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 가사노동분담, 인식 높아도 현실은 제자리

맞벌이부부 가사노동분담, 인식 높아도 현실은 제자리

  • 박현숙 기자
  • 승인 2010.07.19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맞벌이부부의 가사노동분담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실제 가사노동분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이사 박현경, www.seoulwomen.or.kr)은 ‘맞벌이 부부의 일상생활시간과 가족공유시간’(손문금*)을 분석한 이슈분석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 손문금: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사회학박사, <맞벌이부부의 무급노동분담에 대한 실증적 연구>(2005), <가족, 일과 여가생활>(2008) 등 연구 다수

이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남편의 무급노동시간(=가사노동시간)은 하루 42분으로 홀벌이남편(44분) 보다 오히려 2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학자녀가 있는 경우는 맞벌이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이 홀벌이남편보다 9분 많았다.

맞벌이아내의 경우 시장노동시간(4시간 46분)이 남편(5시간 53분)보다 적지만, 시장노동시간과 가사노동시간을 합한 총의무생활시간에 있어서는 남편보다 1시간 38분이 더 많고, 미취학자녀가 있는 경우 1시간 50분이 더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맞벌이부부의 대다수(83.9%)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응답한 다른 조사결과(서울시여성가족재단, 2008)와는 달리, 실제 맞벌이가족 안에서의 가사노동 대부분을 여성이 전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부부의 가족공유시간 및 공유행동 실태를 살펴보면, 맞벌이남편의 총가족공유시간은 하루 116.59분으로 홀벌이남편(134.14분) 보다 17.55분 적었고, 맞벌이아내의 경우 114.91분으로 전업주부(146.65분) 보다 31.74분 적어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맞벌이부부보다는 홀벌이부부의 공유시간이 ‘가정관리’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가 가장 적게 하는 공유행동은 ‘가족보살피기’로 맞벌이부부의 경우에는 2분 이하, 홀벌이부부의 경우에도 5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보살피기’ 공유행동 중 상대적으로 시간 비중이 많은 항목은 ‘초·중고자녀보살피기’로 나타났고, ‘가정관리’활동 중 부부공유행동은 대부분 ‘음식준비 및 정리’활동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제 및 여가’ 공유시간은 평일보다 토·일요일에 2배 정도 많았다. ‘부부가 여가 및 레저행동을 함께 하였다’고 응답한 경우는 맞벌이부부 32%, 홀벌이부부 39% 수준이고 공유시간량은 맞벌이 21분, 홀벌이 26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제 및 여가’ 전체시간이 맞벌이·홀벌이부부 모두 2시간이 넘는(*‘맞벌이아내’의 경우만 2시간 미만임) 것에 비춰볼 때, 부부가 각자 따로 수행하는 교제·여가행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함께 하는 교제 및 여가행동은 ‘학습활동’이 가장 많았다.

‘미디어이용’ 공유시간의 경우 맞벌이부부가 30분, 홀벌이부부 37분 정도로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났다. 미디어이용에서 부부가 함께하는 공유행동은 주로 ‘인터넷이용시간’으로 조사됐다. (*TV시청시간은 ‘미디어이용’ 공유행동에 포함되지 않음. 이는 통계청 ‘공유행동’의 의미가 ‘행동의 책임을 함께한 사람’이기 때문임)

부부의 가족공유시간 및 공유행동 참여자비율이 가장 높은 행동은 ‘식사 및 간식’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부부 80%, 홀벌이부부 85% 이상이 하루 한번이라도 식사를 함께했다고 응답했고, 시간도 평일 36분 정도로 공유행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이슈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손문금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맞벌이부부의 시장노동시간이, 홀벌이부부와 비교하여 그들의 일상생활시간과 부부 공유시간 및 공유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연구”라면서 “맞벌이부부의 노동시간은 홀벌이부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부의 가족공유시간을 감소시키고, 이는 맞벌이부부의 가족생활 조정시간이 그만큼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손 위원은 또 “여러 이유로 맞벌이가 필요해지고 맞벌이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배우자들은 점점 서로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배우자간 친밀감과 정서적 지지 감소로 연결 지을 수는 없지만, 맞벌이부부의 경우 부부간 친밀감 유지를 위해 홀벌이부부 보다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