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가정 코로나19 영향조사 결과 발표 "90%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일상 달라져

조부모가정 코로나19 영향조사 결과 발표 "90%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일상 달라져

  • 오은정 기자
  • 승인 2020.06.25 1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조부모가정 코로나19 영향조사’ 결과 발표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고령화와 가족해체 심화로 대두되는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조부모가정을 대상으로 한 ‘조부모가정 코로나19 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5월 19일부터 29일까지 대구, 부산, 전북, 충북 지역의 조부모 112명과 아동(손자녀) 105명 총 21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생활전반에 미친 영향과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경험한 어려움, 온라인 학습이 아동의 학습에 미친 영향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조부모 92%(103명)와 아동 90%(94명)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대구 지역에서 참여한 조부모(11명)와 아동(11명) 전원은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경험 여부에 있어서도 대구의 조사자의 경우 타 지역 조사자와 비교해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의 국내 발생의 지역별 차이 추세와 맥을 같이 하는 결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조부모가정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상황(44%), 본인 및 손자녀의 외부활동 제약(42%), 손자녀의 학습활동 관리(35%), 손자녀의 미디어 사용 관리(26%) 순으로 조사되었다. 아동의 경우 본인의 외부활동 제약(86%), 학습활동의 어려움(57%), 미디어 과다 사용(21%), 식사 해결(11%)이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가정에 가장 필요한 지원에 대해 조부모는 경제적 지원(59%), 마스크 등 위생용품 지원(47%), 생필품 지원(40%), 식료품 지원(12%) 순이었고, 아동은 위생용품 지원(53%), 생필품 지원(28%), 경제적 지원(26%), IT 기기 지원(13%) 순으로 응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등교가 늦어지면서 아동의 학습 방식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부모 71%(70명)와 아동 90%(84명)는 학습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학습으로의 전환이었다. 이중 온라인 학습으로 인해 접속 등의 기술적 문제나 가정 내 IT 기기 미흡 등의 어려움을 경험했거나, 조부모 중 손자녀의 학습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도 나타났다. 조사 아동 중 절반 이상(57%)이 학습활동의 어려움을 코로나19로 인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고, 학습·교육에 대한 걱정(38%)을 가장 큰 불안,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아동이 필요한 지원으로 IT 기기 지원(13%)을 언급한 것을 고려할 때, 가정 내 IT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온라인 학습 방식으로의 전환이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대면 학습으로의 전환은 조부모 가정과 같이 보호자의 학습관리 및 지도에 어려움이 있는 가정의 아동들에게 학업 성취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부모 70%(71명)와 아동 77%(70명)은 온라인 학습에 따른 미디어 사용 증가 외에도 휴대폰, 컴퓨터 게임, TV 시청 등 전반적인 미디어 사용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손자녀의 미디어 과몰입에 대한 걱정을 표하는 응답과 손자녀의 미디어 사용을 제재하다 갈등이 있었다는 응답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스마트한 미디어 사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조부모의 21%(21명)와 아동 34%(31명)은 식사 패턴의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조부모는 가족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루 세끼와 아동의 간식을 준비하는 부담과 식비 지출 증가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으며, 아동은 아침을 거르거나 늦게 먹는 등 불규칙한 식습관을 보이거나 인스턴트 음식 섭취 증가 등이 관찰되었다. 또한 아동이 등교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늦은 시간까지 미디어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수면 패턴의 변화가 나타났고, 이러한 변화는 식사 패턴의 변화와도 밀접히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부모 가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 제약에 따른 스트레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 77%(86명)와 아동 55%(56명)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특히 조부모는 가족이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78%)이 가장 컸으며, 아동은 외부활동제약에 따른 스트레스(62%)가 가장 높았다

이번 세이브더칠드런의 실태조사 결과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들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유사 재난 발생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시스템 마련을 우선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사회 안전망은 보편적인 성격과 함께 조부모가정과 같은 취약계층 등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적인 집중 지원을 병행하는 형태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특히 비대면·온라인 학습 환경에서도 모든 아동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IT 인프라 지원과 더불어 보호자가 학습관리·지도 역할을 적절히 하기 어려운 가정의 경우 대면·비대면 교육 병행, 온라인 코칭 시스템 도입 등으로 아동이 학업 성취에 있어 뒤쳐지지 않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유사 재난 발생 가능성이나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가속화 등의 추세로 볼 때, 아동·청소년 및 보호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 콘텐츠 개발과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보급을 통해 교육해야 한다.

더불어 정신건강 이슈에 주목해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침해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견디고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일 수 있도록 예방적 차원의 교육 지원이 필요하며, 재난이 발생한 경우,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등을 실시간으로 상담해주는 일원화된 채널을 마련해 연령대별, 대상의 특성별로 지원하는 대응 시스템(Response)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민간 부문에서는 공공 영역에서 미흡한 부분을 발견해 보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9년부터 ‘DREAM 사업’을 통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조부모가정을 지원하며 지지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와 협력을 통해 2023년까지 저소득 조부모가정 1000가구의 영역별 필요 서비스를 연계해 맞춤형 통합지원 할 예정이며, 올해 전문연구진과 함께 조부모가정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조부모가정이 겪는 어려움과 지원 욕구 파악 등을 통해 DREAM 사업의 향후 방향성을 도출하고, 제도적 차원의 개선점을 발굴할 예정이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돌봄 부담, 학습지원의 어려움을 겪는 조부모가정을 대상으로 양육 기술 전반을 코칭 할 사례관리 전문 컨설턴트를 양성하며, 올 하반기부터 전북 및 충북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컨설턴트를 파견하는 ‘양육 코칭 전문 컨설팅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