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 가는 시대의 광채 속, 우리가 잃어버린 미지의 걸작 '순례자 매'

스러져 가는 시대의 광채 속, 우리가 잃어버린 미지의 걸작 '순례자 매'

  • 오은정 기자
  • 승인 2018.12.31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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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하고 이색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글렌웨이 웨스콧의 대표작

스러져 가는 시대의 광채 속, 우리가 잃어버린 미지의 걸작 '글렌웨이 웨스콧'의 '순례자 매' 출판됐다.

박상영 소설가는 이 책에 대해 '지속적이고 온전한 사랑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순례자 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는 이런 질문에 사로잡혔다. 고백하건대 그것은 일생 동안 나를 지배 해 왔던 질문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분량과 뛰어난 가독성으로 한 호흡에 빠르게 읽히는 이 소설은 비록 지난 세기에 쓰인 작품이지만 마치 어젯밤 벌어진 술자리를 기록한 것처럼 생생하며, 지극히 모던한 방식으로 ‘사랑과 욕망’이라는 감정을 담고 있다. “사랑에 만족이 주어지면 남은 삶의 큰 부분은 그 만족을 위한 지불에 불과하다.” 작가 글렌웨이 웨스콧은 이처럼 칼같이 잘 벼린 문장으로 관계의 본질을 꿰뚫는다. 일견 20세기 중반의 귀족적 생활양식과 이성애 결혼 제도를 희화화한 것처럼 보이는 '순례자 매'는 인간 욕망에 대한 가장 통렬하고도 섬세한 메타포를 담고 있다. 또 이 짧은 소동극은 알싸하게 매운 음식을 먹은 것처럼 개운한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관계로 인해, 사랑으로 인해, 단 한 번이라도 다치고 넘어져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순례자 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하고 이색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글렌웨이 웨스콧의 대표작 '순례자 매'우리에게 그의 이름은 다소 낯선 울림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예닐곱 편의 소설 작품을 남긴, 게다가 반평생 절필한 과작의 작가로서는 드물게 현대 영미 문학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이 점은 그의 단편적인 이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쉬이 확인해 볼 수 있다. 도회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위스콘신에서 생활하던 스무 살무렵부터 참신한 문재(文才)를 드러내며 소설가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위스콘신 출신의 자아와 유럽 문화계 총아로서의 페르소나, 그리고 커밍아웃한 게이로서의 정체성은 글렌웨이 웨스콧의 글쓰기에 독특한 색채를 불어넣었다. '순례자 매'의 서문을쓴 소설가 마이클 커닝햄의 평가처럼 웨스콧의 문체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경이로운 표현이나통찰이 관찰”될 만큼 독보적이다. 마치 진부한 표현에 저항하듯 문장은 저마다 극도로 정련되어 있고, 눈부실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와 묘사 속에서도 주제 의식을 잃지 않는다. 특히나 이 책, '순례자 매'는 글렌웨이 웨스콧의 정수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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