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미래 가치 ‘플랫폼’에 주목하라

물류의 미래 가치 ‘플랫폼’에 주목하라

  • 하준철 기자
  • 승인 2010.11.23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류 플랫폼 안에서 어떤 기업도 가치 창출 가능"

보잉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여행..."
타카라: “소비자가 꿈에서 상상하는 모든 것 실현...”
구글: “클라이언트 필요 없이 구름같이 모든 것이 웹에...”
닌텐도:“사람 몸동작 그대로 움직이는 혁신적 게임 플레이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신동엽 교수의 "초경쟁 환경과 21세기형 경영" 발표 자료 中

물류 기업? “공급체인(물류) 플랫폼 안에서 어떤 기업도 가치 창출 가능”

보잉, 타카라, 구글, 닌텐도는 위와 같은 꿈과 상상력을 통해 창조적 미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기업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기업이 창조적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꿈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까. 저마다의 기업들이 다른 꿈과 미래비전을 갖고 있겠지만 물류기업을 더 가치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류산업을 “인프라 산업”에서 “플랫폼(Platform)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성장의 화두, 플랫폼”이라는 경영노트를 통해 “플랫폼은 향후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속한 기업 모두 신사업 발굴에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품이나 개별 사업 단위가 아닌, 플랫폼 기반 사업구조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 경영노트는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 OS 등 최근 IT기업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경쟁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지만 유통물류기업인 아마존, 월마트 등의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은 물류기업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자사의 핵심자산을 외부 업체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플랫폼의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아마존 웹 스토어 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 결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물류 인프라까지 외부 공급자에게 제공하며 플랫폼을 통한 미래가치를 창출해 가고 있다.

중국 물류기업인 이야퉁공급망관리 역시 프랜차이즈 방식의 공급체인 네크워크를 통해 “가상생산”을 수주하고 원자재 구매, 생산, 유통 등 전 분야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한 후 월가의 투자가들이 주목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물류기업인 현대상선, 현대로지엠도 최근 SK에너지 R&M (Refining & Marketing)과 합작법인인 ‘내트럭프랜즈(주)’를 통해 온-오프라인 화물정보망을 활용해 SCM(Supply Chain Management, 물류공급망 관리) 플랫폼 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내 물류기업들도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플랫폼 사고(platform thinking)는 시스템에서 핵심 공통 구조를 발견하여 이를 플랫폼으로 정하고, 인센티브 제공과 규칙 표준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내리고 있다. 이 같은 플랫폼 기업의 모델에 가장 적합하고,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가 바로 공급체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프라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이유

21세기 초경쟁 사회에서는 기업이 내부 역량만으로는 초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최근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보잉, 구글, 애플뿐만 아니라 아마존, 월마트 등이 내부 인프라를 외부기업에 개방해 공동의 가치 창출을 모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 공급체인 연구가들은 최근의 기업 경쟁구도를 기업과 기업의 경쟁이 아닌 공급체인과 공급체인의 경쟁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기업의 내부 물류인프라의 효율성뿐 아니라 상품생산 전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된 이후까지의 모든 공급체인의 효율성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오늘날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체인 전체의 효율성 제고는 단일 기업의 내부 인프라 혁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과 보다 적극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협업’과 ‘상생’의 플랫폼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린’, ‘협업’, ‘지속가능한 성장’의 해법은?

최근 SCM, IT, 기업경영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참석해보면 ‘그린’, ‘협업’, ‘지속가능한 성장’ 등의 이슈가 자주 거론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린’과 상생을 위한 ‘협업’, '지속가능한 성장‘은 일부 NGO단체에서나 거론될만한 사회적 이슈거리였다. 그러나 세미나에 초청된 연사들 대부분이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반드시 이 같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 ‘협업’, ‘지속가능한 성장’ 역시 단일 기업의 내부 역량을 통해서만은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그린’은 기업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정량적 탄소감축을 실천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환경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회성을 띄고 있다. ‘협업’도 표면적인 ‘상생’이 아니라 공평한 가치의 분배, 미래 가치창출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공동의 의지와 목표가 뚜렷해질 때 완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성을 띈다. 이 같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목표를 완수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들이 ‘그린’, ‘협업’, ‘지속가능한 성장’의 해법을 도출할 수 없다.

때문에 ‘그린’, ‘협업’, ‘지속가능한 성장’ 화두는 지난 100년을 지배해오던 기업과 사회, 기업과 소비자, 공급자와 수요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관계의 틀과 패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거창한 경제, 사회이론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물류기업의 플랫폼 사업은 충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다. 20세기 ‘물류 혁신’은 기업의 내부 인프라의 효율성에 무게들 두고 있었다. 이 같은 ‘물류 혁신’은 물류, 구매부서에서 고려해야 할 부수적인 일들로 치부했다. 그러나 21세기 공급체인 시대에서는 조달, 생산, 유통, A/S, 회수, 폐기 등 과거 ‘물류’ 관점과는 사뭇 다른 차원에서 물류에 접근하고 있다. 제조기업의 경우 생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급체인 프로세스가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외부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효율성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들 제조 기업은 궁극적으로 물류기업의 플랫폼에 참여하거나 보다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일궈내는 물류기업들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승자와 패자”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은 2000년 초의 IT버블 붕괴에 비해 기간(2배)과 충격강도(4배)를 종합했을 때 약 8배 이상의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위축과 수요 감소로 에너지, 철강, 화학 등 중간재 업종의 타격이 컸다. 그러나 글로벌 물류기업인 TNT와 UPS는 이 같은 충격을 극복하여 글로벌 경쟁에서의 승자로 기록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에 따라 가속성장군, 실적반전군, 불황충격군, 지속하락군의 4분류로 나눠 기업 가치를 평가했다.

TNT의 경우 가속성장군에 속하는데 “호황기에도 고성과군에 해당되었지만 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현격한 성장세를 시현한 기업”으로 평가됐다. 특히 TNT는 높은 성과를 냈던 불황 이전(2005~2007년)보다 경제위기가 진행되었던 2007년에서 2009년 사이에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군으로 분류됐다.

실적반전군에 속한 UPS는 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UPS는 지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유럽 지역으로의 확장에 주력했으며 2000년대부터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투자를 강화하여 2010년 현재 200개 이상의 국가에 대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화물 이외에 대형소화물(LTL: Less-Than-Truckload) 서비스를 추가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공급망 관리의 노하우를 살려 제조업체에 대한 종합적인 공급망 컨설팅 및 위탁운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UPS는 이 같은 공급체인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류 플랫폼에 관한 다양한 논의 전개해야

최근 물류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물류관련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는데 국내 물류정보와 달리 콘텐츠들이 매우 방대하고 다양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마트기술과 연계한 공급체인 혁신방안을, 중국에서는 공급체인 금융, 거시 경제를, 일본에는 SCM 솔루션과 연동되는 CRM, ERP, 클라우드 기술, 로봇기술, 녹색 기술 등 신제품 정보와 관련사례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정보 중에는 국내 물류업계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새로운 IT영역과 금융, 유통산업에 관한 것들이 많은데 이러한 이슈들은 대부분 물류 플랫폼이라는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물류전문가 외에 SCM, 유통, e비즈니스, 혁신, IT기술 등 다양한 기업의 전문가들과 공동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플랫폼 사고”를 통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해야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