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 장례식’과 소비자의 변화

‘통큰치킨 장례식’과 소비자의 변화

  • 하준철 기자
  • 승인 2010.12.16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소, 영세 자영업자의 상생·협업의 SCM 전략

[로지스틱스뉴스, www.lognews.co.kr]판매 일주일만에 중단된 롯데마트의 ‘통근치킨’을 둘러싼 논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처음 논쟁의 초점은 “대형마트가 중소, 영세상인들의 상권을 무리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값싸게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에 무게가 실리면서 통큰치킨 판매중단을 아쉬워하는 한 네티즌이 “통큰치킨 장례식” 패러디로 이어졌다.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치킨 가격 너무 비싸다”고 발언했고 다시 논쟁의 프랜차이즈 업계의 담합과 원가로 이어지고 있다.

5천원 통큰치킨이 소비자에게 더 유익?

상품의 원가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치킨을 비롯한 모든 상품의 원가는 공급체인 상에서 결정된다. 치킨의 원재료인 생닭, 기름, 소스, 무, 콜라 등은 구매의 규모, 유통, 물류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기타 관리비용도 최대한 낮춘다면 치킨가격을 만 원 선이나 그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업계는 유통, 물류에 투자해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포기하고 대신 암묵적인 담합으로 치킨가격을 올렸고, 가격경쟁을 포기한 채 광고에만 열을 올렸다. 이들 업체의 광고비는 결국 치킨가격의 거품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화, 다변화되고 있으며 권한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제는 판매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에서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은 과다 마케팅을 통한 판매방식을 지양하고 공급체인 효율화를 통해 질 좋은 상품을 더 싸게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기업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기업들도 공급체인 혁신을 통해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을 더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유명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에만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을뿐 정작 가격, 품질 경쟁은 시도하지 않았다.

치킨원가, 쿠폰마케팅과 소비자 착시현상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가 발표한 1만 5,940원이라는 치킨 원가는 치킨 10개 주문시 1개를 서비스하는 쿠폰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적어도 원가 1만 6천원 중 1,600원은 거품이다. 앞서 지적한 과다 광고비 지출과, 쿠폰과 같은 마케팅 방법들은 일시적으로 소비자의 착시현상을 일으켜 구매를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결국 상품 원가를 상승시켜 장기적으로 판매량을 떨어트릴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들은 계획적인 소비생활과 절약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를 반영해 월마트의 슬로건은 “매일 매일 최저가”에서 “돈을 절약하면, 생활이 더욱 윤택하다”로 바뀌었다. 또한 소량 다품종의 소비패턴의 일반화되면서 유통, 물류로 이야기되는 공급체인 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절감된 원가는 기업의 수익 증대와 소비자 혜택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상생,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

물론 대형마트보다 중소 자영업자들의 공급체인 상의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을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급체인 효율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상생’에 어긋나거나 영세 상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값싼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공급체인 경쟁력은 소비자나 기업 모두에게 유익한 경쟁이다.

혹자는 롯데마트를 ‘메이저리그’에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영세상인들을 ‘마이너리그’에 비유한다. 영세상인을 놓고 보면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프랜차이즈를 놓고 보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치킨업계를 모두 묶는다면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공급체인을 구축할 수 있으며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지금처럼 프랜차이즈협회, 양금협회 등 무수히 많은 협회들이 이해관계에 치중하기 보다는 공동의 지혜를 모아 구매공동화, 유통공동화 등을 통해 가치체인을 형성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만 모색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영세업자와 영세업자, 영세업자와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와 소비자, 소비자와 대기업 등의 관계 등 다양한 구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실물경제 SCM 對 가상경제 CRM

최근 일부 경제학자들이 실물경제(현물 중심의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서들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실물경제를 도외시하고 주식,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가상경제에 너무 치우친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프랜차이즈의 광고, 쿠폰 마케팅 등을 가상경제로 본다면 유통, 물류의 합리화를 통해 현물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실물경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치킨이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상품임을 감안할 때 CRM(고객관계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가상경제보다는 SCM(공급체인관리, Supply Chain Management)의 실물경제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치킨업계의 경쟁력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치킨업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지나치게 가상경제만을 중시하면서 상품의 원가경쟁력을 떨어트린 것이 아니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SSM의 동네 시장 진출과 관련된 논쟁도, ‘통큰치킨’에 대한 논쟁도 결국 상품의 원가경쟁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만약 동네 상권까지 파고드는 SSM보다 동네 슈퍼가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면 과연 SSM의 진출이 문제가 되었을까.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통큰치킨 보다 가격경쟁력이 있었다면 ‘통큰치킨 장례식’은 거행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유통, 물류의 효율화를 위해 더욱 노력한다면 기업도, 영세상인도,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통큰치킨 장례식’과 소비자의 변화가 어떤 상관관계에 놓여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