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없이 中企 성장 못해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없이 中企 성장 못해

  • 하준철 기자
  • 승인 2010.09.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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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로 中企 공급체인 경쟁력 제고방안 마련해야

최근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상생이 대기업의 희생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배려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상생 방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추고 있다.

상생은 서로가 조화를 이루면서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경쟁구도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일방적인 희생이나 배려를 강조하는 상생은 시장경제에서 의미가 매우 제한적이다. 때문에 정부의 상생 방안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기업과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공급체인과 공급체인의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체인 효율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붇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무역의존도가 GDP의 80%대를 육박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의 공급체인의 경쟁력은 기업의 존폐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삼성과 LG의 경우도 그룹차원에서 공급체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지만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글로벌 공급체인 경쟁력은 매우 떨어진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지만 대기업의 수출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환차손으로 인해 수익을 늘어날 곳도 있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환리스크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 때문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급체인산업과 관련된 무역, 통관, 금융, 물류 등의 장벽을 허물고 통합 공급체인 관점에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 모든 서비스를 통합해 처리해줄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하여 공급체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공급체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권 국가들은 공급체인 관점에서 무역, 금융, 통관, 물류 등의 서비스를 통합해 공급체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체인 관점의 산업 조정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대로 가면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중국에서 열린 “혁신 금융기구 포럼”에 참여한 전 세계 금융산업 전문가들도 전 세계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게 글로벌 공급체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에서 남아프리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상품무역 및 농업 총괄 대표는 “중소기업들을 글로벌 무역 가치 사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과 물류산업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도 글로벌 물류비용을 줄이고,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신용장 발급과 자금 융자를 매우 꺼려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안고 취약한 재무구조와 무역 환경 리스크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글로벌 공급체인 효율을 끌어올리고 공급체인 리스크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과 공급체인 금융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은행권과의 연계를 추진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글로벌 물류기업의 육성은 물류산업을 위한 지원책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에게 글로벌 공급체인 경쟁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해결책이며 진정한 의미의 ‘상생’의 경제구조 토대를 만드는 해결책이다. 하루 빨리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들은 무역장벽보다 더 높은 공급체인 장벽에 가로막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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