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의 2018년 하반기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 다큐멘터리 부문 제작지원을 받았다. 다큐 <니얼굴>의 주인공은 올해 31세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 은혜씨로, 연출을 맡은 서동일 감독의 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갈 곳도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은혜씨는 2016년 8월부터 문호리 리버마켓에 셀러로 참여해 현재까지 약 2000명의 캐리커쳐를 그렸다. 2019년 봄에는 양평 폐공장(옛날 방직공장)에서 이천명의 얼굴과 만나는 전시회를 동료 발달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열기도 했다.
서 감독은 지난 4년간 은혜씨가 리버마켓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 전시회 준비과정과 결과까지 담아 촬영을 마무리해서 영화를 완성시켰다.

현재 양평에서 지역 기반 독립영화제작사 ‘두물머리픽쳐스’를 운영하고 있는 서동일 감독은 2005년 장애인 성을 이야기한 <핑크팰리스>를 시작으로 가족 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작은여자 큰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2007) 등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한 다큐를 제작해왔다. 이후 <두물머리>(2013), <명령불복종 교사>(2015),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2016) 등 꾸준하게 작품을 제작했지만, 더 이상 가족을 카메라에 담지는 않았다. 발달장애 가족의 삶이란 게 그만큼 힘들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혜씨가 스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동일 감독은 “은혜씨가 도움이 필요로 할 때 예술이 곁에 존재했고 그림이라는 훌륭한 도구가 은혜씨의 존엄 표현과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했다.”며 “딸의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과 ’아티스트‘ 정은혜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했다.’고 이번 영화 제작 동기를 밝혔다.
코로나19로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따뜻한 미소로 대면할 수 있는 나날이 절실한 요즘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서 ‘이천명의 미소’ <니얼굴>과 월드 프리미어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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