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롱고스 KGB’ 인재 경영으로 세계를 움직인다

‘솔롱고스 KGB’ 인재 경영으로 세계를 움직인다

  • 하준철 기자
  • 승인 2010.09.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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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기업 사람에 초점 맞추지 않으면 미래 없다”

 

몽골인들은 몽골 이사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KGB물류그룹을 ‘솔롱고스 KGB'라고 부르고 있다. ‘솔롱고스’는 몽골어로 무지개라는 뜻인데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는 건 몽골 사람들의 가슴 속에 한국은 “무지개의 나라”, “따듯한 사람들의 나라”로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로에서 KGB MGL 몽골법인 개소식이 열렸다. 이날도 ‘솔롱고스’에서 온 KGB물류그룹 진출을 축하하는 현지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몽골의 국영방송국인 UBS, 9TV 등은 KGB의 몽골진출과 관련한 소식을 뉴스타임에 집중 소개되기도 했다.

KGB물류그룹이 몽골과의 인연을 처음 맺은 건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GB그룹의 박해돈 회장은 아시아 물류시장 파악을 위해 몽골을 방문했다가 몽골인들의 정서와 우리의 정서가 너무나도 닮아있음을 느꼈다. 몽골은 우리와 문화적, 역사적 경험을 공유했던 알타이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물류사업을 성공시켰던 기억을 떠올리며 언젠가 꼭 몽골에서 물류사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후 한국은 IMF와 경기침체 상황을 겪었고 몽골 진출 계획은 잠시 접어야 했다.

박 회장은 바쁜 일정에도 땀과 노력이 굳건히 배어있는 현장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이어나가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박 회장이 현장을 방문해 일을 하던 중 한 몽골인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박 회장에게 말을 건네 왔다. 그는 ‘솔롱고스’의 의미와 한국은 몽골인들의 가슴속에 무지개의 나라로 불린다는 설명을 하면서 언젠가 꼭 몽골에 가서 이사서비스 사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박 회장은 그 이야기를 듣는 직후부터 몽골 시장 진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물류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업”
<인터뷰>KGB물류그룹 박해돈 회장

1. 몽골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며 현지 교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1. 몽골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며 현지 교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몽골인과의 교류를 통해 현지에 진출한 경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현지 교민회를 찾아가 진출 소식을 알리고 개소식 행사 참여를 요청했는데 반응이 미지근했다. 아마 삼성이나 LG같은 기업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2. 몽골은 전통적인 유목민족으로 알고 있다. 유목민족의 어떤 방식으로 이사를 하나.

몽골의 유목민들은 게르라 불리는 이동식 가옥을 통째로 옮기면서 이사를 한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짐을 나르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사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유목민 이야기로 도시 지역 거주자는 우리와 이사방식이 비슷하다.

울란바트로는 건물의 밀집도가 한국보다 높다. 건물 사이로 사다리차가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높은 고층의 경우라도 직접 이삿짐을 날라야 한다. 교통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다. 도심지역에서 예고 없는 공사가 빈번히 진행되기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그리고 몽골에는 예약문화가 아직 없다. KGB가 몽골에 진출하기 전에는 인력시장에 직접 찾아가 일할 사람과 차량을 일일이 섭외해서 이사를 맡겼다. KGB가 몽골의 이사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는 셈이다.

3. 몽골의 경제규모와 이사서비스 시장 규모는.

최근 몽골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수도인 울란바르트를 중심으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언론에 발표된 통계를 보면 지난 2009년 몽골의 GDP는 18억 8천만 달러 규모로 전 세계 151위를 차지했다. 한국 GDP가 8,575억 달러인 것을 가만하면 높지는 않다. 그러나 25%의 고성장을 하고 있고 금, 은, 구리, 석탄, 우라늄, 텅스텐, 형석 등의 몽골 전역에 대규모로 매장되어 있는데 지하자원만 개발되어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경제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때문에 일부 투자가들은 몽골을 중동의 석유 부국인 쿠웨이트에 버금가는 '중앙아시아의 쿠웨이트'로 부르기도 한다.

현재 몽골에 KGB이사서비스 차량 20대가 이사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경우 1일 5,000대의 차량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비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연 2배가 넘는 고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4. KGB물류그룹은 국내에서 이사서비스 외에 택배, 물류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굳이 이사서비스 먼저 몽골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택배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물류사업이 사람 중심으로 운영된다. 혹자는 노동력 중심의 산업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야기다. 물류 사업은 대표적인 서비스업으로 볼 수 있는 데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부가가치 일도 바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물류는 노동을 통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다.

이사서비스는 택배나 일반 물류 업무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힘든 노동을 통해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만족스러울 때 사람들은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더 감동받는다. 몽골 시장에 이사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KGB라는 브랜드가 몽골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면 추후 택배, 물류를 포함한 그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한다.

현재 몽골은 지하자원 외에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다. 때문에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다. KGB이사서비스가 몽골에 진출한다는 방송이 나간 이후 많은 몽골 사람들로부터 취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이들에게 KGB의 좋은 기업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KGB의 몽골 진출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5. 이사서비스 사업이 성공하면 택배사업에도 진출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중소기업으로서 가능한가.

택배 산업에 있어서 인프라는 가장 기초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인프라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으며 모든 사업을 성공시키지도 않는다. 다시 강조하지만 물류는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인프라보다 사람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늘 인재중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물류산업에 있어서의 인재는 누구인가? 바로 운수종사자들이다. 이들은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 그저 소모되는 노동력쯤으로 생각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 한국 시장에서 대형 택배업체들은 중소 택배업체들이 잘 구축해 놓은 시장에 들어와 단가 경쟁을 한다. 10년 전 택배가격이 1,500원이었는데 지금도 1,500원짜리 택배가 많다. 출혈 경쟁의 피해는 운수종사자들에게 돌아갔고 물류산업에 잔뼈가 굵은 인재들은 택배 시장을 떠나고 있다. 사람을 중요시하지 않고 무리한 인프라 확충에만 급급하다 보니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저단가 출혈경쟁을 벌인다. 인프라 확충으로 배송시간은 줄일 수 있었겠지만 서비스의 질은 더 나빠졌다.

한국은 동북아물류중심 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물류기업의 위상은 높지 않다. 많은 물류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인프라=자본이라는 도식구조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야 모르겠지만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진출한 국가의 사람과 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한다. 그리고 그들을 소중한 인재로 여기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나가야 한다. 인프라는 그 다음 문제다. 현지인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 인프라는 아웃소싱을 통해서건, 공동투자를 통해서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6. KGB는 규모로 놓고 보면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으로 해외에서 물류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KGB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국내에서 물류사업을 하고 있는 몇몇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물류산업이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KGB는 이사뿐 아니라 택배사업도 소사장제로 운영하고 있다. 소사장제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대우하고 이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기업들은 늘 외형이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영을 한다. 기업이 성장을 도모하고 효율을 높이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성장이나 효율만을 강조하다면 사람을 잃게 된다. 문화가 다른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나라 사람들을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 경영의 기본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의 원동력이다.

사람과 효율 두 가지 가치를 모두 포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사장제가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경영방식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KGB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ERP, TMS를 비롯한 SCM관련 솔루션을 조직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현재 KGB는 개당 단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원가를 산출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수준은 끌어 올리면서도 경영의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것이 KGB만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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